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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日상의 회장 “최태원 회장 휠체어 밀어주려했는데”... 6년만에 열린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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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대한상의와 일본상의가 ‘제12회 한일 상의 회장단 회의’를 부산 시그니엘호텔에서 오전 9시부터 열고 있다.

한일상의 회장단회의는 한일 경제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해온 순수 민간 차원의 협의체다. 상의가 보유한 광범위한 지역 네트워크를 활용해 한일 지역경제 협력을 논의 하는 대표 경협채널이었지만, 2017년 7월 일본에서 마지막으로 열린 뒤 한일 관계가 경색되면서 중단됐다가 6년만에 열리는 것이다.

이날 8시 55분쯤 호텔 4층 행사장에 도착한 최태원 회장은 휠체어를 탄 채였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뒤에는 휠체어에서 일어나 목발을 짚고 이동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최 회장을 만난 고바야시 켄 일본 상의 회장은 “괜찮으세요. 다시 만나서 반갑습니다”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괜찮습니다. 다친 지가 얼마 안 돼서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가 조금 시간이 걸려서 오늘 올지 말지 몰랐는데 오게 됐습니다”라고 했다.

고바야시 회장이 “어떤 상태세요?”라고 묻고 최 회장이 “다리 인대가 끊어졌다”고 하자 고바야시 회장은 “슬로리~ 슬로리(”천천히 천천히 가세요)”라며 배려했다. 최 회장은 “저희가 회장님을 잘 모셔야하는데 제가 이렇게 돼서 회장님이 오히려저를 돌봐주시네요”라고 답했다.

고바야시 회장은 어깨를 살짝 감싸면서 “다이조부~ 다이조부~(괜찮습니다)”를 연발했다. 고바야시 회장은 “제가 뒤에서 휠체어를 밀었으면 좋았을 뻔 했습니다”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날 최태원 회장은 인사말에서 “한 분, 한 분 일본에서 오신 상공회의소의 회장님들 인사를 드렸어야 하는데 제가 부상을 당하는 관계로 인사를 나중에 드리도록 하겠다.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또 “최근 한일관계는 연이은 양국 정상회담으로 12년 만에 셔틀 외교가 복원되는 등 중대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발전을 토대로 양국 간의 관계를 강화하고 경제협력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민간 부문에서도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상의 사업 중 하나는 2030년 부산세계엑스포 유치”라며 “부산엑스포는 전 세계적인 도전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한 부분으로 설명드릴 수 있으며 곧 열릴 2025 일본 오사카 간사이 엑스포와도 하나의 솔루션 플랫폼으로 연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일본 속담에 세 사람이 모이면 문수보살과 같은 좋은 지혜가 나온다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1명보다는 여러 사람이 힘을 합치면 좋은 지혜가 나온다는 의미”라며 “오늘 회의에서도 상의가 머리를 맞대고 미래를 위한 새로운 도전 과제에 대한 협력 방안을 함께 모색하자”고 했다.

이에 고바야시 켄 회장은 “저는 최 회장님의 건강한 모습을 못뵐까 걱정했었는데 오늘 이렇게 무사히 부산에 도착하셔서 아까 만나 뵙고 안심했다”며 “사실 저는 최 회장님을 제가 휠체어를 밀면서 제가 들어오려고 했었다. 아직 젊으셔서 본인이 직접 걸어오셨다. 그래서 정말 진심으로 위안을 드린다”고 말했다.

또 “방문단을 따뜻하게 환대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의 위기를 극복하고 그리고 전후 최악이라고 불렸던 한일 관계도 양국 정부의 부단한 노력으로 인하여 정상화되었고 그리고 오늘 드디어 저희 상공회의소 양국의 교류도 드디어 이루어져 진심으로 기쁘다”고 했다.

고바야시 회장은 “양국 관계가 이렇게 개선의 궤도에 오르게 되었다고 생각이 되므로 기쁘게 생각한다. 오늘은 논의할 예정입니다만 일본과 한국의 산업계는 상호 보완의 관계에 있고 먹는 것, 입는 것부터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공급망이 구축되고 있다. 한일의 경제계는 더욱더 끊을 수 없는 긴밀한 관계에 있다”고 했다.

“인적 교류의 확대도 중요한 테마”라며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해외에서 오신 방일 관광객 중 약 30%가 되는 206만 7000명이 한국에서 오셨다. 같은기간 해외에서 한국을 방문하신 관광객 중 약 20%가 되는 48만 1000명이 일본에서 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2025년 오사카 간사이 엑스포, 2030년 유치를 목표를 하고 있는 부산엑스포를 계기로 한 교류와 한일 간 자매도시 간의 지방 교류, 관광과 문화와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가 활성화되고 중추적으로 한일 간의 교류가 확대되어 상호 이해가 심화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양국 상의는 “대한상의는 2025년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일본상의는 2030년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실현을 위해 적극 협력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공동성명서에는 또 “한일 양국의 공통 과제인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 경제안보를 바탕으로 한 공급망 재구축, 탄소중립, AI거버넌스 구축, 사이버 보안, 디지털 전환,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협력을 촉진한다. 한일협력 방안에 대해 다른 경제단체와도 연계하여 검토를 계속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한일 자매 도시 등 지방 차원의 교류 재개를 추진하며, 경제, 관광, 문화,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 넓은 교류를 실현하고 상호 이해를 더욱 돈독히 한다”는 내용도 추가됐다.

이날 참석자는 33명으로 한국 측에서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지역상의를 대표해 장인화 부산상의 회장(동일철강 회장), 이재하 대구상의 회장(삼보모터스 대표), 심재선 인천상의 회장(공성운수 대표), 정태희 대전상의 회장(삼진정밀 대표), 이윤철 울산상의 회장(금양그린파워) 등이 참석했고, 국내 5대 그룹을 대표해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이형희 SK커뮤니케이션위원회 위원장, 김동욱 현대자동차 부사장, 하범종 LG 사장, 이동우 롯데지주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일본 측은 고바야시 켄 일본상의 회장(미쓰비시상사 상담역)을 비롯해 지역상의에서 도리이 신고 오사카상의 회장(산토리홀딩스 대표), 우에노 다카시 요코하마상의 회장(우에노트랜스테크 회장), 다니가와 히로미치 후쿠오카상의 회장(서일본시티은행 회장)이 참석했다. 일본 대기업을 대표해선 노모토 히로후미 도큐그룹 회장, 다가와 히로미 JTB 상담역, 이와모토 도시오 NTT데이터 상담역 등이 참석했다.

양국 대표 경제인들의 한일 경제협력 활성화 방안에 대한 주제발표와 의견교환 시간을 가졌다. 장인화 부산상의 회장은 ‘한국 경제 동향 및 과제’ 발표를 통해 “최근 한국은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구조적인 저성장기로 진입할 위험이 있다”며 “한국 저출생 주원인 중 하나인 여성 경력단절을 막고, 청년에게는 직업 훈련 기회 등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에노 다카시 요코하마상의 회장은 “개인 소비는 물가 상승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증가세이고 기업도 높은 수익을 바탕으로 설비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및 금리 인상 기조와 자원과 곡물 가격 급등 등의 위험이 경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일 양국의 산업별 경제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이재하 대구상의 회장은 “양국을 둘러싼 글로벌 경제질서 변화 속에서 반도체, 전기차(EV)·배터리, 핵심광물, 에너지 등 업종에서 산업협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다니가와 히로미치 후쿠오카상의 회장은 ‘관광산업에서의 한일연계 가능성’, 이와모토 도시오 NTT데이터 상담역이 ‘양국이 지향하는 디지털 사회의 방향’, 도리이 신고 오사카상의 회장이 ‘오사카상의에 대한 소개’를 발표했다.

다음 제13차 회의는 2024년 오사카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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