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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사설] 전세사기 피해 절반이 청년, 제도적 허점 메울 대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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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정부 차원에서 실시된 전세사기 특별 단속에서 전세사기 의심으로 검거된 피의자가 2900명에 달하고, 이 중 288명이 구속됐다. 수사 과정에서 획인된 피해자는 3000여명, 피해액은 4600억원에 이른다. 무엇보다 피해자의 절반이 사회초년생인 20·30대 젊은이라는 사실이 안타깝다. 전 재산이나 다름 없는 전세금을 잃고 벼랑 끝으로 내몰린 현실을 사회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국토교통부가 2020~2022년 거래 신고된 빌라·오피스텔·저가 아파트 중 1332건에서 전세사기 의심으로 적발해 수사 의뢰한 내용을 보면 가히 충격적이다. 피의자 970명 가운데 414명(42.7%)이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이고, 임대인 264명(27.2%), 건축주 161명(16.6%), 분양·컨설팅업자 72명(7.4%)으로, 부동산거래 전반에서 총체적인 범죄가 일어났다. 무엇보다 거래의 가교 역할을 하는 공인중개사들이 집중적으로 범죄에 가담했다니 놀랍다.

세입자들은 부동산중개인의 말을 믿고 거래하는 게 일반적인데 범죄에 가담한 중개인들은 근저당이 붙어 있어도 안전하다며, 이행보증서를 걸고 안심시켰다.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는 사정을 알고도 중개한 것이다. 이들은 감정평가액을 고의로 부풀리기도 했다. 건축주, 분양업체, 명의대여자, 공인중개사 등이 짜고 사기를 친 정황도 있다. 서로 역할을 맡아 집값보다 비싼 전세보증금을 받아 다단계식으로 수백, 수천채의 빌라를 사들이는 수법이 동원됐다. 전세사기가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경찰이 적발한 10개 무자본 갭투자 조직이 보유한 주택이 1만300여채에 달할 정도다. 경찰이 이번 전세사기 검거에 범죄집단조직 혐의를 적용한 것도 기획적이고 피해가 광범위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들로부터 피해를 입은 세입자는 30대 1065명(35.6%), 20대 563명(18.8%)으로, 10명 중 5명 이상이 20·30대 청년이다. 피해액은 1억원 이상~2억원 미만이 1008명(33.7%), 5000만원 이상~1억원 미만이 999명(33.3%)이다. 주로 종잣돈이 적은 사회초년생이 피해를 고스란히 본 것이다. 피해액 환수와 함께 사기범들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무겁게 물어야 한다.

사회적 재난에 가까운 전세사기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우선 허점이 많은 제도를 전반적으로 손봐야 한다. 사기범들이 무자본 갭투기를 할 수 있는 여지를 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허술한 가입 기준과 심사를 한층 강화하고, 사회신뢰성을 깨트린 공인중개사의 법적 책임도 높여야 한다. 더는 전세사기로 젊은이들과 서민이 거리로 내몰려 눈물 짓는 일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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