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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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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엔 장수 안 바꿔"… 나토 사무총장 유임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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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톨텐베르그 현 총장 임기 9월이면 종료해

외신, 러·우크라 전쟁 들어 "유임 가능성 커"

회원국 모두 동의하는 적임자 없는 게 현실

옌스 스톨텐베르그 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의 임기가 연장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전쟁 중에 장수(將帥)를 바꾸지 않는다’는 옛말도 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나토가 우크라이나를 위한 군사지원에 올인하는 상황에서 사무총장 교체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나토 사무총장 임기는 4년이나 연임 혹은 부분적인 연장이 가능하다. 2014년 10월 취임한 스톨텐베르그 현 총장은 그간 연임 및 임기 연장을 거쳐 9년 가까이 재임했고 오는 9월 퇴임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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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총리 출신의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2014년 10월 취임한 그의 임기가 오는 9월 만료되는 가운데 외신에선 “새 사무총장을 뽑기보다 스톨텐베르그 현 총장의 임기를 연장할 것”이란 관측이 점점 우세해지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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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회원국 지도자들이 새 사무총장 인선에 난항을 겪는 중”이라며 “결국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 임기를 연장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나토 정상회의는 7월 11, 12일 이틀간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열린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의 후임자를 선출하는 문제가 회의의 핵심 의제로 떠오를 전망이나, FT 보도대로 나토 31개 회원국이 모두 동의할 만한 적임자는 눈에 띄지 않는 형국이다.

FT는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 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4가지 이유도 제시했다. △나토를 겨냥한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 강화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5분의 1을 러시아군이 점령한 상황 △전쟁 장기화에 따른 나토 내부의 분열 우려 △중국의 부상이 바로 그것이다. 핵심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다. 나토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러시아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군사원조를 제공했고, 이 과정에서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이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 전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나토 사무총장을 교체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처사인지 여기저기에서 의문을 제기했다. ‘전쟁 중에 장수를 바꿔선 안 된다’는 얘기다.

여기에 후임 사무총장 후보군도 영 시원치 않다. 한때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 최고 적임자로 거론됐으나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난 직후 “나토 사무총장에 뜻이 없다”며 사실상 고사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선 나토 31개 회원국 중 유일한 이슬람 국가인 튀르키예가 40대 여성인 프레데릭센 총리에 대해 거부감을 표명했을 것이란 관측을 제기했다.

전쟁 발발 후 미국 다음으로 많은 군사원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영국의 벤 월리스 국방장관도 유력 후보로 떠올랐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각료급보다는 대통령이나 총리를 지낸 거물급 인사가 좋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진 뒤 더는 거명되지 않는 분위기다. 나토 내부에는 독일·프랑스가 “나토와 유럽연합(EU) 회원국이 상당 부분 겹치는 상황에서 나토 사무총장이 EU 회원국이 아닌 영국에서 배출되는 것은 가당치 않다”며 불가론을 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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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왼쪽)이 13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을 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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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이 13일 백악관에서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과 만나 대화를 나눴다. 그동안 “임기 연장은 없다. 9월까지만 재임하고 물러날 것”이라고 말해 온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9월에 정말 총장직을 그만둘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FT를 비롯한 언론들은 이를 근거로 일제히 “스톨텐베르그 총장이 임기 연장을 받아들일 수도 있음을 내비친 것”이란 해석을 내놓았다. 나토의 한 고위 관계자는 FT에 “스톨텐베르그는 훌륭한 사무총장”이라며 “지금 당장 그를 흔들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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