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ESIWA 프로젝트, 국방연구원과 '역정보' 1.5트랙 회의 진행
정보전 시대라지만…"자유토론과 '역정보' 경계 모호"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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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한국과 '허위정보 심리전' 공동연구를 제안했다. 중국이 온라인 공간에서 펼치는 허위·조작정보 심리전의 실태를 파악해 대응체계를 갖추자는 것이다. '중국발' 가짜뉴스에 맞서 EU와 한국이 전례 없는 공조에 나서는 셈이다.
EU 순회의장국인 주한스웨덴대사관은 22일 한국국방연구원(KIDA)과 '해외세력의 허위·조작정보와 간섭'(FIMI)을 주제로 1.5트랙(정부+민간) 회의를 열었다. 아시아 국가들과 안보정책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진행하는 'EU ESIWA'(아시아 내외 협력증진)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EU가 중국의 가짜뉴스를 얼마나 위험하게 여기는지 드러나는 대목이다. 행사에 참석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23일 "유럽은 최근 사이버상에서의 허위·조작 정보 움직임이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며 "관련 유형을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하는데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이사회) 상임의장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가짜뉴스와 허위·조작 정보 대응에 협력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아닌 해외 정보심리전 대응 연구 절실한데…전담 조직 유명무실
문제는 해외 정보공작을 추적ㆍ대응해야 할 국정원 내 전담조직이 사실상 '휴업'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 이후 군과 국정원의 정보심리전 연구가 금기시됐기 때문이다. 전직 국정원 관계자는 "EU뿐만 아니라 미국과 동남아 국가들도 한국 정부와 협력을 원하고 있다"며 "하지만 내부적으로 말을 쉽게 꺼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허위·조작정보 대응사업에 관여한 경험이 있는 한 주한대사관 관계자는 "FIMI의 위험성은 선거뿐 아니라 국가안보 정책에 영향을 끼치는 '내러티브'(서사)를 자연스럽게 만들어낸다는 것"이라며 "한국은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논의할 상대를 찾는 것이 어려워 놀랐다"고 말했다. 이 문제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국내 정치에 악용됐던 사이버심리부대…"경계 파악하기 어렵다고 추적 포기하면 안 돼"
해외의 가짜뉴스와 허위·조작 정보 공작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북한은 한국인 위장 아이디(ID)를 이용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대남 심리전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중국 사이버심리부대 격인 '우마오당'과 자발적 인터넷 댓글부대로 불리는 '쯔깐우'의 존재도 악명 높다.
다만 '자유 토론'과 '허위·조작 정보'의 경계는 명확지 않다. 여론 몰이에 네티즌이 동조한다고 해서 무조건 '공작'이라고 낙인찍기도 곤란하다. 신소현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경계가 모호하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고, 오히려 실태를 파악해야 적절한 규제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며 "사이버공간에서는 허위·조작 정보의 속도가 상당히 빨라 영향력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고 효과도 강력하다"고 지적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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