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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의 콘서트 투어리즘…“K팝 인기 활용 고민해야” [박종현의 아세안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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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여행 결합된 콘서트 투어리즘 활성화

“싱가포르, 항공·숙박·여행 경쟁력으로 인기”

콜드플레이·블랙핑크·테일러 스위프트 공연

“한국, K팝 경쟁력 활용해 트렌드 이끌어야”

“이제는 콘서트 투어리즘이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거주하는 20대 직장인 디아 유숩은 K팝 걸그룹 블랙핑크의 열렬한 팬이다. 유튜브 등을 통해서도 블랙핑크의 노래를 듣는 행복을 느끼지만, 콘서트 현장을 방문해 팬심을 과시하기도 한다. 가까운 나라에서 공연이 열리면 종종 비행기를 타고 가서 즐긴다. 올해는 지난 3월과 5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와 싱가포르에서 열린 블랙핑크의 월드투어 콘서트 현장을 찾았다. 주말 콘서트 관람을 위해 저비용항공사(LCC)를 이용해 두 지역을 찾았다가 도심에서 숙박을 했다. 숙박비 지출이 컸지만, 팬으로서 충분히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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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객들이 싱가포르 관광지 머라이언 동상 인근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싱가포르=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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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콘서트 찾아 외국여행하는 젊은 트렌드

콘서트 투어리즘이 뜨고 있다. 콘서트 투어리즘은 콘서트 혹은 음악축제 등을 관람하면서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문화다. 주로 도심에서 콘서트가 열리고, 관람을 위해서는 도심 호텔에서 숙박해야 해 비용이 많이 든다. 그만큼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해 각국 관광당국이 주목하는 여행 트렌드다. 마치 의료와 여행이 결합된 메디컬 투어리즘이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콘서트 투어리즘도 점차 각광을 받고 있다.

콘서트 투어리즘에 적극적인 나라로는 싱가포르가 꼽히고 있다. 싱가포르는 물류·금융 중심지로서 관광산업이 발달한 나라다. 지리적 장점 때문에 운항 항공사들이 많고, 호텔업도 성황을 이루고 있다. 이를 배경으로 싱가포르는 마이스(MICE) 산업이 크게 발달해 있다. 마이스 산업은 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 travel), 국제회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를 융합한 서비스 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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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록그룹 콜드플레이의 아시아·호주 공연 일정에 다수 매진 표시가 돼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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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외신엔 영국 록그룹 콜드플레이(Coldplay)의 싱가포르 공연과 관련해 호텔 객실이 매진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25일 글로벌 OTA(온라인 여행사) 아고다에 따르면 콜드플레이가 공연하는 2024년 1월 23일을 전후한 날짜의 호텔 객실 요금이 대폭 오르고 있으며, 일부 호텔엔 매진이 예상된다. 아고다는 콘서트를 전후한 시기에 싱가포르 숙박시설을 검색한 빈도가 다른 기간에 비해 8.7배가 늘었다고 밝혔다. 호텔 검색은 홍콩과 호주, 필리핀에서도 증가했지만 싱가포르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에서 크게 늘었다.

◆ “콘서트 투어리즘은 F1 효과에 버금갈 정도”

싱가포르 경영대(SMU)의 세샨 라마사와미 교수는 24일 스트레이츠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세계적인 음악가의 공연은 20년 넘게 싱가포르에서 개최되고 있는 예술·스포츠 분야에서 이뤄지는 국제행사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며 “콜드플레이와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트프의 공연은 싱가포르의 여행문화를 중동 지역의 음악 팬들에까지 확대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콜드플레이는 올해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 일본, 대만,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방콕 등지에서 콘서트 투어를 한다고 최근 공지했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싱가포르 공연은 2024년 3월에 개최된다. 앞서 5월 K팝 걸그룹 블랙핑크의 공연도 콘서트 투어리즘의 훌륭한 사례가 됐다. 외국인 팬들이 콘서트 관람을 위해 싱가포르를 찾았다가 며칠씩 체류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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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도심에 자리해 각종 국제행사가 열리는 샹그릴라 호텔의 모습. 싱가포르=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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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의 경우 콘서트 개최 효과는 자동차경주인 F1 그랑프리와 비교해 볼 수 있다. 2022년 10월 F1 싱가포르 대회가 열렸을 때 첫 사흘 동안 30만2000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콜드플레이 싱가포르 콘서트는 내년 1월 엿새 동안 개최되는데 현재까지 나흘 동안의 티켓은 20만 이상 팔려 매진됐으며, 나머지 이틀 표는 10만장이 팔린 상태다.

싱가포르 통상당국의 자료에 따르면 F1은 2008년 처음 개최된 이후 지난해까지 지속적으로 관광수지에 보탬을 줬다. 지난해 F1을 즐기기 위해 싱가포르를 찾은 이들이 사용한 각종 비용은 15만 달러로 추정됐다. 당시 F1 외국인 관광객의 49%가 쇼핑을 하거나 고급 식당을 방문하는 등 관광 관련 활동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콘서트 관광객은 F1 관광객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고, 더 경제적인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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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블랙핑크 4인조 멤버들이 지난 5월 13일 싱가포르 국립경기장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스트레이츠타임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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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주는 곰, 돈은 되놈이 가져가는 신세될 수 있어”

콘서트 투어리즘이 외국인을 끌어들인다는 장점을 지닌 것은 분명하지만, 미래가 마냥 밝은 것은 아니다. 비슷한 콘서트 반복적으로 열리고, 관광당국이 비즈니스 성과에만 주목할 경우 그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못할 수도 있다. 관광활성화를 위해 콘서트를 활용한다면, 팬들의 반발을 야기할 수도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음악 콘텐츠의 원천을 갖고 있는 나라엔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이 거론되는 이유다. 한국 시장에서 K팝은 팬들을 끌어들이는 효과를 보이고 있지만, 여행과 K팝이 결합된 콘서트 투어리즘은 K컬처 인기만큼 강력하지는 않다.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떠오른 콘서트 투어리즘 활성화에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지녔다고 할 수 있지만, 한국 업체들은 이를 적극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음악기획사와 여행산업을 연결시키려는 노력이 부족하고, 콘서트 투어리즘에 대한 정밀한 계획도 포착되지 않고 있다.

국내 관광·문화 당국에 콘서트 투어리즘을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는 배경이다. 박인숙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 회장은 “국내에서 생산된 콘텐츠를 보다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업종 칸막이를 없애고, 이들 산업을 연결하는 여행·음악 벤처 문화 조성에도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이어 “드라마 등 K콘텐츠의 경쟁력을 활용하는 외국 플랫폼을 보면,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가져간다’는 말이 생각날 정도”라며 “콘서트 투어리즘 부문에서는 이런 잘못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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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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