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8 (금)

집값이 위로 꺾였다…5대 지표로 본 집값 전망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실거래가 지수 뛰고 구매 여력도 좋아져
금리 불안에 미분양 넘쳐나 급등 미지수


한동안 급락하던 집값이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지속적인 상승은 어렵다’는 신중론도 만만찮다. 문재인정부 시절 상승장이 재현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가 하면, 대세 하락장 속에서 일시적으로 집값이 오르는 ‘데드캣 바운스’ 현상에 불과하다는 목소리도 팽팽하다. 본격적인 회복세의 시작일까, 아니면 폭락의 징조일까.

매경이코노미

수도권 아파트 매매 가격이 반등세로 돌아서면서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찍고 다시 올라서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모습. (매경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 실거래가 지수

올 들어 반등세, 분양권 거래도 증가

부동산 시장이 얼마나 활황인지를 보여주는 실거래가 지수는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급격히 회복하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4.74% 상승했고,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1.47% 올랐다. 실거래가 지수는 실제 거래된 아파트의 실거래 가격을 이전 거래가와 비교해 지수화한 지표다.

서울 실거래가 지수는 1월 1.1%, 2월 1.95%, 3월 1.61% 등 3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특히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가 속한 동남권 오름폭이 가장 컸다. 지난 3월 동남권 실거래가는 3.22% 올랐다. 2020년 7월(4.49%) 이후 2년 8개월 만의 최대 상승폭이다. 노원구와 도봉구, 동대문구 등이 속한 동북권은 지난 3월 1.16% 뛰었다. 4월 실거래가 잠정지수는 전국이 0.57%로 추정됐다. 서울도 1.22%를 기록하며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현재의 실거래가 지수 추이를 봤을 때, 부동산 시장은 ‘본격적인 상승세’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아파트 매수 수요가 몰리면서 완만한 형태의 가격 증가세가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급매 물건이 빠지고 급매 아닌 물건들로 거래가 이뤄지면서 자연스럽게 가격 상승이 이뤄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분양권, 입주권 거래 증가를 두고 집값 바닥론 근거로 해석하는 이도 많다. 아직 완공되지 않은 아파트에 수요가 몰리는 것은 그만큼 집값 전망을 밝게 보는 수요자가 많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4~5월 서울 아파트 분양권, 입주권 전매 거래량은 102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1분기 전체 거래량(50건)의 2배를 넘는다. 지난 4월에는 52건, 5월에는 50건이 거래됐다. 5월 거래 신고 기한이 6월 말까지인 점을 고려하면 5월 거래량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인 ‘올림픽파크포레온’ 전용 84㎡ 입주권은 최근 18억원에 거래됐다. 분양가(13억원) 대비 무려 5억원 오른 가격이다.

“실거주 수요를 중심으로 급매 물량이 점차 소진되는 분위기다. 급매 물건을 놓친 매수 희망자들은 급매로 내놓은 주택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신축 아파트나 분양권 매물을 사들이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자연스러운 가격 상승세로 이어졌다. 부동산 가격이 장기 하락으로 접어들었다고 보기에는, 강남권 등 인기 지역 선호도가 높은 상황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분석이다.

매경이코노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 PIR·HAI

대출 부담 줄어 주택 구매력 높아져

부동산 수요자의 ‘주택 구매력’이 높아진 것도 눈여겨볼 만한 요인이다. PIR(가구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 HAI(주택 구입 잠재력 지수) 모두 긍정적인 신호를 나타낸다. 부동산 투자 심리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구매력까지 회복한다면 집값이 ‘안정적인 상승세’로 접어들 확률이 크다.

PIR은 주택 가격을 가구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중위 소득(3분위) 가구가 서울에서 중간 가격대(3분위) 집을 사기 위해 필요한 기간을 나타낸 값이다. 예를 들어 PIR이 12라면, 중위 소득을 받는 근로자가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2년을 모아야 서울에서 중간 수준의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PIR 수치가 낮을수록, 주택 실수요자의 주택 구매 여력이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KB부동산 월간 주택 가격 동향에 따르면 올해 3월 서울 PIR은 10.8로 조사됐다. 1년 전인 2022년 3월 18.4였던 점을 감안하면 많이 떨어졌다. 올 3월 기준 전국 PIR도 4.9로 1년 전(7.3)보다 2.4년 감소했다. PIR이 내려간 만큼 주택 구매 여력이 높아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HAI는 중위 소득 가구가 금융기관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할 때, 현재 소득으로 대출 원리금 상환에 필요한 금액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킨다. 기준은 100이다. HAI가 100보다 클수록 중간 소득 가구가 주택을 무리 없이 구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올 3월 전국 아파트 HAI는 107.3이었다. 지난해 9월 78까지 빠졌다가, 올 들어 1월 102.5, 2월 104.4 등으로 다시 100 위로 올라섰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부동산 가격 하락의 핵심 원인은 집값 구매 부담과 금리 상승, 대출 규제 등 3대 요인이었다. 지금은 3대 요인 모두 일정 수준에서 해소된 상황이다. 서울 송파, 강동, 세종 등 단기 하락폭이 큰 지역 중심으로 투자 부담이 해소되며 저점을 찍고 올라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3) KB선도아파트 50지수

대장주 올랐지만 ‘양극화’ 우려도

대장주 아파트 가격은 집값의 ‘바로미터’라 불린다. 부동산 투자자 ‘투심’이 가장 잘 나타나는 곳이 이들 ‘대장주’ 단지기 때문이다. 이들 아파트가 상승세로 돌아선다면 투심이 어느 정도 회복된 것으로 풀이된다.

대장주 아파트의 아파트 매매 가격을 측정하는 KB선도아파트 50지수는 올 5월 0.1% 상승했다. 지난해 6월 0.06% 상승한 이후 하락세를 이어오다, 무려 11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선도아파트 50지수는 전국 주요 아파트 가운데 시가총액 상위 50개 단지를 선정해 시가총액 지수와 변동률을 측정한다. 아파트 시가총액은 단지 가구 수와 가격을 곱해 산정한다. 서울 강남권 인기 단지인 ‘아크로리버파크’ ‘반포자이’ ‘헬리오시티’뿐 아니라 부산 재건축 대장주 ‘삼익비치’ 등이 지수 측정에 쓰인다. 헬리오시티 전용 84㎡ 실거래가는 연초 16억~17억원대에서 최근 19억원대로 올라섰다.

다만, 현재 상황에서 대장주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전반적인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서울시가 잠실, 삼성, 대치, 청담 등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연장한 데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장주 아파트 가격이 오를 때,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은 오히려 내렸다. 5월 전국 주택 매매 가격은 전월 대비 0.58% 하락했고, 아파트값만 놓고 보면 0.85%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월 대비 0.87% 하락했다.

“입지가 좋은 단지는 앞으로도 가격이 버티거나 오를 것이다. 하지만 강남이 오른다고 전국이 다 오르는 것은 아니다. 지역적인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대장주 아파트 가격만 보고 시장 전체를 판단하기는 이르다.” 이은형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4) 주택 공급량

입주 물량 많고 미분양 넘쳐나 불안

집값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주택 공급을 빼놓을 수 없다.

단기 주택 공급 수준을 보여주는 아파트 분양 물량은 최근 감소세다. 올해 5월 전국 분양 물량은 1만4000가구에 그쳤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분양 시장이 크게 위축됐던 2009년 5월(1만7000가구) 수준과 비교해도 3000가구나 적은 수준이다. 통계가 작성한 2000년 이후 5월 물량으로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공급 물량이 줄어들면 수급 불균형 현상이 나타나면서 집값이 반등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미분양 물량이 여전히 많다는 점이 변수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4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7만1365가구에 달한다. 4월 미분양 물량은 국토교통부가 제시하는 ‘위험선’인 6만2000가구를 훌쩍 넘는다. 또 공사가 끝난 뒤에도 분양되지 못해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8716가구로 전월보다 오히려 0.8% 증가했다. 2021년 6월(9008가구)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입주 예정 물량이 넘쳐나는 만큼 집값 급등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올해 하반기 예정된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16만5887가구다. 올해 상반기(14만3351가구)보다 16%, 지난해 하반기(14만4886가구)보다 14% 각각 많다. 입주 물량이 쏟아져 매물 소화가 되지 않으면 아파트 가격 상승세에 한계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매경이코노미

금리가 동결되면서 대출에 숨통이 틔자 부동산 가격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다만 현재의 금리 동결은 인위적인 조치 성향이 강해 부작용이 터져 나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매경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5) 기준금리

가계부채 부담에 금리 인상 가능성 여전

올 들어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선 배경에는 기준금리 동결이 자리한다. 기준금리가 더 이상 오르지 않고, 정부가 가계대출 금리 상승을 억제하면서 대출 부담이 줄어들었다. 시장에 다시 돈이 풀리면서 집값 상승을 이끌었다.

문제는 현재 금리가 다소 ‘인위적’으로 조정된 지표라는 점이다. 현재 한미 금리 차이는 최대 1.75%포인트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금리 차이로 인한 자금 유출 우려가 크다. 연준이 현재 수준에서 기준금리를 더 올린다면 한국은행도 재차 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한국 경제 ‘뇌관’이라 불리는 가계대출 증가도 한국은행 고민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대출 금리가 3~4%대로 내려앉으면서 가계대출 규모가 커지고 있다. 가계대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 카드를 다시 꺼내들 확률이 높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세계 34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이 102.2%로 가장 높았다. 홍경식 한국은행 통화정책국장은 최근 한은 공식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주택 가격 수준은 여전히 고평가됐고,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인 점을 고려할 때 장기적 거시경제 안정을 위해서는 앞으로도 디레버리징(빚을 상환하는 것)이 꾸준히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3호 (2023.06.14~2023.06.20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