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9 (일)

CJ올리브영 주류 판매 늘린 까닭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H&B 기업인데…주류 매장 어느새 100곳


국내 헬스앤뷰티(H&B) 시장 1위 기업 CJ올리브영이 주류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시범 운영하던 주류 판매를 최근 본격적으로 확대하는 분위기다. 주류 판매 매장이 100곳을 넘어섰다. 와인과 맥주, 위스키, 전통주 등 주류 종류도 가리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주류가 H&B 타이틀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유통업계는 올리브영 행보를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한다. 기업공개(IPO) 재추진을 앞두고 본격적인 ‘외형 키우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다른 해석도 나온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H&B 시장 독점’ 조사를 받고 있는데, 이를 떨쳐내기 위한 해법이라는 얘기다.

가까워지는 IPO 재추진 시점

주류 판매 확대로 몸집 불리기

올리브영은 지난해 하반기 유가증권 시장(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IPO를 추진했다. 하지만 증시 침체가 지속되면서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원하는 기업가치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후 올리브영은 적절한 시점이 되면 IPO를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구체적 IPO 일정은 공개된 게 없다.

다만 유통업계와 증권업계는 올해 올리브영 IPO 재추진을 예상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무엇보다 IPO 시장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돈줄이 말라 투자자 외면을 받던 지난해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뷰티 업체 마녀공장에 증거금 5조원이 몰렸고, 반도체 기판 검사 업체 기가비스에는 증거금 10조원이 몰렸다. 대기업 계열사이자 IPO 대어로 꼽히는 LG CNS와 SK에코플랜트도 올해 하반기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검토 중이다. 올리브영이 IPO 일정을 미뤘던 주된 이유 중 하나가 해결된 셈이다.

최관순 SK증권 애널리스트는 “확실한 실적 개선이 확인된 만큼 상장 재추진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며 “CJ그룹이 주요 주주인 특성상 장외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아 주식 가치가 높다는 점도 프리미엄 요소”라고 평가했다.

매경이코노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CJ그룹 내부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오는 와중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선정 신임 대표 취임 이후 상장을 목표로 기업가치 끌어올리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CJ그룹 내에서도 올해 하반기를 올리브영 IPO 재추진 시점으로 보는 직원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주류 판매를 강화하는 것도 IPO 재추진과 관련된 행보라는 게 유통업계 설명이다. 단기 매출을 끌어올리기에 주류만큼 적당한 상품이 없기 때문이다. 주류는 상품 특성상 단가가 높다. 판매를 통한 매출 규모, 거래액 확대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최근 올리브영의 주류 정책 변화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실어준다. 올리브영이 주류를 판매하기 시작한 때는 지난해 10월이다. 당시 올리브영이 판매하는 주류 종류는 RTD(Ready To Drink) 정도가 전부였다. 캔 하이볼, 유자·머스킷 캔 칵테일, 1인용 컵 와인, 과일향의 에일 맥주 정도였다. 간단하게 홀로 마실 수 있는 주류를 판매한 셈이다. 올리브영 측도 “코로나19 이후 혼술·홈술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MZ세대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카테고리 테스트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올리브영 주류 판매 정책은 지난해 10월과 사뭇 다르다. 주류 종류가 상당히 다양해졌다. RTD뿐 아니라 전통주, 위스키, 와인, 하드셀처 등 사실상 모든 종류 주류를 구매할 수 있다. 가수 박재범이 출시한 원소주도 들어왔다. ‘보틀숍’ ‘편의점’이 떠오를 정도로 주류 종류를 다변화하고 있는 것. 주류 판매 매장도 100여곳으로 늘었다. 지난해 말에는 70곳 정도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리브영이 주류를 판매하기 시작했을 때 언론에 설명했던 내용과 현재 주류 판매 정책이 180도 달라졌다”면서 “삼성역 코엑스몰점 등은 대형 보틀숍을 보는 것 같다. 업계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올리브영이 편의점화되고 있다는 말을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매경이코노미

CJ올리브영을 방문한 고객이 주류를 살펴보고 있다. (CJ올리브영 제공)


‘독점 논란’ 엮어보는 시각도

점유율 앞세워 납품 업체 압박 의혹

주류 판매 강화를 두고 일각에서는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단순히 외형 확대를 위해 주류 판매를 강화하는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진짜 속내는 ‘H&B 독점 논란 끊어내기’라는 진단이다.

올리브영은 현재 H&B 시장 경쟁자였던 GS리테일 랄라블라와 롯데쇼핑 롭스가 철수를 결정한 배경에 올리브영이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이들 사업을 방해한 적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공정위는 올리브영이 시장 지배력을 앞세워 납품 업체를 압박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납품 업체가 랄라블라, 롭스 등 경쟁사에 상품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힘을 썼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핵심 쟁점은 ‘시장 지배력’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특정 시장에서 한 회사 점유율이 50%를 넘거나 3개 이하 사업자 점유율이 75% 이상일 때 시장 지배력을 갖춘 사업자가 있다고 본다.

이를 두고 공정위와 올리브영 입장이 갈린다. 공정위는 올리브영이 충분한 시장 지배력을 갖췄다고 평가한다. 점포 수만 봐도 그렇다. 올해 1분기 H&B 운영 점포 수 기준 올리브영 시장점유율은 71.3%에 달한다. 반면 올리브영 측은 올리브영이 다양한 품목을 함께 판매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품목별 시장을 분리해봐야 한다는 게 올리브영 측 주장이다. 공정위는 올리브영 의견 등을 검토한 뒤 오는 8월 중 전원회의 심의를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원회의에서 시장 지배력 남용이 인정되면 거액의 과징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올리브영 측은 주류 판매와 공정위 독과점 의혹 조사, IPO 재추진 등은 관련 없는 사안이라고 강조한다. 올리브영 측은 주류 판매 확대 이유를 두고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생활 카테고리로 사업 범위를 넓히는 과정에서 발생한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핵심 고객인 MZ세대가 원하는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를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최근 유통업계 트렌드 중 하나가 ‘경계 파괴’라고 강조했다. 올리브영의 주류 판매를 편의점에서 금이나 자동차를 판매하는 것 등과 유사한 사례로 봐달라는 것이다.

‘승계 핵심 카드’ CJ올리브영
재원 마련 위해 지분 매각 가능성 높아
CJ그룹은 현재 오너 일가 3세 승계를 준비하고 있다. 방식은 단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보유한 CJ 지분(42.07%)을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와 장녀 이경후 CJ ENM 경영리더가 증여받는 방식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수천억원대 상속세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필요에 따라 CJ 지분도 매입해야 한다. CJ그룹 오너 일가 입장에서는 승계를 위한 재원 마련이 시급한 상태다.

CJ올리브영은 CJ그룹 오너 일가 고민을 해결할 승계 작업 핵심 키로 꼽힌다.

이선호 경영리더와 이경후 경영리더는 올리브영 지분을 각각 11.04%, 4.21% 보유하고 있다. 상장 이후 올리브영 지분을 일부 매각해 승계 재원을 마련할 것이라는 게 증권가 시선이다. 쉽게 말해 오너 일가가 보유 중인 올리브영 지분을 향후 CJ그룹 경영 승계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앞서 두 사람은 2020년 올리브영 프리 IPO 당시 이 회사 지분 일부를 매각해 각각 1018억원(이선호 경영리더)과 391억원(이경후 경영리더)을 확보한 바 있다.

올리브영이 IPO 재추진 시점을 두고 ‘장고’에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이다. 최대한 비싼 몸값을 받을 수 있는 시점을 기다리고 있다. 동시에 몸집을 최대한 불려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것도 승계와 관련 있다는 게 재계 시선이다. 올리브영 몸값이 오를수록 이선호 경영리더와 이경후 경영리더가 보유 중인 올리브영 지분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경우 승계 재원 마련도 수월해진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현 회장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하면 승계 작업이 조속히 추진될 필요가 있다”며 “최대한 몸집을 키운 뒤 올해 안에 IPO 절차를 다시 밟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귀띔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3호 (2023.06.14~2023.06.20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