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행복한 나라-스웨덴]①의무 부성휴가 90일·아이 아프면 언제든 휴식
지난 7일(현지시간) 오후 스웨덴 스톡홀름 사회보험청 사무실에서 니클라스 뢰프그렌 사회보험청 대변인이 스웨덴의 아동·가족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여성가족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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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정부는 '성평등'을 목표로 하고, 이는 결국 출산율 측면에서도 긍정적입니다."
지난 7일(현지시간) 오후 스웨덴 스톡홀름 사회보험청 사무실에서 만난 니클라스 뢰프그렌(Niklas Lofgren) 대변인은 스웨덴의 저출산 해법과 관련해 이렇게 밝혔다. 지난 20년간 스웨덴의 가족·아동수당과 복지·의료 등 사회보험을 관리하는 사회보험청에 몸담은 그는 엄마와 아빠 모두 적극적으로 육아에 참여할 수 있는 '성평등 사회'와 '낮은 성별임금격차'가 기반이 됐을 때 출산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스웨덴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을 추이를 보면 2018년 1.75명, 2020년 1.66명으로 하락하다 2021년 1.67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1.52명으로 감소하긴 했지만, 한국의 출산율 0.78명과 비교했을 땐 여전히 두 배 정도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의 출산율이 하락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다.
뢰프그렌 대변인은 "스웨덴은 국가 재정의 25%를 차지하는 2600억 크로나(31조원) 이상을 복지정책에 투입하고 있으며, 출산급여 등 가족과 아동 관련 정책에 (이 돈이) 쓰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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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성평등 없인 성평등 사회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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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성평등 정책은 '가정의 성평등'에서 구현되며 확실한 '저출산 해법'으로 부각됐다. 지난 8일(현지시간) 주 스웨덴 한국대사관에서 만난 최연혁 린네대 교수는 "1969년 스웨덴에선 이미 가정 내에서 성평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평등한 사회를 이룰 수 없다는 인식이 있었고, 아동수당부터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보육의 성평등'은 지금까지 스웨덴의 가족정책을 뒷받침해주고 있는 개념이다. 세계 최초로 도입한 '의무 부성휴가'도 그렇게 나온 정책이다. 현재 스웨덴에선 부모 각자에게 240일간 육아휴직이 제공되는데, 이 중 90일은 반드시 아빠가 사용해야 한다. 최 교수는 "이는 성평등 뿐만 아니라 아동 인권 측면에서도 중요하다"며 "아이의 성장과정에서 아빠의 사랑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30일이었던 의무 부성휴가를 90일까지 늘린 것도 이 때문이다.
소득대체율도 높은 편이다.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240일 중 195일 동안 월급의 80%를 받으며, 나머지 45일에 대해선 하루 180크로나(약 2만1600원)가 나온다. 덕분에 스웨덴에선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가 휴직일의 약 80%를 활용하고 있다. 12세 이하의 아동이 있는 가정은 아이가 아프면 간병휴가도 최대 120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뢰프그렌 대변인은 "이 기간에 소득의 77%를 보전한다"며 "불치병인 경우 기간 제한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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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임금격차 해소도 '저출산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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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이 성별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가정의 성평등'과 무관하지 않다. 의무 부성휴가 제도가 있긴 하지만, 임금격차가 크다면 아빠가 최소한의 휴직만을 사용할 수밖에 없어서다. 뢰프그렌 대변인은 "처음 출산휴가급여를 시행했을 때 남성이 수급한 비율은 단 0.5%에 불과했다"며 "지금은 30% 정도"라고 말했다. 현재 스웨덴의 성별임금격차는 5%로 한국(약 31%)의 6분의1 수준이다.
다자녀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여성의 경우 출산 후 30개월 이내에 아이를 또 낳으면 직전 아이를 출산했을 때 받은 만큼의 육아휴직 급여액을 보장하는 제도도 있다. 첫째와 둘째 사이 직장에서 받는 월급이 적어졌을 경우를 고려해서다.
물론 세율·사회보험 체계 등 스웨덴과 한국의 상황이 많이 다른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인구 위기에 몰린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는 있다. 뢰프그렌 대변인은 성평등·저출산 해법 모색을 위해 스웨덴 사회보험청을 찾아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스웨덴 역시 남녀 간 문제가 없진 않다"며 "그럴수록 사회보험 시스템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여성 임원을 늘리고 경력단절을 막는 것 모두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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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설계 과정부터 '성평등' 최우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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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왼쪽)이 마르틴 안드리아손 스웨덴 고용부 양성평등 차관과 기념품을 주고 받고 있다 /사진제공=여성가족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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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 정부'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스웨덴은 성평등을 정부의 의사결정과 자원 배분에 있어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고용부 산하엔 고용·통합 장관과 함께 성평등 장관 겸 고용 차관이 있고, 별도의 조직으로 성평등청도 있다. 성평등청의 경우 정부 부처 산하에 있긴 하지만,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지난 8일(현지시간) 만난 마르틴 안드리아손(Martin Andreasson) 스웨덴 고용부 양성평등 차관은 "고용부뿐만 아니라 부처의 모든 장관이 수평적으로 일해야 한다는 걸 염두하고 있다"며 "경험적으로 봤을 때 좋은 성평등 정책은 모든 부처가 협업했을 때 나온다"고 말했다.
스웨덴도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안드리아손 차관은 "고용주들 사이 임신, 출산 등의 이유로 여성 채용을 꺼리는 분위기는 여전히 있다"며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에서 육아휴직 사용률이 적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육아에 있어 아빠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언급하고, 법적인 부분과 지원에 대해서도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톡홀름(스웨덴)=김지현 기자 flo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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