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책임있는 국가 거부권... 대북제재 채택 못 해" 이종섭 국방장관, 중·러에 직격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종섭 국방장관, 샹그릴라 회담 연설
"北 핵·미사일 개발으로 안보 딜레마 심화
국제사회 단호하고 단합된 힘 모아야"
한국일보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3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제20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연설하고. 있다. IISS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부 국가들이 ‘규칙 기반의 질서’를 위반하는 북한의 불법적 행태를 방기하고 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중국과 러시아 등 북한의 ‘뒷배’를 자임하는 국가들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이 심각한 수준이며, 위협이 더 가중되는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국제 사회의 추가 제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하면서다.

이 장관은 3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제20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의 연설에서 ‘인도태평양 지역 내 긴장완화를 위한 제언’을 주제로 10여분간 연설했다. 이 장관은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역사적ㆍ지정학적 요인에 따른 국가 간 갈등으로 국제사회의 안보환경이 매우 불확실하며 감염병과 기후변화 등 비전통적 안보위협이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짚었다.

방점은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에 찍혔다. 이 장관은 “고도화하고 있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능력은 ‘규칙 질서의 국제질서’를 위협하고 있다”며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ㆍ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개발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초까지 역대 최대 빈도와 강도로 도발했다고 꼬집었다. 지난달 31일 북한이 발사한 이른바 ‘군사정찰위성’도 거론했다. 이 장관은 또 “북한은 핵무기를 사용해 특정 국가를 선제공격하겠다고 협박하는 유일한 국가”라며 “명백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면서 1991년 한반도 비핵화 파기 및 국제사회의 핵 비확산 체제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인권문제도 도마에 올렸다. 이 장관은 “김정은 정권은 오로지 ‘핵ㆍ미사일 능력 고도화’에만 집착하며, 식량난과 경제난으로 고통받고 있는 주민들의 삶은 외면하고 있다”며 “34차례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포함하여, 핵·미사일 개발에 지불한 비용으로 식량을 구입했다면, 북한 주민들이 지금처럼 굶주리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폭주를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이 장관은 지적했다. 북한의 무분별한 핵ㆍ미사일 개발이 핵확산에 대한 우려를 증가시키고 역내 군비경쟁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각국의 안보 비용이 가중되는 안보 딜레마가 심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일부 국가들이 ‘규칙 기반의 질서’를 위반하는 북한의 불법적 행태를 방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 장관은 “일부 책임 있는 국가들의 반대로 인해 지난해 북한의 전례없는 미사일 도발에도 불구하고, 단 1건의 추가적인 유엔안보리 결의도 채택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분히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발언이라는 평가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지난해 안보리에서 거부권은 총 4회 행사됐는데 그 중 하나가 대북 추가제재 결의안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이었다.

이 장관은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을 더 이상 방관하거나 옹호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함께 지켜왔던 국제질서에 반하는 것”이라며 “만약 북한이 핵실험, ICBM 발사 등 추가적인 도발을 강행한다면, 유엔안보리 결의안 채택 등 국제사회의 단호하고 단합된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또 “북한이 핵 위협과 강압을 통해 얻는 이익보다 그로 인해 부담과 비용이 훨씬 크다는 것을 인식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지금의 불법적 행태를 지속한다면 더욱 고립을 초래할 뿐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시켜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 장관은 “북한이 대화의 문을 열고, 새로운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계속해서 힘을 모아주기를 다시 한번 부탁한다”고 연설을 마무리했다.


싱가포르=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