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먹고 "돈 돌려줘" "너 과부야?"…고깃집 '갑질 모녀' 대법원 상고

고깃집을 운영하는 부부를 상대로 이른바 '환불 갑질 행패'를 부린 모녀가 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받자 대법원에 상고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기 양주시 옥정신도시의 한 식당에서 부당이득취득(식대 환불)을 목적으로 욕설과 폭언을 퍼붓고 별점테러 등을 한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각각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목사 A씨와 딸 B씨가 법원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A씨 모녀는 2021년 5월26일 저녁 7시쯤 옥정동 고깃집에서 3만2000원짜리 메뉴를 시켜먹은 뒤 '옆에 노인들이 앉아 불쾌했다'는 이유로 막무가내 환불을 요구했다.

A씨는 고깃집 대표 C씨에게 "돈 내놔. 너 서방 바꿔. 너 과부야? 가만 두지 않을 거야" 등 협박성 발언과 "X주고 뺨맞는다"는 등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B씨도 전화를 걸어 "영수증 내놔라. 남자 바꿔라. 신랑 바꿔라. 내 신랑이랑 찾아간다"고 폭언했다.

B씨는 인터넷 포털 네이버를 통해 식당방문 연쇄 예약, 별점테러 등 사이버 공격도 가했다.

모녀의 폭언과 욕설은 고스란히 녹취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공개돼 파장을 일으켰다.

모녀는 피해 고깃집에 대해 '감염병관리법을 위반했다'고 시에 신고했지만 당시 시 위생부서 관계자는 "해당 식당이 칸막이를 모두 설치했고 업주가 계산할 때 카운터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는 등 방역수칙을 준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의정부지법 형사5단독(판사 박수완)은 지난해 7월6일 공갈미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씨, 업무방해·협박·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B씨에게 각각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죄질이 가볍지 않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A씨의 경우 폭력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피고인 모녀는 사실오인과 양형부당을 주장하면서 원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지난 15일 의정부지법 형사1부(부장판사 심주보)는 모녀의 주장을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항소심 판결에 따르면 모녀는 "A가 피해자에게 한 발언은 공갈죄에서 정하는 정도의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지 않고 실제로 피해자로부터 음식값 상당의 돈을 받을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B의 모욕죄와 관련해 B는 피해자와 다투는 과정에서 단순한 분노의 표시를 한 것일 뿐 피해자에게 해악을 고지한 것이 아니다"라며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및 업무방해죄와 관련해서도 B는 허위의 사실을 게시한다는 인식이나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모녀는 항소심 판결에 앞서 장문의 최후변론을 통해 '언론이 악마화했다', '우리가 피해자'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면서 눈물로 호소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원심에서도 항소이유와 동일한 취지로 주장했고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며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한편 피해 고깃집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격려의 메시지와 손님들이 줄을 이었다. 고깃집 운영 부부는 후원된 돈에 자신들이 수백만원을 보태 양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 후원금을 전달하는 등 수차례 지역사회에 환원했다.

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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