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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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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50개 다 지워라”…가장 젊은 광고회사가 일 잘하는 4가지 방법 [커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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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땅브레이커<2> '스튜디오좋' 남우리·송재원 대표 하편
1. 괴짜들 자유롭게…단, 원칙 경계 안에서
2. 뼈다귀만…'100→30→1' 본질 짜내는 방법
3. 동기 부여 하려면…'원톱 장르' 만들어줘야
4. 미친 듯 파본 자만이 팔 수 있는 것 만든다

편집자주

'현대인의 일'을 탐구하는 콘텐츠 실험실 커리업이 시즌2를 시작합니다. 시즌2에서 커리업은 지난해 연재한 '일잼원정대'를 잇는 새로운 인터뷰 시리즈 '맨땅브레이커'를 내놓습니다. 자신만의 궤도를 맨땅에 헤딩하며 개척한 퍼스트 펭귄의 커리어 이야기를 다룹니다.

한국일보

[커리업] 맨땅브레이커 2호 주인공인 '스튜디오좋' 공동대표 송재원 감독(오른쪽에서 두번째)과 남우리 CD(오른쪽에서 첫번째)가 지난 달 6일 서울 강남구 스튜디오좋 사무실에서 직원들을 바라보고 있다.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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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기사는 [커리업] 맨땅브레이커 '스튜디오 좋' 상편에서 이어지는 하편 기사입니다. 상편은 https://careerup.hankookilbo.com/v/2023052401/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광고 한솥밥' 먹는 인하우스 시스템의 저력

'스튜디오좋'에선 약 50여 명이 일하고 있어요. 그리 크지 않은 회사지만 광고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직무 인력이 속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광고기획사는 광고의 뼈대가 되는 ‘아이디어(크리에이티브)’ 만드는 일까지만 합니다. 집 짓는 일에 비유하면 쉬운데요. 건축주로부터 원하는 집의 형태를 듣고 설계도를 그리는 단계까지만 담당하는 셈이죠. 더 세부적으론 광고의 콘셉트, 스토리라인, 모델, 카피, 무드 등을 구상하고 결정하는 것까지입니다. 광고주가 이들이 낸 제안에 오케이 사인을 주면 실제로 광고 만드는 일은 프로덕션으로 넘어갑니다. 설계도를 보고 본격적으로 집을 짓는 일은 현장 목수들의 손을 거치는 구조와 같아요.

실제로 광고계엔 기획을 담당하는 ‘광고기획사’와 광고 제작의 준비 단계를 맡는 ‘프리 프로덕션’, 촬영(감독, 조감독, 촬영, 미술 등)을 총괄하는 ‘프로덕션’, 그리고 촬영 후작업(편집, 그래픽, 사운드) 등을 담당하는 ‘포스트 프로덕션’ 등 공정마다 다양한 플레이어가 존재합니다.

다시 집 짓는 일에 비유해 볼게요. 광고라는 건물의 설계도를 기획사가 그린다면 건축에 필요한 자재를 준비하는 건 프리 프로덕션이, 실제로 건물을 지어 올리는 건 프로덕션이, 마지막으로 인테리어를 꾸미는 건 포스트 프로덕션이 한다고 보면 됩니다.
스튜디오좋은 기존의 대행사와는 달리 ‘인하우스 프로덕션’을 운영합니다. 아이디어는 머리와 손이 동시에 일 할 때 가장 단단하기 때문입니다.
스튜디오좋 홈페이지

스튜디오좋이 특이한 건 이 모든 공정에 속하는 모든 구성원이 모두 ‘한솥밥’을 먹는 구조라는 점 때문입니다. ‘원팀(one team)’으로 일하는 이들이 만들어 내는 결과물은 강할 수밖에 없어요. 여러 단계를 오가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줄줄 새는 에너지를 절약해 결과물을 더 탁월하게 만드는 데 집중할 수 있거든요.
한국일보

[커리업] 맨땅브레이커 2호 주인공인 '스튜디오좋' 공동대표 남우리 CD(왼쪽에서 두번째)가 지난 달 6일 서울 강남구 스튜디오좋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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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는 메시지(message)입니다. 메시지는 중간 단계를 많이 거칠수록 힘이 빠질 수밖에 없어요. 이를테면 광고주 A사가 광고기획사 B사에 광고를 의뢰합니다. 아무리 B사가 A사의 니즈(needs)에 꼭 들어맞는 기획안을 만들어 낸다고 해도 프로덕션 C사와 포스트 프로덕션 D사를 차례대로 거치면 아이디어는 ‘현실과 타협한 수준’으로 출력됩니다. 축소에 축소를 거쳐 힘이 빠진 메시지가 소비자와 만나는 최종 결과물이 되어버리는 거죠. 그도 그럴 게 프로덕션 C사의 클라이언트는 기획사 B사고, 포스트 프로덕션 D사의 클라이언트는 프로덕션 C사예요. 각자의 클라이언트가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최초의 클라이언트인 광고주 A사가 발주한 메시지는 점점 희미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저는 제일기획에서 기획사의 아트디렉터를 했지만 지금은 프로덕션의 ‘감독’ 롤로 일하고 있잖아요? 만약 제가 스튜디오좋 같은 원팀이 아닌 외주 프로덕션의 감독이었다면 광고주가 원하는 연출이 아닌 대행사의 CD(4~5명 기획 인력팀을 이끄는 광고회사 팀장급)가 원하는 연출을 하게 됐을 거예요. 쉽게 말해서, 외주 감독이 충족시켜야 하는 건 광고주가 아니라 CD의 기대인 거죠.

반면 CD와 감독이 같은 회사 안에서 같은 주머니를 차고 일한다면? 광고주로부터 넘어오는 정보를 동시에 공유받게 되면? 낼 수 있는 솔루션의 차원이 달라져요. 넘어야 하는 결재의 선이 많을수록 정보만 손실될 뿐 아니라 열정이라는 자원 역시 손실되거든요. 광고를 만드는 과정에 관여하는 모든 구성원이 예산과 마감을 공유한다면? 얻을 수 있는 베네핏(benefit)이 훨씬 클 수밖에 없죠. 저희는 심지어 이 차원을 넘어서 광고주와도 소비자를 앞에 두고 같은 선상에 나란히 서서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송재원)
한국일보

[커리업] 맨땅브레이커 2호 주인공인 '스튜디오좋'의 공동대표 송재원 감독이 지난 달 6일 서울 강남구 스튜디오좋 사무실에서 직원에게 피드백을 주고 있다.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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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팀 시스템은 ‘자원 절약’의 측면에서만 이로운 게 아닙니다. 맞대는 머리가 많을수록 아이디어는 더 좋아질 수밖에 없어요. 스튜디오좋의 모든 구성원은 각자가 가진 전문성 위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아이디어의 ‘레이어(layer, 층위)’를 추가합니다.

이를테면 AE(Account Executive: 광고주와 대행사 사이 연락 및 기획업무를 맡는 책임자)는 광고주가 특히 염려했던 부분을 보완할 해결책을 추가하고, 캐릭터 디자이너는 주연 캐릭터의 매력을 한층 배가할 디테일을 더하며, 편집자는 시청자의 눈을 더 강렬히 사로잡을 수 있는 테크닉을 전체 아이디어에 반영하는 식이죠. 레이어를 추가할 때 직접 소통해야 한다면, 스튜디오좋은 중간 다리를 전부 건너뛰고 바로 만나 상의합니다.

업계의 오랜 관행에 머물렀다면 각자 다 다른 회사에 소속이라 말 섞는 일은커녕 서로의 존재조차 모르고 일했을 겁니다. 스튜디오좋은 다릅니다. 이들이 모두 ‘한 팀’에 속해 있기 때문에 ‘팀 워크’를 디딤돌 삼아 더 빨리, 더 단단히, 더 높이 올라갈 수 있죠.

“저는 감독만이 낼 수 있는 아이디어, AE만이 낼 수 있는 아이디어, 그래픽 디자이너만이 낼 수 있는 아이디어가 다 따로 있다고 생각해요. 클레브의 발광램 광고를 맡았을 땐 프로게이머 페이커가 속해 있는 T1이 모델이었는데요. 기획 회의 단계가 진척이 안 돼 골머리를 썩으니 옆자리에 앉아있던 송 감독이 이러더라고요. ‘게이머들을 아이돌처럼 세워보는 건 어때? 제품이 빛나는 램이니까 아이돌처럼 늘어놓고 그냥 빛을 뽕뽕 뿌리는 거야.’ 저는 이게 ‘감독의 시선’으로 봤기 때문에 나온 아이디어였다고 봐요. 우리가 한 회사에 속해 있기 때문에 이런 아이디어의 교류도 가능한 거겠죠.” (남우리)

물론 이렇게 일할 때 꼭 유념해야 할 원칙은 있습니다. 자기만의 문법에 매몰되지 않는 것이죠. 각 분야 최고들만 모여 내놓은 결과물을 보면, 의외로 그 결과가 변변찮은 경우가 빈번합니다. 자기 분야의 에고(ego)가 너무 셌던 나머지 배가 산으로 가버린 거죠. 디테일이 너무 과해져서 부대끼거나 이게 뭔가 싶을 정도로 엉뚱해지거나 하죠. 그래서 팀플레이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전체 그림을 볼 줄 아는 시야와 타인의 문법을 충분히 존중하는 태도입니다.

“원팀에서 일하는 송 감독은 영상의 때깔을 멋있게 다듬는 거엔 관심이 없어요. 보통 프로덕션의 감독들은 그림을 예쁘게 만들면서 소위 자아실현을 하거든요. 반면 송 감독은 연출을 멋들어지게 하는 것보다 ‘이 장면에선 무엇을 보여줘야 하는가’에 더 집중해요. 의미 없이 눈 돌아가게 화려한 구도 같은 건 절대 안 잡아요. CD인 저와 스튜디오좋의 기획팀이 만들어 낸 아이디어를 잘 담아내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감독으로서의 에고를 각인시키는 것보다 그게 더 우선이기 때문에.” (남우리)

맞아요. 저는 기본적으로 남 CD의 기획팀이 만들어 낸 스토리라인을 손실 없이 구현하면서, 가능하다면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플러스 알파’의 감동을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광고감독이 해야 하는 일의 본질이거든요. ‘연출가’라는 단어 자체가 연극에서 온 거거든요. 연극의 문법 위에서 연출가는 작가랑 달라요. 둘이 완전 별개예요. 영화감독처럼 시나리오도 쓰고 그림도 만드는 게 아니라 완전히 구분돼 있는 역할이죠. 한마디로 연출은 대본을 ‘왜곡 없이’ 해석해서 무대를 구성하는 사람이에요. 저는 광고 감독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스토리가 잘 전달되게 하려면 괜히 멋을 부리면 안 되는 거죠.” (송재원)

스튜디오좋이 내놓는 광고의 기세가 워낙 세고 강하다 보니 사람들은 자주 묻습니다. “도대체 광고주들을 어떻게 설득하는 건가요?” 두 사람은 입을 모아 말합니다. ‘저흰 광고주를 애써 설득하지 않아요. 애초에 광고주가 원하는 대로 만들죠.’ 실제로 이곳은 A부터 Z까지 철저히 광고주 지향형 대행사입니다. 주제 파악을 정확히 하죠. 그 주제 파악이란 다음과 같아요.
광고의 본질은 제품을 파는 것이다 → 제품을 팔기 위해선 어떤 솔루션을 내야 하는가 → 광고주의 요구와 소비자의 관심이 맞닿는 지점을 찾는다 → 그 지점을 찾기 위해 카피라이터든 디자이너든 연출가든 모션그래퍼든 자신의 기능을 할 뿐, 자아실현을 하지 않는다.

기실 광고인으로서의 기본 소양은 타협 역량인 셈입니다.

“아트디렉터들 사이에서 널리 회자되는 밈(meme), ‘폰트 좀 키워줘요’가 있어요. 아트디렉터들이 디자이너의 자아로 아름답게 만든 이미지를 광고주에게 보여주면 꼭 이런 미감의 ‘미’ 자도 모르는 광고주들이 ‘저기요. 폰트 좀 키워줘요’라고 피드백한다는 거죠. 실제로 타이포그래피는 작게 들어갈수록 예쁘거든요.

그런데 저는 이 밈이 이상하게 느껴져요. ‘그냥 예쁜 디자인’이 아니라 ‘더 잘 팔리게 만들 디자인’을 구상하는 게 우리의 업이거든요. 저는 이게 반대가 되어야 한다고 봐요. 오히려 폰트를 너무 키워 보내서 광고주 쪽에서 ‘어이쿠 좀 줄여주실래요’가 나올 정도로.” (송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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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업] 맨땅브레이커 2호 주인공인 '스튜디오좋'의 공동대표 남우리 CD(오른쪽)와 송재원 감독(왼쪽)이 지난 달 6일 서울 강남구 스튜디오좋 사무실에서 본보 박지윤 기자(가운데)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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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언트는 바보가 아니에요. 개성이 강해서, 메시지가 세서, 지나치게 트렌디해서, 전위적이어서 아이디어를 거절하는 광고주는 없어요. 실제로 우리 광고주들은 정말 똑똑하고요. 자신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만 확실히 지켜준다면 어떤 아이디어든지 그 진가를 알아봐요. 장르적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겠다고 해서 까인 적은 없어요. 그래서 저는 그들의 말을 다 들어요, 성심성의껏. 우리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건 ‘우리가 만들었다’는 크레딧일 뿐이에요. 우리만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닌 거죠. 그래서 늘 반복해 이야기해요. 크레딧만 지켜주면 우린 오롯이 광고주 당신을 위해 일하겠다.” (남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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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업 맨땅브레이커 스튜디오좋 기사 하편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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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뒷 내용은 아래 커리업의 전용 뷰페이지에서 이어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http://careerup.hankookilbo.com/v/2023053101/ (링크가 클릭되지 않으면 URL을 주소창에 입력하세요.)



커리업의 새로운 연재 '맨땅브레이커'
'커리업'이 한국일보의 디지털 프로덕트 실험 조직인 'H랩(Lab)'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탐사선 H랩은 기존 뉴스 미디어의 한계선 너머의 새로운 기술과 독자, 무엇보다 새로운 성장 가능성과 만나려 합니다. 첫 번째 시도로 자기만의 커리어를 개척한 개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맨땅브레이커'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저마다의 커리어의 정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다른 기사와 차별화되는 밀도 높은 시선으로 담아냅니다. 360도로 생생하게 담아낸 커리어 현장부터 독자들이 직접 고화질 사진을 확대, 축소해 보며 사진 속 숨은 요소를 둘러보는 재미를 제공합니다. 커리업이 제공하는 비주얼 스토리텔링을 아래의 URL에서 만나보세요. 스튜디오좋 上편 - 우린 '좋' 대로 만들어…광고계의 이단아들 http://careerup.hankookilbo.com/v/2023052401/ 스튜디오좋 下편 - 가장 젊은 광고회사가 일 잘하는 4가지 방법 http://careerup.hankookilbo.com/v/2023053101/ 링크가 클릭되지 않으면 URL을 주소창에 입력하세요.

▶ [커리업] 맨땅브레이커 1호 상편 '천재라 불리던 개발자가 100억짜리 실패를 겪고 알게 된 것' 다시 보기 https://careerup.hankookilbo.com/v/2023051001/ (링크가 클릭되지 않으면 URL을 주소창에 입력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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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업] 맨땅브레이커 1호 보이저엑스 남세동 대표 상편. 이미지 제작=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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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리업] 맨땅브레이커 1호 하편 "응, 너 틀렸어. 그게 당연해"…실패의 바다를 표류하다 다시 보기 https://careerup.hankookilbo.com/v/2023051101/ (링크가 클릭되지 않으면 URL을 주소창에 입력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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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업] 맨땅브레이커 1호 보이저엑스 남세동 대표 하편. 이미지 제작=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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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김유진 기자 zoeyful@hankookilbo.com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박길우 기자 gwpark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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