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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창용 “환율 ‘모멘텀’ 바뀌었다”…1200원대 안착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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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안정세로 접어들 조짐이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에 안착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그동안 환율을 좌우하던 대외 요인에 더해 대내 요인이 큰 변수로 떠오르면서 해석이 분분한 모양새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창용 총재는 최근 “원·달러 환율 모멘텀(momentum)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환율은 미국 달러화와 중국 위안화 움직임을 일방적으로 따라가면서 1300~140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했는데, 앞으로는 수출 등 국내 요인의 영향을 더 받으면서 안정세를 찾을 것이란 설명이다.

다수 외환시장 관계자들도 원화 가치가 반도체 업황 개선을 기대하는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순매수, 하반기 수출 회복 전망 등에 힘입어 강세를 보이면서 환율이 조만간 1300원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다만 환율 모멘텀이 바뀐 뒤에도 원화가 달러화와 위안화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당장 이달 환율 흐름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결정과 중국 수출 개선 여부가 좌우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조선비즈

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15.9원 내린 1305.7원을 나타내고 있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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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달러 환율 16원 가까이 급락…1300원 초반 안착

6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2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5.9원 내린 1305.7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이 급락한 이유로는 미국 연방정부 부채한도 합의안 통과, 연준의 금리인상 중단 기대감, 삼성전자 등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진행된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수 지속 등이 꼽힌다. 수출이 조만간 저점을 통과할 것이란 전망도 투자 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달러화 흐름과 국내 요인이 맞물리면서 환율이 하루 만에 16원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환율은 지난 5일 1308.1원으로 소폭 상승했지만, 이틀 연속 1310원 아래에 머물렀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월부터 1300~1340원 박스권에서 움직였다. 중국 경기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딘 탓에 위안화가 약세를 보였고,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로 한국 펀더멘탈(기초체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원화도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연준의 금리인상 중단 시점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점도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그러다 지난달 중순을 기점으로 환율이 안정되는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달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원화의 달러화와 위안화 동조화 현상이 약해지고 있다면서 “환율이 어느 한 요인에 강하게 매달리지 않고 정상화되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올 들어 원화와 달러화간 연결 고리는 느슨해졌다. 일반적으로 달러화가 약세일 때 원화 가치는 상승하는데, 달러화 가치가 지난해 말부터 점진적으로 하락했음에도 원화는 지난 4월까지 달러화와 함께 동반 약세를 보였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수출, 무역수지, 외국인의 자금 유출입 등 한국 경제 펀더멘탈(기초 체력) 관련 요인이 외환시장 수급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5월 수출지표를 보면 조금 나아지는 모습이 보이고 있어 하반기 무역수지 개선 기대감이 커졌고, 5~6월까지 외국인 주식 순매수 흐름이 강하다는 부분도 수급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그간 원화 가치를 짓눌렀던 리스크(위험) 요인들이 일부 해소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하루에 15원 넘게 하락했다는 점에서 국내 요인이 환율 흐름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달부터 이달 1일까지 국내 주식을 4조2000억원 넘게 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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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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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6월 FOMC·中 수출입 지표 주목해야”

다만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달러화, 위안화 등 다른 통화가 원화에 미치는 영향이 줄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수출 경기, 메모리 반도체 업황 등 기본적인 펀더멘탈을 보여주는 국내 요인이 장기적으로 환율 흐름을 결정하겠지만, 장중 환율 흐름은 위안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라며 “아시아 경제는 중국과의 교역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아시아 주요국 통화는 장중에는 위안화 움직임을 따라간다”고 말했다.

연준의 통화정책 등 대외 요인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도 여전히 크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연속 동결한 지난달 25일에도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 난항과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에 반응해 하루 만에 8.6원 오른 1326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은행의 금리 동결이 원화 강세 요인임에도 불구하고 환율은 대외 요인에 더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외환시장은 오는 13~14일(현지시각) 열리는 연준의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와 다음주 발표되는 중국 수출입 지표를 주목하고 있다.

박 연구위원은 “연준이 이달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하거나 한 차례 쉬어가면 달러화가 추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여기에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수가 이어지면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백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중국 경제 지표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치고 있어 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다음주 중국 수출입 발표가 일시적으로 환율을 밀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메모리 반도체 재고 사이클이 개선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앞으로 수출 감소세도 완화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원화도 강세 쪽으로 더 기울면서 환율도 하반기에는 1200원 후반대에서 안정을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이재은 기자(jaeeun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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