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7일 성남시 분당 서현초등학교 강당에서 공부의신 강성태 대표와 함께 '챗GPT시대 우리 아이 잘 가르치는 법'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안철수 의원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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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무소로 (수능 준비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고3 학부모 문의가 많다. 정부가 대책을 발표해야 한다.”
안철수(경기 성남 분당갑) 국민의힘 의원이 22일 오전 라디오에 나와 한 말이다. 최근 수능 '킬러(초고난도) 문항' 배제로 서울 강남 3구를 비롯해 서울 양천 목동, 경기 성남 분당, 대구 수성, 대전 서구 둔산 등 주요 학군지의 학부모 민심이 심상치 않은 것을 감지한 안 의원이 이를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실제 한 맘카페에서는 “대통령 말 한마디로 대치동이 뒤숭숭해졌다”, “지금까지 보수당만 찍어왔는데 이렇게 뒤통수 때리냐”는 성토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일부 학부모 커뮤니티에는 ‘수능에 대한 정부의 개입 반대에 관한 청원’이라는 글도 올라왔다. 통상 좋은 학군 지역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높아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됐지만, 킬러문항 논란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총선 민심이 뒤숭숭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 의원이 대표적이다. 안 의원은 학구열이 높은 분당의 지역 특성에 맞춰 ‘챗GPT 시대 교육법’, ‘의사 아빠(안철수)·엄마(김진선)의 자녀교육법’ 등 토크콘서트를 열어 주민들과 소통해왔다. 안 의원은 “윤 대통령께서 하신 말의 취지는 모두 이해가 된다”면서도 “이미 (윤 대통령이 킬러문항을 배제하도록) 지시를 했는데 왜 반영이 되지 않았는지에 대한 발언이 먼저 나오고, 국민이 문제를 인식했을 때 (킬러문항을) 이렇게 바꾸겠다는 절차를 밟았어야 더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2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건물에 입주한 학원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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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킬러문항이 ‘강남 8학군’ 학생의 변별력을 위한 문항으로 역할을 해오면서, 대치동 학원가 등 강남 지역 분위기는 더욱 안 좋은 상황이다. 강남에 지역구를 둔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렇게 된 이상 올해 수능이 물수능이어도 문제고 불수능이어도 문제가 될 것”이라며 “자칫 여당이 (내년 총선에서 민심의) 폭탄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강남지역 의원은 “학원가에서는 ‘준킬러문항’이라며 다시 장사하려 들고, 이를 바탕으로 선동을 부추기는 야당 때문에 지역 민심이 더욱 혼란스러운 것 같다”고 했다.
지방에서도 대구 수성구 및 대전 서구 둔산동 등이 동요하고 있다. 대구지역 국민의힘 의원은 “안 그래도 이번주 지역에 내려가 학부모들을 만나 민심을 듣는 일정을 잡았다”며 “교과서 밖에서 킬러문항이 나오는 것보다 교과서 안에서 변별력 있는 문항이 나오는 것이 실력 있는 학생에게 더 도움이 된다고 설명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당장 고3 수험생이 내년 총선에서 투표권을 가진다는 사실에 신경 쓰는 분위기다. 지난해 재수생 포함 수능 1교시 응시자 수가 45만477명에 달한 것을 고려하면, 적어도 40만표에 해당한다. 한 당내 인사는 “이번 정책의 진의를 제대로 국민께 알리지 못하면 내년 총선에서 꽤 많은 표를 잃을 수 있다”고 했다.
당내 비주류는 이같은 민심을 경고하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킬러문항 배제로) 강남과 목동과 분당도 격전지가 되었다고 한다. 잘하면 (대구) 수성구도”라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대입 예고제에 따라 정부를 믿고 교육과정을 따라온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이 얼마나 클지 가늠이나 하고 있는 거냐”라고 지적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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