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블리 사망 소식에 "왜곡된 BJ 문화" 질타
지난 11일 임 씨는 생방송 중 인터넷 방송인들과 음주 방송을 진행하다가 다른 BJ들과 다툼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이 방송 콘셉트 자체가 BJ(인터넷방송 진행자)들 간의 자극적 경쟁을 유도하는 문화였기에 한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 11일 임블리를 포함해 진행된 부천 BJ연합 '정신병즈' 술자리 모임(사진출처=유튜브 채널 '부천뻐꾸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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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부천 헬파티'라고 불리는 이 방송은 시청자들의 후원을 끌어내기 위해 BJ들 간의 자극적인 경쟁을 유도하는 진행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방송에 참여한 시청자가 후원금 5만원을 내면 BJ가 술을 마시는 게 규칙이었다. 그리고 후원금을 많이 받은 BJ는 방송 내에서 더 높은 서열을 차지했다.
당시 가장 많은 후원금을 받은 A씨는 후원 순위의 우위에 따라 임 씨에 대한 악플을 이용해 그를 점차 자극했다. A씨는 울고 있는 임 씨를 향해 "벽보고 울어 재수 없으니깐", "애 팔지 마"라며 도를 넘는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여러 차례 이런 발언이 이어지고 두 사람의 갈등이 증폭됐다. 하지만 방송의 주최자였던 B씨는 이런 상황을 사실상 방치했다.
같은 자리에 있던 방송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자신을 위한 후원금만 요구할 뿐,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는 데는 소홀했다. 방송 댓글 창 여론에 따라 임 씨를 나무라거나 핀잔을 주기도 했다. 심지어는 성폭력으로 볼 수 있는 신체 접촉이나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해당 술 먹방에 참여했던 BJ들은 대부분 스트리밍 플랫폼 아프리카TV에서 활동하다 문제를 일으켜 영구정지 조치를 당하고 유튜브 등에서 방송을 하던 인터넷 방송인이다. 이들은 이전부터 아프리카TV에서 '엑셀 방송'이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끌던 방송 형태를 더욱 자극적인 술 먹방으로 변형시켜 시청자들을 끌어모았다.
후원금 위해 경쟁 붙이는 '엑셀 방송'…성적비하·욕설 난무
임 씨는 2005년 영화 '파송송계란탁'으로 데뷔해 2006년부터 레이싱 모델로 활동했다. 2014년 결혼과 함께 모델 활동을 중단, 2018년 이혼하고 인터넷 방송인으로 활동했다. [사진출처=임블리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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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셀 방송은 BJ들의 이름을 엑셀에 정리하듯이 나열한다는 뜻에서 나온 이름이다. 유명 BJ가 게스트 BJ 여러 명을 초대해 이들이 받은 후원금 순위를 화면에 표시해 경쟁을 유도하는 형식을 취한다. BJ들은 시청자들이 제시한 미션을 수행하면서 후원금을 받는다. 주최자는 방송 후 게스트 BJ들에게 기여도에 따라 수익을 분배한다.
방송에서 자극적인 경쟁이 벌어지기 때문에 후원 규모가 매우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자극적인 경쟁으로 후원금을 유도하는 방송은 인터넷방송의 병폐로 꾸준히 지적돼 왔다
이처럼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후원을 받으려 도를 넘은 인터넷에 누리꾼들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한 누리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갈등 일으켜서 후원을 늘리려고 더 욕하며 부추기는 BJ들은 반성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상대방에 과도한 비난과 선을 넘는 방송 행태에 대한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유튜브 영상 댓글에 "성적 비하 발언과 욕설 폭력이 난무하는 그런 방송으로 후원 유도하는 이들은 이번 기회에 제도적으로 강력하게 처벌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는 글을 남겼다.
한편, 남양주 남부경찰서는 임 씨와 음주 방송을 진행했던 BJ들을 불러 임 씨의 사망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다. 음주 방송에서 발생했던 성추행 의혹도 조사 대상이다. 또 온라인상에서 제기되는 다른 여성 BJ의 자살 방조와 모욕 등 범죄 혐의도 검토한다.
임 씨는 2005년 영화 '파송송계란탁'으로 데뷔해 2006년부터 레이싱 모델로 활동했다. 2014년 결혼과 함께 모델 활동을 중단, 2018년 이혼하고 인터넷 방송인으로 활동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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