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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흔들리는 수입 곡물 시장

"라면 다음은 밀가루"…가격인하 '겹 압박'에 업계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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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6일 제분업체 간담회 개최

국제 밀 가격 동향·현안 등 논의라지만…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라면 가격을 내렸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뒤 정부가 일주일 만에 제분업계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요청해 양쪽으로 가격 인하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제분업계는 라면의 원재료 중 하나인 밀가루를 시중에 공급하고 있다. 국제 밀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에 라면이나 원재료 가격도 내려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인 반면, 관련 업계에서는 추가로 고려해야 할 상황이 많다며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아시아경제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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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오는 26일 국내 주요 제분업체와 간담회를 열고 밀 국제 가격 동향과 업계 현안, 건의사항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참석을 요청한 업체는 10개 안팎으로 구체적인 대상은 논의를 거쳐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정부와 업계 모두 이번 만남이 당장 밀가루 가격을 내리기로 합의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앞서 추 부총리가 지난 18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지난해 9∼10월에 (기업들이) 많이 인상했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이 그때보다 50% 안팎 내렸다"면서 "기업들이 밀 가격이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하자, 라면 업계는 "제분업체를 통해 공급받는 밀 가격이 국제 시세와 무관하게 여전히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며 "가격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간담회에서 제분업체의 입장을 들어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이달 국제 밀 평균 가격은 소맥(SRW·연질밀) 기준으로 t당 239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5월 419달러와 비교해 43%가량 떨어졌다. 또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최근 1년새 제분용 밀의 수입 가격도 지난해 9월 ㎏당 681원으로 가장 높은 가격을 형성한 뒤 지난달 ㎏당 562원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당 400원대 후반이었던 지난해 초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제분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분사들이 지난해 하반기 선물 가격이 높을 때 구매했던 원물이 3~6개월 시차를 두고 올해 상반기 수급됐다"면서 "당장 원물 가격이 하락한다고 해서 최근의 밀가루 가격에 인하분이 곧바로 반영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라면 업계도 국제 밀 시세만을 근거로 제품 가격을 내리기는 어려워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밀가루뿐 아니라 라면의 다른 원료인 전분이나 농산물, 에너지 가격 등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며 "지난해 제품 가격을 인상하고도 여전히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인하 요구가 계속되니 고민이 크다"고 전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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