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드슨강 지킴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값싸고 손쉬운 방법일 뿐”

인디언 포인트 원자력발전소의 60년 역사에서 뉴욕주 웨스트체스터 지역 환경단체 ‘리버키퍼’(Riverkeeper)를 빼놓고 말하기 어렵다. 강 지킴이를 자처한 어부들이 만든 허드슨강 어부협회가 전신인 이 단체는 1970년대부터 원전 운영 감시 활동과 원전 폐쇄 캠페인을 벌였고 지금은 오염수 방류 반대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환경 전문 변호사로 리버키퍼의 법률 국장을 지낸 리처드 웹스터를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화상으로 만났다. 그는 뉴욕주 정부가 만든 원전 해체 감독위원회(DOB) 위원이기도 하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그는 일본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에 대해 “값싸고 손쉬운 방법”이라고 일갈하며, 일본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할 수 있는데까지 오염수 방류를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삼중수소 등 방사능 물질의 안전성을 입증해야 할 책임은 원자력 업계에 있다고도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리처드 웹스터 뉴욕주 원전 해체 감독 위원회(DOB) 위원. Riverkeeper 제공

- 뉴욕 주정부 산하 DOB 위원으로 사측(홀텍)에 무엇을 요구했나.

“방류 관련 정보의 사전 제공, 방류 계획 철회, 대안 마련 등을 요구했다. 아직도 싸울 게 많지만, (방류 일시 보류로) 적어도 1라운드에서는 시민들이 이겼다. 원전 해체 과정에서는 투명성 확립이 관건이다. 원전 업계는 대중이 알고자 하는 내용을 숨기려는 관행이 있다.”

- 삼중수소 위험성에 대해 DOB는 어떤 과학적 증거를 제시했나.

“이것은 과학에 관한 싸움을 넘어서는 문제다. 당장 끔찍한 건강 문제를 야기한다는 입장과 별다른 위험이 없다는 입장만 맞부딪치면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간다. 분명한 것은 발암물질인 삼중수소가 특정 기준치 아래로 검출된다고 사람들이 안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오염수를 방류하지 않는 것이 디폴트(기본값)가 되어야 한다. 대중도 건강 우려를 확실히 덜지 못한다면 방류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안전성 증명은 방류를 원하는 쪽의 몫이라는 것인가.

“그렇다. 시민들이 해롭다고 증명하기 이전에 업계가 완전히 안전하다고 증명할 책임이 있다.”

- 강물 방류 외에 어떤 대안이 있나.

“오염수를 시멘트 등에 주입해 고체화한 후 폐기장에 버리는 방안, 삼중수소를 물에서 분리·정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이런 대안이 여의치 않다면 적어도 삼중수소 반감기인 최소 12년간은 오염수를 저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이미 오랫동안 오염수 방류가 이뤄져왔는데 왜 지금 와서 문제삼느냐는 주장도 있다.

“어떤 일이 50년간 이뤄졌다고 해서 다음 50년 동안에도 계속 되어야 하는가. 원전이 가동될 때는 전력 때문에 견뎠지만, 이제는 대중의 인식이 달라졌다.”

-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입장은.

“NRC가 홀텍의 방출 계획을 승인했다. 그들은 왜 (기준을) 바꿔야 하느냐고 생각한다. NRC는 사측에 매우 우호적인 정부 기구다. 시민들은 물론이고 상원의원의 목소리에조차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다.”

-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을 어떻게 평가하나.

“고준위 방사성 핵폐기물 처리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방사성 물질을 그냥 바다에 버리지 않는 것이 문제 해결의 전제가 돼야 한다. 지금은 값싸고 손쉬운 방법만을 추구하고 있다. 업계는 다른 방식의 폐기물 처리 방법을 고민하고, 대중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대중이 감정적이거나 비합리적이라고 하기 전에 그들이 어떻게 느끼는 지를 업계는 직시해야 한다.”

- 일본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정화한 오염수가 기준치 아래라고 주장한다.

“기준 설정 과정을 되짚어봐야 한다. 미 환경보호청(EPA)의 식수 기준과 비교하면 오염수의 삼중수소 함유량이 오히려 낮게 나왔다. EPA 기준이 건강이 아닌 (기업의) 달성 가능 여부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또한 전통적으로 건강한 남성을 대상으로 기준을 만들어온 관행이 있다. (안전 기준이) 여성이나 어린이를 보호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 일본에 기술적 지원을 제공하는 IAEA도 사실상 방류를 승인했다.

“할 수 있는 한 방류를 피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피할 수 없는 경우에만 방류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리처드 웹스터 뉴욕주 원전 해체 감독 위원회(DOB) 위원이 지난 5월26일(현지시간) 경향신문과 화상인터뷰를 하고 있다. 줌화면 캡처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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