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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설리번 “대중 디리스킹, 공급망 확보·첨단기술 보호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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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로이터연합뉴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4일(현지시간) 미국이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에서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아니라 ‘디리스킹’(탈위험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줄이면서 치열하게 경쟁하려는 것일뿐 중국과 대립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수사적 변화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CNN방송에 출연해 주요7개국(G7)이 중국에 대해 디리스킹 원칙에 합의했다면서 “중국과 경제를 분리하려거나, 무역을 끝내려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디리스킹에는 세 가지 차원이 있다”면서 청정에너지 기술이나 반도체 등 핵심 분야에서 탄력적인 공급망을 확보해 한 국가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하는 것, 군사 용도로 사용되는 최첨단 기술을 보호하는 것, 국내 산업 원천에 근본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또한 앞으로 미·중 고위급 대화가 이어지는 것을 보게 될 예정이라면서 “어느 시점에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다시 만날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경제, 기술 분야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과 그 경쟁이 갈등이나 대립으로 치닫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 사이에는 아무 모순이 없다”고도 했다.

중국과 관련해 ‘디리스킹’이라는 표현은 지난 3월 30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방중했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처음으로 썼다. 방중 당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중국으로부터 디커플링 하는 것이 가능하지도, 유럽의 이익에 들어맞지도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보다 더 긴밀하게 얽힌 EU와 중국 관계를 반영한 언급이었다.

‘디커플링’은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아예 배제하자는 것이지만, ‘디리스킹’은 중국발 위험 요인 제거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디커플링보다 압박의 강도가 약하다. 미국도 대중 관계에 대한 유럽과의 인식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방향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미국의 디리스킹 강조에 대해 수사적 변화일 뿐 중국을 억제하려는 미국의 근본적인 목표는 바뀌지 않았다는 냉담한 반응이 나온다. 베이징 싱크탱크 타이허(太和)연구소의 딩이판(丁一凡) 선임 연구원은 “디리스킹은 (디커플링보다) 덜 공격적인 접근법이지만 미국의 전략적 목표에는 변함이 없고 전술적이고 수사학적인 변화만 있는 것”이라며 “중국은 그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환상을 갖지 않을 것이며, 기술 자립이라는 발전 방향을 고수해야 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말했다.

앞서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디커플링을 디리스킹으로 대체하는 것은 새로운 병에 담긴 오래된 술과 같은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디리스킹은 표현에 있어 더 ‘기만적’인 것일 뿐 그 목적은 여전히 중국에 대한 기술 봉쇄와 억제에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일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디리스킹이 화제어가 되고 있는데 그것에 대해 논하려면 ‘위험’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며 “중국은 위험이 아니라 기회이며, 세계가 직면한 진정한 위험은 진영 대결과 신냉전, 경제무역과 과학기술 문제의 정치화”라고 말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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