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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물가와 GDP

“물가 내렸다고? 어딜 봐서”…생필품값 고공행진에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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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23년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1.13(2020년=100)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3.3% 올랐다. 지난 2021년 10월(3.2%) 이후로 1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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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은 것도 몇 개 없는데 장 볼 때마다 20만원이에요.”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50대 직장인 A씨는 대형마트에 갈 때마다 한숨만 나온다고 토로했다. ‘할인’, ‘세일’, ‘특가’ 등이 적힌 상품만 집어 드는데도 가격이 만만치 않아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A씨는 “4인 가구라 유독 더 체감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랐다”며 “조금이라도 아껴보려 생전 안 해본 산지직구, 공동구매, 구독서비스 등을 이용 중”이라고 설명했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보다 3.3% 상승한 111.13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0년을 기준치(100)로 잡았을 때 지표인데 2021년 10월(3.2%) 이후 1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지표상으로는 분명 낮아졌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곡소리’가 나온다. 전반적인 물가상승률이 둔화하고 있을 뿐, 먹거리와 전기료 등 체감하기 쉬운 품목들의 가격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기 때문이다.

먹거리의 경우 ▲치즈(21.9%) ▲어묵(19.7%) ▲피자(12.2%) ▲빵(11.5%) ▲햄버거(10.3%) ▲김밥(10.1%) 등이 모두 전년 동월보다 올랐다. 가공식품과 외식 부문 세부 품목 112개 중 31개의 상승률이 10% 이상이었다.

서민 음식의 대표 격인 라면도 지난달 가격상승률(13.1%)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라면 물가가 오른 건 지난해 9월 이후 8개월 연속이다. 종전 최고 상승률은 2009년 2월(14.3%)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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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라면을 고르는 한 소비자의 모습. 라면 물가가 오른 건 지난해 9월 이후 8개월 연속이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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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내 지출 부담도 크지만, 인건비까지 고려해야 하는 식당가에서는 상승 폭이 더 크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올해 4월 서울 지역 삼계탕 한 그릇 가격은 1만6346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1만4500원)보다 12.7% 급등한 수준이다.

점심 한 끼 가격도 부담스러운 수준에 이르자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저가 한식뷔페, 저가 초밥집, 중저가 뷔페 등이 주목받는 분위기다. 데이터 조사·분석 기업 아하트렌드가 외식 프랜차이즈 3800개 브랜드를 조사한 결과, 올해 1~4월 뷔페, 무한리필, 샐러드바 형태의 외식 브랜드 검색량이 전년보다 102% 늘었다.

외식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소비자들도 씀씀이가 인색해졌지만, 자영업자들도 어렵긴 매한가지다. 서울 강남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재료비에 인건비, 가스비 등을 다 고려해야 해 정말 죽을 맛”이라고 호소했다.

외식·식품업계에서는 체감경기 불황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먹거리 가격은 하방 경직성이 커 한번 오르면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데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데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특정 요인이 가격 인상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전방위적으로 모든 부분에서 추가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소비자로서도, 기업으로서도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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