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낙농진흥회는 지난 9일부터 진흥회 이사 1명, 생산자 3명, 우유업계 3명 등 7인으로 구성된 소위원회를 열어 원유 기본 가격 조정을 협상하고 있다. 원유 가격은 매년 5월 통계청이 전년도 우유 생산비를 발표하면 6월 가격 협상을 거쳐 8월부터 인상분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조정된다.
낙농업계는 올해 원유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축산물생산비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원유 생산비는 전년 대비 13.7% 증가한 L당 958.71원을 기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사료비가 크게 인상한 데다 부산물 수입은 감소한 영향이다.
올해 소위원회에선 L당 69~104원의 범위에서 인상폭을 논의하고 있다. 만일 최대폭 인상이 이뤄지면 L당 원유 가격은 현재 996원에서 1100원으로 10.4% 오르게 된다. 이렇게 되면 우유 소비자가격도 현재 L당 2900원대에서 3000원대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정부는 유가공품류과 아이스크림류를 제외하면 가공식품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조사한 주요 식품류별 우유 및 유제품 원료 사용 비중에 따르면 유가공품류(94%)와 아이스크림류(59%)은 높은 편이지만, 음료류(7.8%)나 빵류(4.9%), 과자류(0.9%) 등은 모두 10% 미만이다.
커피·코코아류는 30% 수준이지만, 소규모 베이커리나 카페 등 상당수 외식업체에선 대부분 저렴한 수입산 멸균유를 사용하기 때문에 국내 원유 가격 인상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산 원유는 대부분 마시는 우유를 만드는 용도로 사용되며, 우유와 연유를 제외하면 수입산 사용 비중이 높다”고 밝혔다.
특히 원유 가격이 인상되더라도 소비자가격에 그대로 반영되긴 어려울 수 있다. 안 그래도 우유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과도한 가격 인상까지 이뤄지면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카페 등 식품업계에서도 국산 우유 대신 수입산 멸균 우유 등 경쟁 품목을 선택하는 비중이 커질 수 있다.
김정욱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식품업체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우유 가격 인상이 실제 제품 원재료 가격 인상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강조하고,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는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며 “낙농업계에 대한 인센티브도 확대해 생산비 부담을 줄어들 수 있게 지원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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