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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재명 회동 다음날, 안보실장·장관·차관 동시 비판…“싱하이밍 중국대사 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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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외교안보라인 총출동 이례적 비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만나 한 공개발언 관련, 9일 하루동안 외교안보라인이 전부 나서 비판을 쏟아냈다.

세계일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를 방문해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와 악수를 하고 있다. 이날 이 대표와 싱 대사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 마련 방안, 양국 간 경제협력 및 공공외교 강화 등에 대해 논의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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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9일 오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윤석열정부1년 평가 공동학술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하면서 “국가 간 관계는 상호 존중이 기본”이라며 중국을 특정해 거론했다.

그는 “우리 정부의 국가안보전략은 이전 정부와 차별성이 있다”고 강조하며 “국익을 중심에 두고 원칙, 상호주의에 바탕을 두고 글로벌 중추국가를 지향하며, 중국과의 관계도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이 언급은 전날 싱 대사가 이 대표를 서울 성북구 대사관저로 초청한 자리에서 한 공개발언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됐다. 조 실장은 학술회의 현장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싱 대사 관련 질문에 “연설에 중국 내용이 있으니 그대로 받아들여 달라”고 답했다. 또 “외교부가 잘 처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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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이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서울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 외교·안보·통일 분야 평가와 과제’ 4개 국책연구기관 공동학술회의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던 중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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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학술회의에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맡은 오찬사에서도 중국을 암시하며 꼬집는 발언이 나왔다. 최근 강화되고 있는 진영외교를 강조하면서 “자유가 없는 나라는 (경제 번영을 할 수 없어) 베끼고 훔쳐서 따라갈 뿐”이라고 말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오후에 열린 외교부 행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외교 관례라는 게 있고 대사의 역할은 우호를 증진하는 것이지 오해를 확산하면 안 된다”며 싱 대사가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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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외교부 장관이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경제안보외교센터 개소 1주년을 기념해 열린 제3차 경제안보 외교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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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는 이날 오전 싱 대사를 비공개 초치한 뒤, 오후에 초치가 있었던 사실을 공개했다.

외교부 측은 장호진 1차관이 서울 정부종합청사로 싱 대사를 불러 “어제 우리나라 야당 대표와의 만찬 계기 싱 대사의 외교 관례에 어긋나는 비상식적이고 도발적인 언행에 대해 엄중 경고하고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또 “장 차관은 주한대사가 다수의 언론매체 앞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과 묵과할 수 없는 표현으로 우리 정부 정책을 비판한 것은 외교사절의 우호 관계 증진 임무를 규정한 비엔나협약과 외교 관례에 어긋날 뿐 아니라 우리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내정간섭에 해당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고 했다.

장 차관은 “이번 언행과 관련 외교사절의 본분에 벗어나지 않도록 처신해야 할 것이며, 모든 결과는 본인의 책임이 될 것”이라고 분명하게 경고했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싱 대사는 전날 저녁 대사관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나 대화 서두에 언론에 공개발언 중 일부가 논란이 됐다. 조선일보는 9일자 1면에 ‘중국 대사, “미국 승리에 베팅, 나중에 반드시 후회”’라는 제목의 톱기사를 실었다. “후회”까지 거론하며 위협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와 싱 대사의 24분 상당의 공개발언 전체 영상을 보면, 싱 대사는 처음에 “(이 대표를) 만날 때마다 좋은 고견을 해주시고 저도 그것을 들어서 많이 배웠습니다. 대단히 고맙습니다. 중국에서는 이회 삼회(2,3번) 만나면 친구라는 말이 있는데, 제가 그렇게 친구로 생각해서 그래도 솔직하게 몇가지를 말씀 올리겠습니다”며 테이블에 접어 두었던 미리 준비한 원고를 펼쳐 읽어내려갔다.

그는 통역없이 직접 주재국 언어인 한국어를 사용했으나 발음이 부정확하거나 조사 사용이 정확하지 않기도 해 즉석에서 알아듣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그는 “현재 중한(한·중)관계가 많은 어려움을(에) 부딪혔습니다. 저는 이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가슴을, 가슴이 아프, 아픕니다. 솔직히 그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한국의 핵심 관심사항을 존중하는 동시에 한국도 중국의 핵심관심사항(대만 문제)을 존중해 줬으면 대단히 고맙겠습니다”, “대만 문제를, 중국의 핵심 우려를 확실하게 존중해 주었으면 대단히 고맙겠습니다”라고 거듭 말했다.

그는 이 대표가 지적한 한·중 경제 문제에 대해서도 화답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싱 대사는 “최근 한국이 대중국 무역적자가, 우리 대표님도 말씀하셨습니다, 확대되고 있는 문제를 우리가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점도 말씀 드립니다”라거나, 원고 읽기를 잠시 중단하고 “중국 정부에서도, 아까 그 대표님 말씀하신 바와 같이, 계속해서 대중투자의 한국기업들은 성장할 수 있도록, 돈을 벌 수 있도록, 계속해서 고민하고 여러가지 도와주는 조치를 계속 강구하겠습니다”라고 했다.

특히 문제시된 ‘베팅’, ‘후회’ 발언은 그 후 이어졌다. “베팅”은 두 번 다 발음이 정확하지 않았다.

“우리는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처리할 때 외부요소의 방해에서 그 벗어나 주었으면 대단히 고맙겠습니다. 미국이 전략(력)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 속에서 일가(각)에서 미국이 승리할 것이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그런 대 파팅(베팅)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입니다. 그리고 역사의 흐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입니다. 중국이(의) 역사와 사회제도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를(그것은) 탈(탁)상공론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 국민들은 일심단결해서 시진핑주석 지도 하에 위대한 중국몽을, 중국꿈을 실행하자는 그런 결심을 잘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삼십년 전에 중국은(을) 부정적으로 바라본 분들이 있었는데 그분들은 중국 붕괴론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삼십년이 흐른 지금 중국은 탄탄한 성과를 통해서 잘못된 주장임을 증명했습니다. 단언할 수 있는 것은, 현재 중국이(의), 패배를 배릉(베팅)하는, 이른, 이들이, 아마 앞으로 반드시 후회는 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그는 “계속해서 중한관계에 관심과 지지를 보여주시고 양국관게 안정적이고 건전적인 발전을 위해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주시면 대단히 고맙겠습니다”라고 했다. 준비한 원고를 다 읽은 뒤엔 “우리 그 또 우리 대표님 오셨으니까 이런 관심사항에 대해서 저희 입장을 다 보고드렸습니다. 우리 입장은…(불명확하고 원고 없음) 이렇게 될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마무리했다.

원고에서 “존중해 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는 “존중해주면 대단히 고맙겠습니다”로, “해주시기 바랍니다”는 “해주시면 대단히 고맙겠습니다” 등으로 현장에서 바꿔 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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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일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를 방문해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와 만찬 회동을 하고 있다. 이날 이 대표와 싱 대사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 마련 방안, 양국 간 경제협력 및 공공외교 강화 등에 대해 논의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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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 대사가 읽은 원고는 5쪽 분량이다. ‘베팅’, ‘후회’ 발언 외에 양국의 역사를 비롯해 △중국 정부는 한국과의 관계를 매우 중시한다 △현재 어려움의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으며 한국은 대만 문제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존중하기 바란다 △한국의 대중무역적자는 세계 경제 부진, 반도체 업황 하락도 있지만 일각에서 탈중국화를 추진하는 것이 원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양국관계 건전한 발전을 위해 역할을 해달라 △중국은 한반도 평화, 한반도 비핵화,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입장을 견지한다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시험 중단과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다시 추진해 정세 완화와 대화 재개를 호소한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를 거짓으로 정당화하고 있다 △중국과 한국은 자국민 생명 안전을 지키고 해양 생태 보호를 위해 오염수 방류를 최선을 다해 저지해야 한다는 내용 등으로 채워졌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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