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8 (화)

[스프] 미국도 버거운 마약, 한국은 통제할 수 있을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마약팬데믹] ⑨ 국가도 포기한 마약 소굴 '필라델피아'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켄싱턴, 마약 소굴이 되기까지



살면서 마약을 '하고' 있는 사람을 볼 경험이 얼마나 될까요? 심지어 그런 사람이 거리마다 꽉 차서 북적이고 있다면요? 마약 통제에 가장 힘을 쏟지만 공교롭게도 이러한 풍경이 펼쳐지는 나라가 바로 미국입니다.

'좀비 거리'로 널리 알려진 미국 최대의 마약 거래 시장, 필라델피아 켄싱턴이 바로 그러한데요. 3km 남짓한 켄싱턴 거리는 그 안에서도 범죄 유형과 위험도에 따라 다시 3개의 구역으로 나뉩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통상 A존의 경우, 워낙 위험한 탓에 경찰도 잘 들어가지 않는 곳이라 하여 저희 취재진은 주로 B와 C존을 둘러봤습니다. (B존도 딜러의 총기 사용 문제로 꽤나 위험한 곳입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돌아다녔던 거리엔 온통 썩은 냄새와 쓰레기, 또 언제 어디서라도 마약을 할 준비된 중독자들이 즐비했습니다. 취재를 도와주신 현지 목사님의 말에 따르면, 켄싱턴에 있는 사람 대부분은 외지인입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마약을 해도 잡아가지 않는다'는 소문에 미국 전역의 마약 중독자들이 모여 지내는 건데, 이들 대다수는 집 대신 텐트를 가지고 다니며 거리 곳곳 어디서든 마약을 하고 그대로 기절한 듯 잠에 취해 사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켄싱턴이 있는 펜실베이니아주는 대마조차 불법인 곳이지만, 어째선지 그와 비교할 수도 없는 중증 마약을 해도 아무런 제재가 없었습니다.

저희 동네 병원에서보다 이곳 거리에서 훨씬 더 많은 주사기를 봤었는데, 주사기 안에 들어가는 마약의 종류도 다양했습니다. 헤로인과 코카인, 펜타닐과 동물성 마취제 자일라진까지.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찰이 옆을 지나도 사람들은 아랑곳 않고 서로 마약이 든 주사를 놔주고, 경찰 역시 대수롭지 않은 듯 휴대폰을 보거나 커피를 마시며 사색(?)에 잠기는 모습도 굉장히 낯설었습니다.

과거 미국의 번영을 함께 했던 필라델피아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걸까요? 심각성을 인지한 미국 역시 뒤늦게 특단의 조치에 나섰지만, 때는 너무 늦은 뒤였습니다.

지난 2016년, 당시 필라델피아 시장은 '마약 종식'을 선언하며 대대적인 거리 청소에 나섰습니다. 미 마약 단속국 요원들까지 파견받아 마약 유통책을 잡아들이고, 자원봉사자들을 동원해 더러워진 거리 청소를, 새로이 병원을 설립해 중독자들 집중 치료도 이어 갔습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렇게 처음 몇 개월은 효과가 있는 듯했지만, 오래가진 못했습니다. 이미 수십 년 동안 곳곳에 퍼져버린 지독한 마약은 거리를 끊임없이 다시 더럽혔습니다.

중증 마약 중독환자들은 병원 대신 거리로 나서 마약을 찾았고, 깊숙이 퍼져 몸을 웅크리던 마약 유통망 역시 수요에 맞춰 다시 활발하게 자리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치워도 치워도 다시 생겨나는 마약 덕에 호기롭게 시작한 마약 종식 작전도 힘이 빠져갈 무렵, 코로나19까지 겹치며 정부의 예산과 인력 지원도 자연스레 끊기며 문제는 더욱 악화해 지금의 상황까지 오게 된 셈입니다.

마약 문제를 해결할 '골든타임'을 놓친 대가를 지금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겁니다.

처벌 대신 치료..미국 약물 법원에 가다



미국이 마약 통제에 쏟아붓는 예산만 한 해 약 50조 원 수준입니다. 반면, 마약 중독 사망자 수는 지난해 11만 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천하의 미국도 마약만큼은 돈으로 해결하지 못해 고군분투 중입니다.

이러한 시행착오에도 미국이 최근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마약 관련 정책이 하나 있습니다. 돈 보단 시간으로, 처벌보단 격려와 응원으로 효과를 보고 있는 '약물 법원' 제도입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약물 법원(drug court)을 간단히 소개해보자면, 단순 마약 사범의 재범을 막기 위해 사법부가 도입한 제도입니다. 기존 재판과 다른 점이라면, 검사와 변호사, 그리고 판사까지 한 팀이 돼 마약 사범의 재활과 치료를 돕는다는 겁니다. 어떻게요?

일단 약물 법원에 참여할 대상자를 선정합니다. 폭력 범죄와 연루되지 않은, 단순 마약 투약 사범 중에서 단약의 의지가 있는 피의자들 중 선별합니다.

그리곤 약물 법원 프로그램에 참여할지 선택할 기회를 줍니다. 프로그램을 잘 따른 다면 '기소 유예'라는 보상을 받지만, 그렇지 않다면 '가중 처벌'을 받는 제재에도 과연 동의할지 의사를 묻는 겁니다.

그렇게 약물 법원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피의자들은 매주 법원으로 가 재판부를 만납니다. 만나서, 마약은 잘 참고 있는지 치료는 잘 받는지 소변 검사서와 치료 소견서를 제출합니다.

얼마 나요? 무려 1년 6개월 동안 지속합니다. 상당히 길고 지난한 시간인 만큼, 이를 끝까지 수료하는 피의자는 참여자 중 50%를 채 넘기지 못한다고 합니다.

대신, 이 프로그램을 무사히 수료한 참여자는 기존 마약사범보다 재범률이 훨씬 낮았습니다. 제가 다녀온 펜실베이니아주 몽고메리 약물 법원에 따르면, 재범률이 무려 3배는 더 낮게 나왔습니다. 약물 법원을 통해 마약의 유혹을 이겨 낼 자제력과 의지를 얻은 셈입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예산 지출 측면에서도 약물 법원은 선순환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존 마약 사범을 교정 시설로 보낼 때보다, 약물 법원 프로그램을 수료시키는 데 드는 비용이 더 적기 때문입니다. 몽고메리 약물 법원의 경우, 지난 2006년 들어선 뒤 지금까지 약 280억 원의 예산을 아꼈습니다.

이러한 효능들 덕분일까요. 약물 법원은 점점 늘어 현재 미국 전역에만 4천여 곳이 운영 중입니다.

마약 통제, 한국이 성공할 경우의 수는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973년, 미국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엄청난 수의 마약 사범을 잡아들였습니다. 그 결과, 200만 명 넘는 마약 사범을 교도소에 가뒀고 그 성과를 자축하는데 바빴습니다.

그러나 이 중 대다수는 단순 마약 투약 사범이었고, 이들은 다시 사회로 나와 더욱 심한 마약 중독에 빠져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역효과를 보였습니다. 강력한 처벌과 단속만으론 절대 마약 통제에 성공할 수 없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신용식 기자 dinosik@sbs.co.kr

▶ 네이버에서 S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가장 확실한 SBS 제보 [클릭!]
* 제보하기: sbs8news@sbs.co.kr / 02-2113-6000 / 카카오톡 @SBS제보

※ ⓒ SBS & SBS Digital News Lab. : 무단복제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