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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취재파일] 경찰차 1,780대 전조등 전량 교체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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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020년 보급 순찰차, 전조등 민원



경찰 직원 내부 게시판에 올라온 글 몇 개를 전달받았습니다. 2019년부터 이따금씩 올라온 글입니다. 경찰 전조등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입니다. 광도가 현저히 낮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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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된 제 차가 더 밝다', '오토바이만도 못하다', '나라의 온갖 일을 하는 사람들한테 깡통 차량을 타고 다니라니' 등 볼멘소리가 이어졌습니다. 어느 직원은 전조등 광도가 낮아 도저히 야간 운행을 할 수 없을 정도였고, 직접 점검을 받았다고 경험담을 적기도 했습니다. 전조등 광도가 낮아 업무를 수행에 지장을 준다는 취지의 글은 올해 초까지도 올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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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0대 전량 교체 소동



경찰청은 결국 전조등을 교체해주기로 했습니다. 2019년과 2020년에 보급된 현대 소나타 순찰차에 저가의 전조등을 바꿔주기로 한 것입니다. 경찰차마다 무상 수리 기간이 3년이긴 했지만, 2019년도에 보급된 차량은 이마저도 이미 끝났습니다. 설령 무상 수리 기간이 남았어도, 이건 수리의 문제가 아니라 교체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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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부의장인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실이 입수한 경찰청 자료를 살펴봤습니다. 원우혁 수석비서관(비서실장)이 도움을 주었습니다. 전조등 교체 대상이 된 차량은 2019년 905대, 2020년 875대입니다. 총 1천780대에 달하는 차량에 저가의 전조등이 보급됐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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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아끼려다 교체 비용 1.6억



경찰청은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2차례에 걸쳐 전조등 교체를 진행했습니다. 신차에 보급되는 LED 전조등으로 바꿔주었습니다. 경찰청은 이번 교체로 경찰차 한 대당 9만 원씩 추가 비용이 들어갔다고 국회에 보고했습니다. 모두 합쳐 1억 6천만 원 정도입니다. (1천780대 X 9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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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6천여만 원은 단순히 전조등 교체 장비 값입니다. 이 과정에서 일선 경찰들이 겪어온 불편함, 교체 과정에서 들어간 시간 낭비는 값으로 환산되지 않았습니다. 애초부터 저가 전조등 옵션을 넣지 않았으면 될 문제였습니다.

물론 저가 전조등을 보급한 게 위법 사항은 아닙니다. 현행법상 자동차 전조등은 광도가 3천 칸델라(candela)만 넘으면 문제가 없습니다. 빛이 오히려 강하면 마주 오는 차량의 시야를 방해할 뿐입니다. 해당 경찰차의 저가 전조등은 이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입니다. 다만, 성능이 다른 전조등에 비해 비교적 떨어질 뿐입니다.

결국은 돈, 예산 문제가 원인



경찰이 그러면 당시 저가 전조등을 보급한 이유는 뭘까요? 돈 문제였습니다. 경찰청은 당시 저가 전조등 보급 사유는 예산 때문이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경찰차 구매 당시 현대자동차 측과 구매 단가를 두고 협상했던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2019년 경우에는 현대차 측이 한 대당 약 4천만 원을 요구했고, 실제로 한 대당 약 3천37만 원에 계약했습니다. 2020년도 현대차 측 요구 단가와 실체 체약 단가는 1천만 원 넘게 차이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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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입장에서는 단가를 20% 넘게 깎아서 예산을 절약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에 교체 대상이 된 전조등 시세를 알아봤습니다. 각 정비소마다 공임비가 다르겠지만, 단가만 놓고 보면 1만 원이 넘지 않는다고 합니다. 경찰청이 이번에 교체 비용으로 대당 9만 원을 잡았으니, 기존 전조등이 얼마나 저렴한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LED 전조등이 능사 아니다?



저가 전조등이 전량 교체 빌미를 제공한 셈입니다. 하지만, 전조등에 대한 잘못된 인식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박병일 자동차 정비 명장에게 자문을 구해봤습니다. 저가 전조등과 최근 보급이 늘고 있는 LED 전조등 사이 성능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습니다. 저가 전조등, 그리고 이보다 성능이 좋은 HID, LED 등의 밝기를 시험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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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가 천차만별인 여러 차량을 상대로 전조등 밝기 시험을 해봤습니다. 결과는 의외였습니다. 저가 전조등의 광도가 오히려 이보다 좋은 HID 등을 장착한 차량보다 높게 나오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박병일 명장은 전조등만 좋은 것을 장착한다고 해서 광도가 개선되는 게 아니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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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자가 맞아야 한다고 합니다. 전조등 전구, 반사경, 그리고 공기 구멍 관리가 동시에 잘돼야 한다고 합니다. 이 세 가지 조건만 잘 갖추면 저가 전조등을 끼어도 밝기에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역으로 아무리 좋은 전조등을 낀들 평소 반사경과 공기 구멍을 잘 닦지 않으면 저가 전조등보다 밝기가 낮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결국 LED 등을 껴도 평소 관리가 부실하면 아무 효과가 없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저가 전조등을 껴도 관리만 세심하게 되면 밝기엔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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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차 예산에 궁색하지 말자



이번 전조등 교체 사태를 보면서 경찰 순찰차 예산에 궁색할 필요가 있는지 곱씹어 봅니다. 구매 담당자 입장에선 예산이 한정돼 있다 보니 단가를 맞추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게 당연합니다. 다만, 우리가 경찰 순찰차에 거는 기대를 생각해보면 예산 절약이 능사는 아닐 것입니다.

경찰차는 우범지역에 야간 순찰을 다니기도 해야 합니다. 때로는 범죄가 의심되는 차량을 추격해야 합니다. 가끔 뉴스를 보면 경찰 차량이 음주 의심 차량을 쫓아가고, 저지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부딪히는 경우도 볼 수 있습니다. 일반 차량보다 튼튼해야 하고, 성능이 더 좋아야 합니다. 해결책은 간단합니다. 경찰차 구입에 더 많은 예산이 투입돼야 합니다. 행안위원회 소속이기도 한 정우택 국회부의장도 "우범지역에 기동력 있게 출동하여 범인을 검거하는 등 각종 상황적 변수가 많은 최일선 현장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순찰차인 만큼 예산 배정에 우선순위를 둬서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라고 제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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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위원회 소속 정우택 국회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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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사례를 보면 우리가 알법한 고가의 차량을 경찰차로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해외 경찰차를 보고 '슈퍼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내에서 '슈퍼카'라 불릴 정도의 초호화 경찰차가 필요한 것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싸구려다', '깡통이다' 등 지적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싸구려 경찰차도 아니고, 초호화 경찰차도 아닌 어느 중간쯤에 답이 있을 것입니다. 그 중간은 일선 지구대, 파출소 경찰들의 안전을 확실히 보장하는 선이 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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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 임동국, 자료제공 : 정우택 의원실)

박찬범 기자 cbcb@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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