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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팀장 칼럼] 백화점과 결별한 나이키, 2년만에 손잡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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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소비자 직접 판매(DTC·Direct-to-Consumer)를 고수하던 나이키가 오는 10월 미국 메이시스 백화점에서 판매를 재개한다. 2021년 계약 종료 이후 2년여 만으로, 메이시스의 매장과 웹사이트에서 의류와 가방, 용품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나이키는 2019년부터 직접 판매에 집중하기 위해 도소매 채널에서 철수한 바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 아마존, 신발 쇼핑몰 자포스와 파트너십을 종료하고, 풋라커 등 신발 편집숍에 공급하던 도매(홀세일) 물량도 줄였다. 당시 존 도나호 나이키 최고경영자(CEO)는 “소비자와의 직접적인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전 세계에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해당 전략을 수정하는 모습이다. 나이키는 영국 신발 편집숍 JD스포츠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풋라커와도 새로운 협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에 DTC 전략을 유행시킨 나이키가 다시 전통 유통 채널로 돌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이키는 유통업체를 거치지 않고 자사 쇼핑몰에서 상품을 직접 팔아 ‘이익’과 ‘고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길 원했다. 그 결과 DTC 도입 직후인 2021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23% 증가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권에 있던 2022년에도 영업이익이 40% 증가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차질 등으로 과잉재고가 늘고, 광고비와 반품비 등 서비스 비용 지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DTC 전략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리오프닝(경제 재개) 기조에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며 경쟁사인 푸마와 온러닝 등이 전통 유통 채널에서 약진을 보인 것도 전략이 흔들린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3월 발표된 나이키의 2023 회계연도(2022년 12월~2023년 2월)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3% 줄었다. 시장의 예상을 상회한 실적이었지만, 공격적인 할인 정책을 펼친 덕에 매출총이익률이 전년 대비 3.3% 감소했다.

시장에선 DTC 전략을 만능 열쇠로 보는 시각이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샘 포저 윌리엄스트레이딩 연구원은 “직접 판매 방식이 충분한 수요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걸 깨닫고 나이키가 도매 사업에 다시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뱅크 오브 몬트리올(BMO) 캐피탈마켓의 애널리시트 시메온 시겔은 “DTC로 전환하는 것은 전반적인 회사 수익성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해를 끼친다”며 ‘탈(脫) DTC(de-DTC) 시대’가 왔다고 주장했다.

실제 최근 유통업계에선 ‘탈 DTC’ 흐름이 활발하다. 나이키처럼 DTC 전략을 시도했던 아디다스는 2025년까지 전체 매출의 절반을 DTC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수정하고, 도매 비즈니스로 회귀한다고 밝혔다. 올해 1월 취임한 비외른 굴덴 CEO는 “도매를 최우선으로, DTC는 다음 순위”라고 말했다.

친환경 운동화 업체 올버즈도 DTC 전략을 포기하고 노드스트롬과 잘란도, 딕스 등 온오프라인 소매점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실리콘밸리 기술자들의 호응을 등에 업고 2021년 나스닥에 상장한 이 회사는 최근 1년 사이 주가가 5분의 1토막이 났다. 화장품 업체 글로시에도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운영하는 뷰티 편집숍 세포라에 입점했다.

그런가 하면 DTC 플랫폼을 위한 솔루션을 지원했던 캐나다 이커머스 업체 쇼피파이는 “DTC 모델을 소비자 연결(CTC·Connect To Consumer)로 진화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나섰다. 소셜미디어(SNS), 웹3, 대형 상점에 이르기까지 고객에게 동시에 다가갈 경로를 최대한 많이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에도 최근 몇 년 사이 DTC 전략을 앞세운 기업들이 늘었다. 휠라부터 삼성까지 사업 영역도 다양하다.

도매를 기반으로 한 미국과 위탁 방식을 주로 하는 한국의 유통 환경을 직접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으나, 앞서 언급한 사례들은 불확실성이 강해질수록 유통 채널의 다각화가 필수라는 교훈을 준다. 특히 가격에 극도로 민감한 지금은 소비자가 여러 채널에서 쇼핑하며 비교에 나설 확률이 높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오랜 투자 격언은 유통업계의 영업 전략에도 통한다.

[김은영 채널팀장]

김은영 기자(key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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