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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마음상담소] ‘내가 옳다’라는 신념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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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남편이 문제예요. 술을 너무 마시는데 고쳐 주세요.”

“아내가 문제입니다. 시도 때도 없는 잔소리 때문에 미치겠습니다.”

부부 상담은 대개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상대방 말이나 행동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때, 상대방 목덜미를 붙잡아서 질질질 끌고 상담실에 오면서 시작된다. 한마디로, 부부 상담을 받으러 오는 사람은 서로 배우자가 문제라고 생각하고 주장한다.

그런데 무척 신기하게도, 상담을 받아 보자고 배우자를 설득해서 끌고(?) 온 사람이, 부부 사이에 생긴 문제에 대해서 상대방 탓을 하면 할수록, 사실은 그 사람이 문제를 주로 일으키는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상담을 할수록 깨닫는 진실이다.

왜냐하면 어떤 형태로든 부부 사이에 폭력이나 학대 행위가 오고가지 않는 한, 부부 문제는 한쪽이 일방적으로 잘못해서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즉, 서로 부족하고 서로 잘못을 저지르기 때문에 생기는 쌍방과실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부 상담을 신청하는 사람들 다수는 부부 갈등 문제가 온전히 상대방이 잘못해서 생겼다고 우긴다. 특히, 상담을 시작할 때부터 ‘나는 잘못하지 않았으니까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앉아 있는 경우가 대단히 많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길까? 문화심리학에서는 한국인의 문화적 정체성을 관계주의 속 ‘주체성 자기’로 이해한다. 한국인은 거의 언제나 주변 사람을 의식하지만,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기보다는 영향을 주려고 한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내 말을 따라야 한다는 관점.

한국인은 부부 관계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관계에서 자기가 생각한 대로 관계를 주도하고 싶어한다. 우리는 상대방이 생각하는 바나 느끼는 바에 대해서 관심이 없진 않지만, 결국 끝에 가서는 ‘내 마음대로’ 하고 싶어한다.

가장 한국적인 감성이라는 ‘정(情)’도 그렇다. 기본적으로 정은 이타적이어서 타인이 필요한 바를 채워주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결국 ‘내 마음대로’ 주고 싶다는 논리다.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 건강하게 그어져 있는 선을 쉽게 넘는다.

‘왜 내 마음을 몰라 주느냐?’ 부부 상담을 받는 두 사람이 이렇게 자기중심적인 사고에 머물러 있는 한, 배는 산으로 가게 마련이다.

상대방도 거대한 우주라는 사실, 그 우주로 들어가려면 일정 부분 나를 포기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 모두 이 사실을 겸허하게 인정해야만 관계가 좋아질 수 있다.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장·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장, 사회복지사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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