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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인플레·집값 고평가·환율·PF, 통화정책 잠재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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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우선 근원물가 하락폭 둔화 꼽아

공공료 인상 현실화 땐 물가 흔들

소득 수준보다 높은 집값도 위험

다시 늘어나는 가계부채 주의해야

통화기조 바뀌면 환율 상승 압박

연내 금리인하 반대 입장 밝힌 셈

부동산 금융 관련된 신용 리스크

시장 불안 확산될 가능성 지적도

한국은행이 향후 통화정책 관련 잠재 리스크(위험)로 떨어지지 않는 근원물가, 여전히 고평가된 주택 가격으로 인한 금융불균형, 환율 불안,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발 금융 불안 등 4가지 요소를 지목했다. 우리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진단하고,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일축했다는 평가다. 주택 가격 하락세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봤다.

한은은 8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이번 금리 인상 과정에서 마주한 여러 리스크 요인 가운데 상당부분이 해소되지 못한 채 잠재 리스크로 남아 있다”며 “리스크 요인이 복합적으로 연계돼 있어 정책 운용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이상형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3년 6월)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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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잠재적 위험 요소로는 인플레이션의 높은 불확실성이 꼽혔다. 한은은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물가의 하락폭이 둔화하는 상황을 우려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물가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이 3월 4.2%에서 5월 3.3%로 0.9%포인트 하락하는 동안 근원물가상승률은 0.1%포인트 하락에 그쳤다. 그간의 에너지가격 상승 등 누적된 비용상승 요인 영향과 양호한 소비회복 흐름 및 고용상황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공공요금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물가 추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예상이다. 앞서 한은은 전기·도시가스 요금 인상으로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이 0.1%포인트 추가로 올라갈 것으로 예측했다.

‘금융 불균형’도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됐다. 주택 가격이 여전히 소득수준보다 월등히 고평가돼 있고, 가계부채 비율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규제 완화, 정책모기지 등 영향으로 주택가격 하락세가 빠르게 둔화하고, 은행 가계대출도 다시 늘어나면서 가계부채 디레버리징(부채 상환 및 축소)이 지연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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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주택 가격 급락세가 진정되는 등 경착륙 우려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라면서도 “중장기적으로 주택 가격이 다시 빠르게 상승하면 가계부채가 늘고 금융 불균형 완화를 지연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환부문 불안 가능성도 잠재 리스크다. 한은은 국내 통화정책 기조가 조기에 전환되면 환율 상승 압력이 다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연내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일각의 예상에 반대 입장을 밝힌 셈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행보도 외환시장의 변수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다음 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지만, 7월에는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7월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경우 한·미 금리차는 사상 처음으로 2%포인트(상단 기준)까지 벌어진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 여부에 대해 금리차만이 아니라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부총재보는 “5월 FOMC로 (한·미 금리차가) 역대 최대로 확대됐지만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며 “환율 움직임에 대해 단순히 금리 격차뿐 아니라 주요국의 여러 통화정책이나 물가, 경기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은행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부동산 금융 관련 신용 리스크가 시장 불안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와 같은 시장 전반의 리스크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진단이다.

한편 한은은 최근 주택시장 하락세가 둔화하고 있으나 높은 금리 수준, 전세시장 불안 등을 고려하면 주택 가격이 당분간 하방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전세가는 2년 전과 비교해 상당폭의 하락 수준을 보이고 있어 역전세난 우려가 높다고 진단했다.

이병훈 기자 bh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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