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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14억 중국 시장 앞에 장사 없다? 미 재계 거물들 줄줄이 중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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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도 다이먼도 중국 찾아 “디커플링 No”

한겨레

중국을 방문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지난 30일 베이징에서 친강 외교부장을 만나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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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주요 기업인들이 잇따라 중국을 방문해 “미-중의 진정한 관여가 필요하다”, “디커플링(관계단절)은 안 된다”며 미국 정부의 정책에 반기를 든 듯한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중국은 이들을 환대하며 점점 강화되는 미국의 ‘대중 포위망’을 뚫어낼 돌파구를 찾으려는 모습이다.

미국 최대 은행 제이피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31일 상하이에서 열린 ‘글로벌 차이나 서밋’에 참석하며 진행한 <블룸버그 티브이>와 인터뷰에서 서구와 중국의 관계 악화로 무역이 더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디커플링을 시도하면 안 된다. 중국과 중국인들에게 해를 끼치려고 하면 안 된다”며 미-중의 경제 분리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제이피모건체이스는 좋을 때나 안 좋을 때나 중국에 있을 것”이라며 적극적인 중국 사업 의지를 밝혔다. 그는 본행사 연설에서는 “미-중 긴장이 국제 질서를 뒤흔들면서 기업 환경이 냉전 때보다 복잡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전했다.

다이먼 회장은 중국과 디커플링이 아니라 디리스킹(위험 완화)을 하겠다는 미국 정부 설명을 지지한다면서도 “태평양 양쪽에서 서로 고함만 질러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서로 진정한 관여를 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디커플링을 추구하지 않는다’면서도 중국을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의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미국 정부의 움직임과 ‘온도 차’가 큰 발언들이다. 2019년 이후 처음으로 방중한 그는 이날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자 상하이 당서기인 천지닝을 만났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지난 30일 방중도 큰 주목을 받았다. 3년 만에 중국을 찾은 머스크 최고 경영자는 당일 친강 외교부장, 다음날엔 왕원타오 상무부장과 진좡룽 공업·정보화부장과 만났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지난 2월 중국발 기구의 미국 영공 침범으로 취소된 방중 일정을 다시 잡지 못하고 있지만 머스크는 이틀 새 중국 각료 셋을 만난 것이다. 그는 테슬라 상하이 공장을 둘러보고 리창 중국 총리도 면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외교부는 머스크와 친 부장의 회담 사실을 전하는 자료에서 그가 “미국과 중국의 이익은 서로 얽힌 샴쌍둥이처럼 나눌 수 없다”며 “테슬라는 디커플링에 반대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친 부장은 “중국은 흔들림 없이 높은 수준의 대외 개방을 추진할 것”이라며 “각국 기업에 더 나은 시장화, 법치화, 국제화한 비즈니스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중국이 올 초 코로나19 규제를 푼 뒤 사업 확장과 현지 기업과 협력을 위해 방중하는 미국 기업인들이 늘고 있다. 랙스먼 내러시먼 스타벅스 최고경영자는 30일 상하이에 도착해 2025년까지 현재 6천여개인 중국 매장을 9천개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메리 배러 제너럴모터스(GM)의 최고경영자도 지난주 상하이를 방문해 천 당서기를 만났다. 이 회사는 중국 전기차시장에서 테슬라 및 중국 업체 비야디(BYD)에 밀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수출 통제와 보호주의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발언도 이어진다. 최근 반도체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1조달러(1328조원)를 돌파한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는 지난 23일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등에 대해 “중국과 칩 전쟁은 미국 기술 기업에 엄청난 피해를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31일 대만에서도 “우리는 어떤 규제도 절대적으로 따르겠지만 중국은 이 기회를 국내 기업 육성 기회로 활용할 것”이라며 “중국을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그가 이달 중 중국을 방문해 현지 기술 기업 경영자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상공회의소와 전미제조업협회 등 주요 재계 단체들도 미국이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한 13개국과 중국을 겨냥한 공급망 협력 협정을 맺기 하루 전인 지난 26일 이에 반대하는 공개 서한을 발표했다. 이들은 미국의 정책은 “인도·태평양과 그 외 지역에서 미국의 무역과 경제적 이익을 위험에 빠트릴 것”이라고 했다. 기업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불만을 터뜨린 것은 미국의 공급망 재편 정책이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기업 활동을 어렵게 만든다고 보기 때문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31일 브리핑에서 기업인들의 잇단 방중에 대한 질문에 “이런 방문이 경제적 경쟁을 다루는 데 도움이 되는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답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마련 중인 대중 투자 제한 행정명령과 관련해서는 “미국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민간 투자가 얼마나 되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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