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사진)이 설립한 민간연구기관이 심포지엄을 연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내년 총선 출마를 시사하고 나선 가운데 안 전 수석이 대규모 행사를 열면서 친박(친박근혜)계가 선거를 앞두고 세 모으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출마설도 비중 있게 거론되고 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책평가연구원(PERI)은 20일부터 이틀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심포지엄을 연다. PERI는 안 전 수석이 지난해 5월 한국판 브루킹스연구소를 표방하며 설립한 민간 연구소로, 국가 정책 평가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행사에서는 복지정책, 조세·재정정책, 노동·인구정책, 금융·산업정책, 부동산·도시정책 등에 대해 평가한다.
흥미로운 것은 행사에 참석하는 인물들이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김경환 전 국토교통부 1차관 등 박근혜 정부에서 요직을 차지했던 인물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친박계가 명예 회복과 세 모으기를 위한 기지개 켜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보수 세력이 득세했지만 친이(친이명박)계가 주로 중용됐다. 윤핵관으로 꼽히는 장제원·권성동 의원 등이 모두 친이계였다.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과 김 장관 등은 친박계로 분류되지만, 상대적으로 중도적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분류된다.
국정농단 사건 후폭풍으로 그간 친박계 활동이 위축됐으나 최 전 부총리 등이 사면되면서 구심점이 생겼다. 우 전 수석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평생 공직에 있었으니 국가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뭘까를 많이 생각하고 있다"면서 출마를 시사했다.
그러나 여당은 이에 대해 우려하는 기류가 강하다.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할 경우 윤석열 정부는 야당의 벽에 막혀 '식물정부'가 될 공산이 큰 데 친박계의 총선 출마가 도움이 될지 미지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초 PERI 행사에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한 총리는 영상 축사를 보내기로 했고, 김 대표도 교섭단체 대표 연설 등 국회 일정으로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당 관계자는 "대통령 탄핵과 그 이후 당의 혼란은 보수의 흑역사 그 자체"라며 "이에 대해 책임 있는 친박계가 전면에 나서는 것은 당에 여러모로 이롭지 않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15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김 대표는 최 전 부총리와 우 전 수석의 내년 총선 출마설에 대해 "금시초문이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일축한 바 있다.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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