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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기고]탄소중립 시대, 양수발전 기술 국산화 골든타임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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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구 연세대 기계공학부 교수

머니투데이

'2050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국가적 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는 지난 4월 '탄소중립·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제1차 국가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태양광,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을 21.6%까지 확대하겠다는 내용이다.

재생에너지는 에너지원의 특성상 실시간 전력수요 변동에 따른 발전량 조절이 어렵다. 풍력과 태양광의 간헐성과 변동성에 대응하고 전력계통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저장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 설비 확충이 동반돼야 한다.

대표적인 장주기 ESS(에너지저장장치) 설비인 양수발전은 남는 전기로 하부 저수지의 물을 상부 저수지로 퍼올린 후 전기가 부족할 때 물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전기를 생산한다. 발전 시 공해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발전원으로 한 번 건설되면 수명이 최대 100년에 달해 경제적이면서 대량의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발전원이다. 특히 3분 내로 전력 생산이 가능해 급격한 전력수요 증가, 대용량발전소의 불시 정지나 대규모 정전(블랙아웃)과 같은 긴급상황 발생 시 타 발전원에 기동전력을 공급하는 비상 전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정부는 건설계획 중인 1.8GW의 양수발전소에 이어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장주기 에너지저장장치' 로서 1.75GW의 양수 설비 확충 계획을 반영했다. 2036년까지 총 3.55GW 신규 양수발전소가 추가 건설된다. 신규 양수발전소는 양수 시에도 출력 조절이 가능한 가변속 설비를 활용해 전력계통 변동성에 더욱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다.

대규모 양수발전소 건설사업은 그간 침체된 국내 수력산업 생태계에 큰 활력을 불어 넣을 것으로 기대가 된다. 그러나 국내 양수발전소에 설치된 수차·발전기와 같이 부가가치가 높은 핵심 주기기는 모두 소수의 일본이나 유럽 업체들이 독점하고 있다. 대규모 발주에 따른 시장이 조성돼도 핵심 기기 공급은 여전히 해외 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에는 양수발전소 건설사업이 간헐적으로 시행되고 2011년 예천양수발전소 준공 이후 신규 건설 물량이 없어 기술 개발과 인프라 구축이 어려웠다. 현재는 대규모 신규 건설과 함께 노후 발전소의 현대화까지 추진되는 등 양수발전 시장에 대한 전망이 어느 때보다 밝은 상황이다. 지금 이야말로 핵심 주기기를 국산화하고 자립 가능한 산업생태계를 일으킬 수 있는 적기다.

국내 산업계가 독자적인 공급 역량을 갖추려면 핵심기술을 확보해야 하고, 이를 위해 국가차원의 다각적인 지원과 산학연 협력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국내 산업생태계 육성을 위해 신규 양수발전소에 국산 기자재 활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양수발전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필수적인 설비로 각광받으며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수출 산업으로의 전략적인 육성이 필요하다.

양수발전의 핵심 주기기를 국산화하고 자립 가능한 산업생태계를 조성하여 반도체 강국, 원전 강국을 넘어 양수발전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이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주원구 연세대 기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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