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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청량리 유일한 재건축 단지 ‘미주아파트’ [재건축 임장노트]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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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 노선 초역세권에 1370가구 대단지


지하철 1호선과 경의중앙선, 수인분당선 환승역인 청량리역. 6번 출구로 나와 골목으로 접어들면 동부청과시장이 있던 자리에 59층짜리 고층 빌딩이 눈에 들어온다. 이제 막 집들이를 시작한 ‘청량리역한양수자인192’다. 바로 옆에는 40층 주상복합 ‘청량리역해링턴플레이스’, 청량리역 방향으로는 청량리4구역을 재개발해 65층 높이로 짓고 있는 ‘청량리역롯데캐슬SKY-L65’가 제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서울 강북에서 각종 개발·교통 호재가 몰려 있는 청량리 일대는 그야말로 천지개벽 중이다.

2018~2019년 분양돼 입주를 시작했거나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주상복합과 오피스텔 건너편으로는 올해로 입주 46년 차를 맞은 ‘미주아파트’가 우뚝 서 있다. 최근 주택재건축정비구역(이하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며 청량리 일대 개발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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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아파트, 재건축 구역 지정

10개동 35층짜리 주택으로 탈바꿈

미주아파트가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건 지난해 말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21일 제14차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청량리 미주아파트 재건축 기본계획 변경과 정비구역 지정, 경관심의안을 수정·가결했다.

미주아파트는 1978년 준공된 노후 아파트다. 전용 86~177㎡, 총 8개동, 1089가구로 구성됐다. 정비구역 지정을 신청한 건 2018년이었고, 2020년 1월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최초 심의를 받았다. 하지만 1~4동과 5~8동을 가로지르는 폭 20m짜리 도시계획시설 도로(약령시로)가 사유지로 남아 있어 사업 추진이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미주아파트는 처음에는 2개 정비예정구역으로 나뉘어 지정되기도 했다. 서울시는 계속 도로에 대한 소유권 문제 해결을 요구해왔다. 결국 지난해 상반기 여러 법률 자문을 구한 결과, 재건축 단지 내에 도로가 있어도 그 도로를 그대로 두고 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사업 추진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배경이다.

이번 변경안을 통해 미주아파트 내 2개 정비구역은 하나로 통합됐다. 재건축 사업을 통해 미주아파트는 10개동, 35층 이하 아파트 총 1370가구 규모로 탈바꿈한다. 이 중에는 전용 45·59·69·79㎡ 등 다양한 규모의 공공주택 162가구도 포함한다. 또 단지 인근에서 청량리역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공공성을 담보한 공공 보행 통로와 도로·공원 등 공공기여 계획도 함께 반영됐다.

청량리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심의 통과 이후 급매물을 찾는 매수 문의가 이따금씩 들어온다”면서도 “다만 고점과 비교해 실거래 가격이 떨어진 상태고 호가도 2억~3억원씩 내린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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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미주아파트가 지난해 말 재건축 정비구역에 지정된 이후 시장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관식 기자)


개발·교통 호재 수두룩

중대형 위주…가구당 지분 15.8평

집값이 주춤한 시기기는 하지만 이제 막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미주아파트가 관심을 모으는 데는 이유가 있다. 청량리 일대에 재개발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데다 교통 호재도 수두룩해서다.

서울 동북권 핵심 주거 지역으로 거듭나고 있는 청량리역 주변은 그야말로 ‘공사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양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우선 청량리역은 강북 교통의 메카로 거듭나고 있다. 내년 ‘KTX이음(청량리~해운대)’ 노선을 시작으로 2028년 GTX C노선, 2030년 GTX B노선이 새로 개통될 예정이다. 또 강북횡단선과 면목선까지 개통되면 기존 노선(1호선, 수인분당선, 경춘선, 경의중앙선, KTX 강릉선)과 함께 서울 대표 광역 교통 중심지로 자리 잡는다.

철도 공사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올해 대부분 완공 예정인 주상복합 아파트 외에도 주변에는 청량리6~8구역과 제기4구역, 제기6구역, 전농9구역(공공재개발) 등 재개발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모든 공사가 마무리되면 청량리역 일대는 무려 ‘10개’ 노선이 오가는 교통 중심지이자, 신축 아파트 1만가구가 들어서는 중산층 주거 지역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희소성도 있다. 미주아파트는 청량리역 인근 아파트 가운데 가장 오래됐고, 규모도 가장 큰 단지다. 청량리 일대에서는 상징성이 있다. 재개발 사업지가 즐비한 청량리 일대에서 사실상 유일한 재건축 단지라는 점도 미주아파트 희소성을 높인다.

미주아파트 인근 ‘한신아파트(1997년 준공, 총 960가구)’는 올해 준공 26년 차를 맞이했다. 하지만 용적률이 275%로 비교적 높은 탓에 당장 재건축을 추진하기보다는 리모델링 가능성이 더 높은 단지로 평가받는다. 한신아파트와 청량리중·고를 함께 끼고 있는 ‘청량리신현대(1989년 준공, 총 736가구)’가 오히려 재건축 가능성이 있다. 용적률 204%에 회기역과 가까워 한신아파트와 비교하면 사업성이 조금 더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청량리신현대 역시 지금까지는 재건축을 위한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청량리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단지에서 길 하나를 건너면 청량리역일 정도로 교통 접근성이 좋고 단지 규모도 적지 않아 재건축 사업이 마무리되면 청량리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단지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미주아파트는 14층짜리 중층 단지에 용적률도 220%로 높은 편이다. 토지 용도는 제3종일반주거지역이라, 길 건너편 초고층 주상복합과 달리 고층 주택을 지을 수 없는 지역이다. 당장의 조건만 놓고 봤을 때 사업성이 좋다고는 할 수 없는 편이다. 프롭테크 스타트업 다윈중개가 재건축 사업성을 시뮬레이션해 점수로 환산한 결과 미주아파트 사업성 점수는 72점에 그친다. 재건축 사업성 점수가 100보다 높다는 것은 재건축으로 기존 주택과 같은 평형을 신청할 경우 이익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100보다 낮다는 것은 추가 분담금이 예상된다는 의미다.

다만 긍정적인 부분은 이런 단점을 상쇄할 수 있을 정도로 미주아파트가 청량리역 역세권이라는 점, 덕분에 역세권 인센티브를 누려볼 수 있다는 점, 또 대지면적이 넓고 가구 대부분은 중대형 평형으로 이뤄져 가구당 대지지분(52.14㎡·15.8평)이 높다는 점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대표는 “소형 주택으로만 이뤄진 중층 이상 노후 아파트의 경우 대지지분이 너무 낮아 재건축 논의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은 반면, 미주아파트는 소유주 의지와 원만한 합의만 있다면 얼마든지 정비사업이 가능한 조건”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김 대표는 “다만 아직 사업 초기 단계의 단지인 만큼 완공까지는 앞으로 최소 10~15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위험 요소도 두루 판단해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3호 (2023.06.14~2023.06.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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