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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우크라' 검색하니 맨 위에 결혼광고···1020세대 녹색창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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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랑의 K플랫폼] <상> 검색 1위 흔들리는 네이버

이슈와 관련 없는 광고만 주르륵

수익성 치중에 정확도까지 떨어져

네이버, 검색 점유율 57%로 하락

젊은층 선호도 높은 구글·유튜브

엔터·학술 정보선 이용자 더 많아

빅테크 진격에 갈수록 격차 좁혀져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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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 ‘우크라이나’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키워드 검색 광고 서비스인 ‘파워링크’를 통해 맨 위에 ‘우크라이나회사 주연 남북결혼’가 뜬다. 그 뒤에도 ‘우크라이나G마켓·누구나 10% 할인’과 같은 광고 링크가 줄줄이 이어진다. 관련 결혼 광고를 클릭해도 우크라이나와 전혀 상관없는 정보가 노출돼 타깃 광고의 정확도에도 물음표가 찍힌다. 이용자가 궁금해 할 만할 국가 정보나 관련 이슈는 스크롤을 몇 차례 내린 뒤에야 등장한다. 반면 구글에 ‘우크라이나’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관련 사진과 지도·국기 등이 최상단에 노출된다. 첫 페이지에서 광고는 찾아볼 수 없다.

한국 정보기술(IT) 업계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네이버의 ‘녹색 검색창’이 광고로 채워지면서 점차 이용자들에게 외면을 받는 모습이다. 7일 시장조사 기관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올 초 65.3%였던 네이버의 국내 검색 시장 점유율은 이달 초 57.5%로 하락했다. 반면 구글의 검색 점유율은 해당 기간 26.1%에서 32.9%로 6.8%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10대와 20대의 젊은층에서 구글 관련 서비스 선호도가 높다는 점에서 이 같은 네이버와 구글 간의 점유율 격차는 꾸준히 좁혀질 가능성이 높다. 나스미디어가 지난해 국내 인터넷 이용자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대가 자주 이용하는 검색 서비스는 네이버(78.4%), 유튜브(66.5%), 구글(50.9%) 순이다. 20대의 선호도 또한 10대와 마찬가지로 네이버(87.1%), 유튜브(65.7%), 구글(54.0%) 순이다. 네이버가 1020세대에서 여전히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30대(91.9%)와 40대(91.4%)와 비교하면 젊은 세대의 네이버 이용률이 낮다. 반면 30대와 40대가 검색시 유튜브를 이용하는 비율은 각각 54.2%와 53.3%로 1020세대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낮다. 그만큼 1020세대의 구글·유튜브 선호도가 높다는 얘기다.

네이버는 뉴스 포털로서의 입지도 위협받고 있다. 지난달 뉴스 관리를 담당하는 ‘포털뉴스제휴평가위원회’ 운영을 잠정 중단하기로 한 데 이어 네이버가 아닌 언론사 사이트로 직접 연결해주는 ‘아웃링크’ 도입 언론사가 늘어날 경우 이용률 추가 하락이 우려된다. 나스미디어 설문조사에 따르면 뉴스 이용을 위해 네이버를 이용한다는 이들의 비중은 45.6%에 달한다. 유튜브(26.8%), 구글(17.8%), 다음(13.8%)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전문·학술 자료 검색의 경우에도 구글(16.8%) 선호 이용자 비중이 네이버(8.7%)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비교적 소비 여력이 높은 전문직군 집단에서 구글 이용 비중이 높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애플리케이션 체류 시간이 긴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이용자들도 네이버(24.9%)보다 유튜브(37.2%)를 주로 이용한다는 점 역시 네이버에는 뼈아픈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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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5월 기준 PC 웹사이트 이용자 수에서 네이버 이용자 수(2575만 명)가 ‘구글(1451만 명)·유튜브(1430만 명) 연합군’에 추월당한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몇 년 새 네이버 모바일 광고 단가가 빠르게 높아지기는 했지만 사이트 접속시 최상단에 노출되는 디스플레이형 광고는 PC 단가가 모바일 대비 대부분 높다. 실제 네이버에 PC용 디스플레이를 평일 오후 2시에 1시간가량 노출하면 3100만 원이 소요되지만 평일 오후 2시부터 2시간 동안 모바일에 관련 광고를 노출하면 총 5300만 원(1시간당 2650만 원)이 필요하다. 네이버의 PC 사이트 점유율이 하락할수록 디스플레이 광고 단가를 예전만큼 받기 힘들다.

국내 포털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지식인·카페·블로그 서비스 등으로 웹사이트에서 한국어 콘텐츠를 풍부하게 만드는 등 국내 정보통신기술 생태계 확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다만 어느 순간부터 검색 정확도 향상보다는 사업모델(BM) 다양화를 통한 수익성 확대에 치중한 점이 최근 검색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엔터테인먼트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 중인 카카오 또한 구글의 공세에 애를 먹고 있다. 카카오는 2016년 1조 8700억 원을 들여 ‘멜론’을 서비스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현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니티로부터 인수한 후 음원 서비스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해왔다. 반면 유튜브가 월 1만 원 정도만 내면 광고 없이 유튜브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 이용자에게 ‘유튜브뮤직’을 무료로 쓸 수 있게 한 후 카카오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앱 분석 서비스 업체 아이디어웨어에 따르면 올 4월 국내 안드로이드 OS 기준 유튜브뮤직 앱 이용자 수는 역대 최고인 521만 명을 기록하며 459만 명에 그친 멜론을 큰 폭으로 따돌렸다. 지난해 10월 조사에서 유튜브뮤직 이용자 수가 멜론 대비 5만 명 앞선 459만 명으로 집계된 후 이들 서비스 간의 이용자 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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