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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고민 깊어지는 한은 “인플레·가계부채·환율 여전히 불안···올해 긴축 정도 축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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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상형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3년 6월)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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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물가오름세) 하락 속도의 불확실성, 높은 가계부채 비율, 환율 상승 압력이 다시 높아질 가능성 등을 향후 통화정책의 잠재 위험으로 진단했다. 또 한은은 “올해 들어 긴축의 정도가 상당폭 축소된 것으로 추정된다”고도 평가했다. 한은의 이같은 진단과 평가는 모두 긴축을 지지하는 근거로 볼 수 있어, 앞으로도 상당기간 긴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호주와 캐나다 중앙은행이 금리인상을 결정한 가운데 여전히 끈끈한 물가와 성장 둔화 사이에서 ‘추가 인상 여부’를 놓고 한은의 고민이 더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7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이번 금리 인상 과정에서 마주한 여러 위험 요인 가운데 상당 부분이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 채 잠재 리스크로 남아있다”고 밝혔다.

우선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지만, 기조적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들이 하방 경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3.3%까지 내려왔지만, 한은이 추정한 기조적 물가지표의 중위값은 올 4월 3.9% 수준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돈다. 한은은 “향후 인플레이션의 하락 속도와 관련해 불확실성이 높다”면서 “특히 전기·도시가스 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이 오랜 기간에 걸쳐 물가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공공요금 인상은 기업의 생산원가 등에 영향을 미쳐 파급효과가 크고 그 영향이 장기간 지속되기 때문이다. 또 예기치 못한 공급 충격 등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다시 오를 가능성도 거론됐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설명회에서 호주·캐나다 등이 깜짝 인상에 나선 것에 대해 “호주·캐나다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하락했다가 반등하고 근원물가 경직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통화정책을 좀 더 제약적인 수준으로 가져가 물가를 목표 수준으로 만들려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우리나라는 호주·캐나다와 같다고 볼 순 없으나 물가 상황에 대해서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높은 가계부채 수준 등 금융 불균형 해소가 생각보다 더딘 점도 위험 요소로 꼽혔다.

한은은 “주택가격이 여전히 소득수준과 괴리돼 고평가됐고, 가계부채 비율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정부 규제 완화 등의 영향으로 올해 들어 주택가격 하락세가 빠르게 둔화하고, 주택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은행 가계대출도 재차 증가함에 따라 가계부채 디레버리징(부채 상환·축소)이 지연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은이 2010년 1분기에서 2022년 3분기까지 주요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 증가폭을 비교해봤더니, 한국은 이 기간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32.7%포인트나 올라 비교 국가 중에서 가장 큰폭 늘었다. 미국(-20.6%포인트), 영국(-12.9%포인트) 등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계부채를 축소하는 동안 한국은 쉬지 않고 늘려왔다는 뜻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 가능성도 안심할 수 없는 요소다. 한은은 “경상수지 적자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를 추가 인상하거나 국내 통화정책 기조가 조기에 전환될 경우에는 환율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질 수도 있다”며 “경상수지 개선이 지연되면 성장 하방 위험과 외환 수급 불균형 위험이 커지면서 대외건전성에 대한 신뢰가 약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와 같은 ‘신용·유동성 위기’의 불씨도 아직 살아있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한은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부동산업 대출 비중이 큰 비은행 금융기관의 기업대출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증권 관련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큰 증권사와 건설사에 대한 신용 경계도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현재 기준금리(3.50%)를 중립 금리 범위를 소폭 웃도는 ‘긴축적 수준’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시장금리 차원에서는 올해 들어 장단기 국고채 금리가 빠르게 떨어져 긴축의 정도가 상당폭 축소된 것으로 추정했다. 한은은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 나갈 것”이라며 “추가 인상 필요성은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성장의 하방위험과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그간의 금리인상 파급효과,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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