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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사교육비 지출은 한국 사회와 경제에 큰 부담을 주며 역대 정권도 개혁 조치에 부심했던 사안이다. 세계 최저 수준으로 추락한 저출산 추세를 더욱 부추길 뿐만 아니라 가처분소득을 감소시켜 국민 노후 대비까지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교육비는 자녀에 대한 투자의 성격으로 인식돼 다른 지출을 졸라매게 되면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한국 경제 회복세를 이끌어 온 내수 소비도 위축시키고 있다.
19일 매일경제가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 초·중·고교 사교육비 총액은 지난해 26조원을 기록하며 1년 전보다 10.8% 상승했다. 종전 최고인 2021년 기록(23조4000억원)을 갈아치우며 2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사교육비 증가율이 물가상승률의 두 배에 달하는 등 서민 생계를 위협할 정도로 사교육비는 지나치게 많이 올랐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1%로 1998년 외환위기(7.5%) 이후 24년 만에 가장 컸지만 사교육비 증가율은 이보다 두 배가 더 높았다.
지난해 사교육 참여율은 78.3%로 전년 대비 2.8%포인트 늘어 초·중·고교생 10명 중 8명이 사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전체 학생 기준으로 2021년 36만7000원에서 지난해 41만원으로 11.8% 늘었다.
더 큰 문제는 막대한 사교육비가 국민 경제에서 생산성을 높이는 분야로 흘러가지 못하며 가계 경제 활동이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상용근로자 1명 이상을 둔 업체에서 일하는 근로자 임금은 월평균 386만9000원이다. 직장인들이 자녀 1명당 평균 월급의 11.6%를 사교육비로 쓰고 있다는 뜻이다. 사교육비를 줄이기보다 식비 등 다른 소비를 줄이거나, 빚을 지면서도 많은 교육비를 지출하는 '에듀 푸어'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하다.
지난해 사교육비는 삼성전자가 연구개발에 투입한 비용(25조원)보다도 더 많았다. 전체 나라 경제 규모(명목GDP·2162조원)의 1.2%에 달할 정도로 몸집이 커졌다.
특히 민간 소비가 경기 회복의 주요 요인으로 등장했는데 급증하는 사교육비가 가계 소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해 민간 소비는 1년 새 4.4% 증가하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한 축이 됐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올해 민간 소비 증가율이 2.3%로 뚝 떨어지고 내년에도 2.4% 늘어나는 데 그쳐 소비 한파가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사교육도 내수 산업의 일종이기 때문에 사교육시장이 커지면 고용이 늘어나는 등 내수 확대 효과가 일부 있지만 소모적인 경쟁에 투입되는 만큼 부가가치 창출 효과는 작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계 입장에서는 사교육비 지출액만큼 노후 대비나 저축, 소비를 줄여야 해 전체적으로 봤을 때 소비 위축 효과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과도한 사교육비 원인을 경직적인 노동시장에서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원장은 "우리나라는 업무능력에 따른 급여 차이가 적고 이직이 덜 활발하다 보니 학벌이 직장에 미치는 영향이 유독 크다"며 "노동시장을 유연화해 학벌과 직장 간 연결고리를 줄이고, 능력에 따른 성과평가체계를 마련하는 게 사교육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서강대 석좌교수)은 이날 페이스북에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 문제 중 킬러 문항을 예로 들며 "어안이 벙벙하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고 언급했다. 김 원장이 언급한 문제는 자기 자본과 위험 가중 자산, 바젤 협약 등 전문적인 경제 용어가 복잡하게 등장해 언뜻 봐서는 국어 문제로 보이지 않는 킬러 문항이었다.
김 원장은 매일경제에 "수능이 변별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지만 사교육을 받지 않고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킬러' 문제를 통해 변별력을 실현한다면 이는 안 그래도 과도한 사교육 지출을 늘리라는 셈"이라며 "교과서 등 공교육에만 충실해도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하고 한편으로는 교사 재교육 등을 통해 공교육 질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환 기자 /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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