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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완성차 회사들, 탄탄대로 열린 전기자전거 시장으로 ‘따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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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프랑스서 ‘넥스트’ 판매
포르쉐·벤츠 등도 잇달아 출시

현대자동차, 포르쉐, 메르세데스 벤츠, BMW 같은 완성차 회사들이 전기자전거 시장에도 뛰어들고 있다. 그 배경으론 친환경 이미지 높이기가 꼽힌다. 전기차 전환에 맞춰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로 각인시킬 수 있다고 본 셈이다.

전기자전거 분야가 새롭게 열린 시장이고,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전기차를 만드는 완성차 회사로선 전기자전거 생산은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고, 판매망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진입이 쉬운 요소로 꼽힌다. 도심 환경에선 전기자전거가 전기차의 대안 내지 보완재로서도 훌륭해 성장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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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전기자전거 넥스트. 현대자동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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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중시하는 세계적 추세에
고유가 이어지며 수요 급성장

■ 완성차 회사들, 전기자전거 시장 ‘첨벙’

현대차는 지난달 17일부터 프랑스에서 전기자전거 ‘넥스트’ 판매를 시작했다. 프랑스 내 현대차 대리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 기존 대리점에서 차도 팔고 전기자전거도 추가로 판매한다는 의미다. 가격은 3490유로(약 492만원)다. 무상 대여 서비스도 한다. 넥스트의 최고 속도는 시속 25㎞다. 이 속도를 넘기면 전기모터는 자동으로 멈춘다. 특히 전기차에 적용돼 있는 회생제동 기능을 넣었다. 회생제동은 차가 속도를 줄일 때 생기는 열과 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기술이다. 주행 가능 거리를 늘려 전기를 아껴준다.

배터리는 안장 아래 기둥에 탑재했는데,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는 80㎞다. 배터리는 분리도 가능하다. 운전대에는 남은 주행거리, 배터리 설정 등을 보여주는 화면이 있다. 실내사이클처럼 집 안에서는 운동하는 용도로 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전기자전거의 이름 넥스트는 현대차가 전기자전거 판매를 시작한 이유를 우회적으로 드러낸다. 현대차는 미래 모빌리티(운송수단)를 지향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회사’라는 기존의 영역을 탈피하려고 한다. 전기차 전환에서 선도자(퍼스트 무버) 전략을 썼고, 이어 소프트웨어 중심 차(SDV)로 전환을 선언했다. 자동차뿐 아니라 도심항공운송수단(UAM)과 로봇 분야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전기자전거로의 확장 전략도 나온 것이다.

포르쉐는 지난해 6월 전기자전거용 모터·배터리 제조사 파주아를 인수했다. 파주아는 고급 자전거 기업에 모터 같은 부품을 납품하는 독일 회사다. 포르쉐는 앞서 2021년 말에는 전기자전거 브랜드 그레이프를 인수한 바 있다. 크로아티아 소재 업체다.

포르쉐는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10월에는 신형 전기자전거 ‘e바이크 스포츠’를 출시했다. 포르쉐 전기차 타이칸의 디자인 요소를 가미했다. 가격은 1만1750달러(약 1533만원)로 경차와 비슷한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포르쉐 ‘e바이크 크로스’는 9500달러(약 1240만원)다. 포르쉐는 지난달 26일에는 ‘e바이크 크로스 퍼포먼스’(1만4250달러)와 ‘e바이크 크로스 퍼포먼스 EXC’(1만5350달러)를 선보이기도 했다. e바이크 크로스 퍼포먼스 EXC는 2000만원가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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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뮬러E팀 e바이크. 벤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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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판매망 갖춰 진입 쉬워
업체들, 친환경 이미지 각인 ‘덤’

독일의 대표적 자동차 회사 벤츠와 BMW도 전기자전거를 내놓고 있다. 벤츠는 경주대회용 전기차를 개발하는 포뮬러E팀이 참여해 만들어낸 전기자전거를 지난해 출시했다. 성능별로 4가지로 나뉘는데 가격은 460만원(포뮬러E팀 e바이크)부터 775만원(챔피언십 에디션 e바이크)까지다.

BMW는 전기자전거 사업을 2013년부터 해왔다. BMW는 전기자전거 라인업을 다양화하고 있다. BMW 미니 브랜드가 올해 전기자전거를 출시할 예정이다. BMW는 독일 자전거 브랜드 큐브바이크와 합작으로 삼륜 전기자전거 ‘큐브 트라이크 하이브리드’를 올해 하반기부터 판매할 계획이다. 삼륜으로 만들어 뒤쪽에는 짐칸을 두거나 아이를 태울 수 있도록 했다. 화물 싣기에 특화시킨 ‘카고’ 버전은 최대 220㎏ 분량을 운반할 수 있다. 가격은 8147~8774달러로 1000만원 이상이다. 이외에도 지프는 2020년 오프로드용 전기자전거를 내놨고, 푸조·지엠(GM)·도요타 등도 전기자전거 시장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미국의 신생 전기차 회사인 리비안도 전기자전거 출시를 예고했다. 리비안은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픽업트럭을 주력으로 만든다. 지난해 1월 리비안은 상표권 ‘리비안’의 범위를 전기차에서 전기자전거로 확장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자전거 시장 자체가 커지는 영역인 데다, 전기자전거를 자동차 회사가 만든다는 건 친환경 회사라는 점을 부각할 수 있는 기회다”고 말했다.

■ 커지는 전기자전거 시장

전기자전거 시장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 자료를 보면, 2019년 212억달러(약 27조6900억원) 수준이었던 세계 전기자전거 시장 규모는 지난해 273억달러(약 35조6600억원) 정도로 커졌다. 3년간 약 30% 성장했다.

현대차가 전기자전거 첫 판매 국가로 고른 프랑스는 가장 대표적으로 전기자전거 수요가 팽창하는 시장이다.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프랑스 전기자전거 시장은 2010년 3만8000대였지만 2017년 27만8000대로 증가한 뒤 2021년에는 66만대까지 늘었다. 유럽자전거산업연맹의 자료를 보면 전기자전거가 중국에선 2021년 3000만대, 유럽에선 500만대 팔렸다.

전기자전거 시장 확대에는 환경과 건강을 중시하는 세계적 추세가 영향을 줬다. 코로나19를 거치고 고유가 흐름이 이어지면서 전기자전거 수요가 늘어났다. 전동 킥보드나 전동 휠 같은 다른 탈것에 비해서 안전하고 짐을 실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특히 가까운 거리 출퇴근 용도나 1·2인 가구에는 굳이 전기차까지 갈 것도 없이 전기자전거가 대안이 된다.

한국의 수도권 기준 평균 출퇴근 거리는 15㎞ 안팎이다. 전기자전거의 최대 주행거리는 60~80㎞로 출퇴근이 충분히 가능하다. 도심에서 차가 많이 막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전기차보다 더 나은 효율을 낼 수도 있다.

한국 전기자전거 시장도 커지고 있다. 한국스마트이모빌리티협회(KEM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기자전거 판매량은 10만7000대로 2018년 2만4000대보다 346% 가까이 늘었다. 다만 국내는 안전한 도로 환경 등 유럽처럼 전기자전거를 위한 여건 마련이 시급하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퍼스트 마일은 전기차로 전환하더라도, 라스트 마일(최종 도착)을 위한 운송수단도 필요하다”며 “경량화 기술이 좋아지면서 2013년에는 40㎏ 이상으로 무거웠던 전기자전거가 10㎏대로 가벼워졌고, 라스트 마일의 대안이 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자전거는 e모빌리티의 한 축으로 새로운 성장 시장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자동차 회사들은 판매를 할 수도 있고, 전기차에 장착해서 충전까지 하는 방식으로 레저용 및 사은품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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