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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영화로 만든 감독 "가시면류관 구한 영웅은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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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개봉 영화 '노트르담 온 파이어'

장 자크 아노 감독 화상 인터뷰

중앙일보

영화 '노트르담 온 파이어' 촬영 현장에서 장 자크 아노 감독의 모습이다. 사진 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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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찍으면서 화재 사건 뒤의 혼란상을 알게 됐죠. 노트르담 대성당 200m 거리에 사는데,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이 정도로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었다니 놀랐습니다. 가시면류관 같은 유물 1300여점이 훼손되지 않았다는 게 그나마 위로가 됐죠.”

지난 4월 15일, 4주기를 맞은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사건을 영화에 담은 장 자크 아노(79) 감독의 말이다. 선사시대 인류 생활상을 그린 ‘불을 찾아서’(1981), 가난한 프랑스 소녀와 베트남 남성의 사랑을 그린 ‘연인’(1992), 제2차 세계대전 배경의 ‘에너미 앳 더 게이트’(2001) 등 폭넓은 주제를 다뤄온 그다. 수도원 의문사를 다룬 ‘장미의 이름’(1986), 달라이 라마를 그린 ‘티벳에서의 7년’(1997) 등 종교 소재 영화도 만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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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트르담 온 파이어'에는 가시면류관 등 성물을 구해내기 위해 급박했던 소방관 및 성직자들의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담았다. 사진 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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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노트르담 온 파이어’ 개봉을 앞두고 지난달 말 화상 인터뷰로 만난 그는 “실제 삶이 상상한 이야기보다 더 기이하다. 더 비극적이고 웃긴 경우가 많다”면서 “이번 영화도 비극이지만, 슬랩스틱 코미디를 가미했다”고 했다.

이번 영화는 4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다. 중심축은 노트르담 대성당을 구하려 10시간 동안 화마에 맞선 무명의 영웅들이었다. 특히 1400℃ 가까운 고온에 노출됐던 소방관들 말이다. 700℃까지 견디게 만들어진 방화복 안은 압력밥솥같은 상태였다고 한다. 지붕에서 녹아내린 납물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실제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400억원 대작영화화



화재사건이 발생한 2019년 12월 영화사 파테로부터 당시 자료를 받은 그는 하룻밤 만에 연출을 결심했다. “믿기 어려운 실화였죠. 픽션 영화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있었어요. 주인공은 세계적 스타 노트르담 대성당이고, 상대는 위협적이고 무시무시한 악마 ‘불’이죠. 평범한 젊은이들이 목숨을 바쳐 대성당을 구하려 해요. 각본가라면 누구나 꿈꿀 만한 한편의 오페라였죠.”

국가적 대재난을 불과 4년 만에 극영화로 담은 사례는 드물다. 촬영부터 난항을 겪었다. 실제 노트르담 대성당 테라스와 앞쪽 광장에서 납 노출 위험 보호복을 입고 최소 인원으로 촬영하기도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주인공이 아프면 대타를 찾아야 하는데 노트르담 대성당은 한마디로 상태가 끔찍했어요. 동시대에 지어진 비슷한 양식의 성당(상스·생드니·아미앵·부르주 등)을 찾아 촬영했죠. 불이 붙고 천장이 무너지는 장면은 실물을 본뜬 세트를 지어 카메라 12대를 놓고 찍었어요. 성직자들도 어느 게 진짜인지 헷갈려 하더군요.”

Q : -사고 당일 촬영된 실제 영상이 포함됐다. 마크롱 대통령도 출연하는데.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 보여줘야 했다. 전체 영화(110분)의 4%가 실제 영상이다. TV 방영분, 일반인 촬영본 등 3만5000여개의 영상에서 골랐다. 마크롱 대통령은 개인적 친분이 있어서 그날 촬영된 영상의 사용 허가를 받았다. 대역 배우 뒷모습과 연결해 기술적으로 합쳤다. 사건이 실감 날 수 있도록 얼굴이 알려진 배우는 캐스팅하지 않으려 했다.”

영화는 대성당의 화재 감시 경보가 울렸는데도 관계자나 소방당국이 제대로 대처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당일 처음 출근한 담당자가 화재 지점을 오판한 데다, 평소 시스템 오작동이 잦았기 때문이다. 대성당 보수작업을 하는 일꾼들은 금연 수칙을 무시하고 담배를 피운다. 먼지 쌓인 전선은 비둘기 배설물 등에 노출돼있다. 극을 이끄는 주인공이나 별도 이야기가 없어도, 이런 위태로운 상황들이 긴장감을 준다. 허술한 관리 시스템에 대한 경각심이 강조된다. 소방관, 성직자 등이 힘을 합쳐 성물을 구해내는 과정 또한 긴박하게 그려진다.

Q : -아직 규명되지 않은 화재 원인을 어떻게 해석하고 영화를 만들었나.

“영화를 만들며 소방관, 성직자, 목격자 등 350여명을 인터뷰했다. 경찰이 5년째 수사 중인데 담배꽁초에서 시작됐다는 게 유력하다. 워낙 오래된 건축물이고 대부분의 대성당이 아주 더럽다. 일꾼들은 담배를 많이 피운다. 증거는 없지만, 의도적 방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Q : -이 사건을 영화화하는 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일단 관객이 재밌게 봐줬으면 해서 서스펜스를 가득 담았다. 중국, 이탈리아, 인도 등 다른 나라도 오래된 목재 건축물이 취약한 상태로 방치돼있다. 오늘날 인류가 위대한 문화유산을 누리는 건 특권인데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한국 남대문 화재 가슴아파…예방·점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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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2005년 호랑이 형제의 여정을 담은 영화 ‘투 브라더스’로 부산 국제영화제를 찾은 바 있다.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일본 문화가 한국에서 유래된 것을 알게 된 이후 한국에 관심이 많았다”면서 한국 건국 신화에 곰과 호랑이가 나오는 걸 반가워하기도 했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그는 “한국이란 나라를 존경한다. 예술적인 나라이고, 창의적인 사람들로 가득하다”고 친근감을 드러냈다.

한편으론, “남대문 화재 사건에 대해 알고 있다. 가슴 아픈 일”이라며 영화 주제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영화를 만들고 명예 소방관에 임명됐는데, 세계 어디를 가나 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죠. 구조도, 불을 끄는 것도 이미 너무 늦어요. 최초의 오작동, 작은 불씨 같은 문제를 막아야 합니다. 신규 장비로 교체하고 규칙에 대한 교육을 하는 등 예방과 점검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합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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