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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자녀 4명 살해 혐의’ 친모 20년 만에 석방…질식 아닌 자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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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19년 5월 1일, 오스트레일리아 뉴사우스웨일스주 법원에 영상으로 출석한 캐슬린 폴비그.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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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레일리아에서 자녀 4명을 살해한 혐의로 징역 25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하던 친모가 20년 만에 사면됐다. 오스트레일리아 안에서는 ‘역대급 오심’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5일(현지시각) 현지 매체인 <디오스트레일리안>과 영국 <비비시>(BBC)·<가디언> 등은 마이클 데일리 오스트레일리아 뉴사우스웨일스(NSW) 법무장관이 살인죄로 20년을 복역 중인 캐슬린 폴비그(55)를 사면한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폴비그는 이날 바로 석방됐다.

폴비그는 1989년부터 1999년까지 생후 19일~18개월 된 자신의 4명의 자녀 중 아들1명·딸2명을 살해하고, 큰아들을 과실로 죽게한 혐의(과실치사)로 재판에 넘겨졌다. 아이들은 자다가 숨져 처음에는 사인이 영아돌연사 증후군인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아이 4명이 잇달아 숨지자 사람들의 의심은 엄마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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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방송된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 캐슬린 폴비그의 사연을 다뤘다.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유튜브 채널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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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살인의 직접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검사는 폴비그가 아이들을 질식시켰다고 주장했다. 남편이 발견한 폴비그 일기장 속에 적힌 육아 스트레스도 주요 증거로 다뤄졌다.

폴비그는 결백을 주장했지만 2003년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선고 뒤에도 폴비그는 계속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고 결백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재판 결과에 의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카롤라 비누에사 호주국립대 교수는 2019년 유전자 분석을 통해 폴비그가 ‘CALM2 G114R’라는 희귀한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고 자녀들 역시 유전자를 물려받았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당시 비누에사 교수 등 과학자들은 “이 유전자가 두딸의 자연사를 유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2015년 부검 결과를 다시 살폈던 멜버른의 법의학자 스테판 코드너 교수도 “질식 흔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2019년 주 정부는 ‘모든 증거가 폴비그가 범인임을 가리킨다’며 재심 요청을 거부했다. 그러나 과학적 증거가 계속 나오면서 2021년 3월 90명의 과학자와 의료전문가 등은 사건 재조사, 폴비그의 사면과 석방을 요청하는 청원을 뉴사우스웨일스 주지사에게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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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방송된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 캐슬린 폴비그의 사연을 다뤘다.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유튜브 채널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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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주 톰 베서스트 전 판사가 이끄는 재조사가 이뤄졌고, 조사과정에서 검찰도 돌연변이 유전자로 인해 아이들의 사인을 다시 볼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배서스트 전 판사는 아이들의 죽음이 자연사 가능성이 있고 폴비그의 유죄 판결이 잘못됐을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폴비그의 사면과 석방이 이뤄졌다. 폴비그의 친한 친구는 <가디언>에 폴비그를 지지했던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지난 20년은 캐슬린에게 끔찍한 시간이었다. 특히 네 자녀를 잃은 후 견뎌야 했던 고통과 괴로움도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다만 기존의 유죄 판결을 뒤집으려면 배서스트 전 판사가 형사항소법원에 재심을 청구해야 한다. <비비시>는 이번 사건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가장 큰 오심 중 하나로 꼽힌다며 유죄 판결이 번복되면 폴비그가 정부를 상대로 수백만 달러의 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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