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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숨길 것 남았나…선관위 "채용특혜 의혹만 감사받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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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국민의힘 의원들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전·현직 간부들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한해 감사원 감사를 받기로 결정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규탄대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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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전·현직 간부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한정해 감사원의 감사를 받기로 결정했다. 국민적 공분이 큰 의혹인 데다 여권의 강한 압박이 이어지자 결국 기존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다만 선관위는 전면 감사는 거부한 데다 헌법재판소에 선관위가 감사원 감사 대상이 되는지 판단을 구하는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기로 했다. 애초 자신들 잘못이 큰데도 끝까지 법리만 따지려는 태도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9일 선관위는 '당면 현안에 관한 입장'을 내고 "최근에 발생한 선관위 고위직 간부 자녀의 특혜 채용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적 의혹이 너무나 크다"며 "의혹을 조속히 해소하고 당면한 총선 준비에 매진하기 위해 이 문제에 관해 감사원 감사를 받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선관위 결정은 지난 2일 선관위는 감사원의 대상이 아니라면서 위원 만장일치로 감사를 거부한 지 일주일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선관위는 감사원 감사를 수용하면서도 "행정부 소속 감사원이 선관위의 고유 직무에 대해 감사하는 것은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규정한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선관위에 대한 감사 범위에 대해 감사원과 선관위가 다투는 것으로 비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감사원에 선관위 감사 권한이 있는지 헌재로부터 최종 해석을 구하겠다는 취지로, 헌법기관이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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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악 선관위원장은 9일 오전 위원회의 참석을 위해 경기도 과천청사에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태에 대해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고 겸허한 자세로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면서도 "당장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달 27일 전현희 권익위원장의 임기가 끝나는 권익위는 이날 자녀 특혜 채용 의혹 관련 조사에서 범위를 넓혀 각종 부패행위에 대해서도 집중 신고를 받기로 하는 등 선관위에 대한 전방위 조사에 착수했다.

권익위는 선관위 채용 비리 전담조사단을 총 32명, 5개반으로 구성했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국장급 부단장 1명과 과장급 3명, 조사 인력 27명이 포함됐다. 권익위는 경찰 인력 2명과 인사혁신처 인력 4명도 12일자로 파견받아 현장 조사를 시작할 방침이다. 권익위는 최근 7년간의 채용과 승진 사례를 전수조사할 계획으로 퇴직자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감사원이 선관위에 대한 감사를 계속 주장하면 민주당은 감사원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이날 선관위 결정에 대해 "감사 범위는 감사원이 결정한 사안이다. 이미 조사를 시작한 권익위와는 중복되지 않도록 협조해서 진행할 예정"이라며 신속히 감사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선관위가) 감사를 수용했으므로 현재로서는 감사 거부 등과 관련된 수사 요청 계획은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선관위는 이날 수뇌부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임 사무차장으로 허철훈 서울시선관위 상임위원을 임명했다. 선관위는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차질 없이 준비해야 하는 만큼 실무적 업무 능력뿐만 아니라 조직 쇄신 의지와 높은 도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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