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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단독] ‘250억 먹튀’에 호텔사업 좌초 위기…문준희 전 합천군수 “진실은 밝혀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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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영상테마파크 내 4성급 호텔을 짓겠다던 시행사 대표가 수백억원을 대출받은 뒤 잠적하면서 사업이 좌초 위기에 놓인 가운데 당시 이 사업을 추진한 문준희 전 합천군수(사진)는 업자와의 연루설을 부인하며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군수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언론에 입장을 밝히기는 처음이다.

세계일보

문 전 군수는 지난 2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합천군에서 이 사업을 추진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합천에는 관광객들이 와도 (숙박할 곳이) 모텔 밖에 없는 실정인데, 축구 전지훈련이나 영화 촬영 등을 위해 왔을 때 불편한 숙박 문제로 호텔의 필요성이 제기되던 상황에서 영상테마파크에 호텔을 짓겠다는 사업자 A씨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문 전 군수는 당시 합천군 B과장이 A씨를 소개시켜줬으며, A씨가 애초 구상했던 것보다 큰 규모로 호텔사업을 추진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했다.

문 전 군수는 “군(郡) 단위 지역이다 보니 호텔 객실 수가 80~100실이면 충분할 것 같다고 했는데, A씨가 200실을 준비하겠다고 했다”며 “그거는 좀 과한 것 같다고 하니 롯데와 협약을 맺었다면서 호텔 건물은 자기(A씨)가 짓고, 호텔 운영은 롯데에 맡기겠다면서 200실 규모로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전 군수는 “제가 당시 이 사업 최종 결재권자로서 중요한 것만 점검을 하고 확인을 했는데 사업 전체를 하나하나 다 훑어보지는 못했다. 이것저것 다 하려고 하다 보니 힘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세계일보

합천영상테마파크 전경. 합천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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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전 군수는 이 사업 배후에 유착 의혹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가 군수로 있을 때 이 사업 선급금 명목으로 전체 공사비의 30%가량인 150억원이 기집행이 됐다”며 “발주처인 군이든, 대출을 실행하는 금융사든 공정 상황을 확인하고 기성금을 집행해야 하는데 어떻게 공정율 6% 밖에 안 된 상황에 기성금이 집행될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가 문재인정부 당시 현직인 모 장관과 전직인 국회의원을 잘 안다고 자랑하며 친분을 과시했는데 실제 확인해보니 그 말이 맞아서 ‘A씨가 가짜는 아니구나’ 싶어 좀 더 가까이 지낸 것도 있었다”면서 “이들이 누구인지 이야기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문 전 군수는 A씨와 자신의 유착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렇지 않아도 지역에서 그런 소문이 돌고 있는데 저는 빨리 A씨가 잡히길 원한다”며 “소설을 쓰려면 뭔들 못하겠나. 결국 진실은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군수는 지역 건설업자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 200만원이 확정, 지난해 3월 군수직을 잃었다.

◆‘250억 먹튀’ 사태란?

A씨가 대표로 있는 시행사는 2021년 9월 합천군과 호텔 조성사업 협약을 맺었다.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 방식으로, 합천영상테마파크 1607㎡ 부지에 민간자본 590억원을 들여 전체 면적 7336㎡, 7층‧객실 200개 규모의 호텔을 짓는 게 이 사업 골자다.

합천군은 호텔 건립에 필요한 토지를 무상 제공하고, 시행사는 호텔을 지어 군에 기부채납하는 대신 20년 간 호텔 운영권을 갖기로 했다.

시행사가 40억원을 투자하고, 나머지 사업비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를 통해 550억원을 대출받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군은 손해배상을 떠맡는 방식으로 충당됐다.

지난 3월 시행사 측이 자재비 급등 등을 이유로 합천군에 사업비 증액을 요구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합천군이 시행사 사업비 집행내역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하면서 일부 공정에서 설계비 부풀리기 등 과다 지출이 확인된 것이다.

군은 A씨에게 계속 연락을 했지만, 지난 4월19일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이에 군은 시행사 측에 실시협약 해지를 통보하고, 이선기 부군수를 위원장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업무 추진 과정에서 위법 사실이나 부적절한 지출은 없었는지 상급기관에 감사를 요청했다.

또 250억원에 대한 업무상횡령·배임 혐의로 A씨, 시행사 이사 3명, 전 부사장 1명 등 5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강승우 기자 ks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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