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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우크라 남부 러 점령지 댐 폭파···젤렌스키, 긴급회의 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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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지역에 홍수···주민 긴급 대피

우크라·러시아, 상대방 공격 주장

경향신문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 노바 카호우카시의 카호우카댐 일부가 폭파된 모습. SNS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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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 노바 카호우카시의 카호우카댐이 폭파돼 인근 지역에 홍수가 발생하고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상대방의 책임을 주장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폭발은 지난 5일 밤과 6일 새벽(현지시간) 사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댐 주변에서 격렬한 폭발과 함께 부서진 댐 잔해를 통해 물이 치솟는 모습이 담긴 영상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됐다. 러시아 RIA통신은 현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댐 상부가 포탄으로 인해 파괴됐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임명한 헤르손 지역의 군사행정 수장은 인근 지역의 주민 대피가 시작됐으며 수위가 5시간 이내에 위험 임계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타스통신은 댐 붕괴로 인근 약 80개 마을이 피해를 입을 위험성이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이 댐을 폭파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남부군 사령부는 이날 SNS를 통해 “카호우카 댐이 러시아 점령군에 의해 폭파됐다”며 “파괴 규모와 유속과 유량, 침수위험 지역이 드러나고 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트위터에 “카호우카댐 파괴는 우크라이나의 땅 구석구석에서 러시아의 테러리스트들을 추방해야 한다는 것을 전 세계에 확인시켜 주는 일”이라며 “국가안보위원회 긴급회의를 소집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승리만이 안보를 되찾을 수 있다”며 “테러리스트들은 물과 미사일, 그밖에 어떤 것으로든 우크라이나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썼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헤르손 탈환전이 한창이던 지난해 10월에도 러시아가 헤르손 지역에 홍수를 일으키기 위해 댐을 파괴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도 러시아의 카호우카댐 파괴가 ‘환경 학살’(ecocide)이라며 댐 인근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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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 노바 카호우카시의 카호우카댐 일부가 폭파된 모습. SNS


반면 러시아 측 관리들은 러시아군이 통제하고 있던 댐이 파괴된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의 ‘테러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높이 30m, 길이 3.2㎞의 카호우카댐은 옛소련 시절인 1956년 카호우카 수력발전시설의 일부로 드니프로강에 건설됐다. 드니프로강에는 모두 6개의 댐이 있는데 상류 5곳의 댐은 우크라이나가 관리하고 가장 하류에 있는 카호우카 댐은 러시아군이 통제하고 있다. 카호우카댐은 2014년 러시아에 강제병합된 크름반도와 현재 러시아의 통제 하에 있는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에 물을 공급한다. 이런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개전 이래 잠재적 공격 목표물로 자주 지목돼왔다.

타스통신은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카호우카 댐의 붕괴가 현재까지 자포리자 원전에 심각한 위험을 미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자포리자 원전 상황을 면밀하게 살피고 있다면서 ‘즉각적인 핵 안전 위험’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댐의 파괴 정도에 따라 홍수 등 주변 지역의 피해가 우려된다. 안톤 게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부 장관 보좌관은 트위터에서 침수된 인근 지역 도로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하며 “약 1만6000명이 드니프로강 우안 헤르손지역의 위험 지대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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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호우카댐 폭발로 침수된 도로의 모습. 안톤 게라셴코 트위터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이날 카호우카 댐 폭발과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하고 IAEA에 러시아 테러 문제를 이사회 회의 안건으로 상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카호우카댐 폭파는 최근 우크라이나가 오랫동안 예고됐던 대반격을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발생했다.

우크라이나는 부인하고 있지만 서방 관리들과 군사 전문가들은 지난 4일 도네츠크주 남부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이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을 요구한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을 공식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4일 밤부터 5일 아침까지 강력한 군사작전의 첫 단계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공격은 러시아 방어선의 취약점을 파악하기 위한 사전 공격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 미국 관리는 NYT에 이번 공격은 전면전을 개시하기 전에 적의 사기나 무장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벌이는 소규모 교전을 뜻하는 ‘무력 정찰’이라면서 우크라이나가 며칠간 이런 방식의 공격을 지속한 뒤 본격적인 공세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의 공격은 일정한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러시아 군사 블로거 세미온 페고프는 우크라이나군이 도네츠크주 노보도네츠크 2㎞ 앞까지 진격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최근 장악했다고 주장한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남쪽 영토도 일부 탈환했다.

러시아도 반격에 나선 모양새다. 이호르 테레코프 하르키우 시장은 5일 텔레그램을 통해 하르키우가 러시아의 로켓 공격을 받아 여러 차례 폭발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에는 하르키우에서 약 75km 떨어진 발라키아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1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쳤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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