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EU 식품 소비자가 전년대비 17% 올라…20여년 새 가장 빠른 인상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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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유럽 각국의 식료품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데는 인건비 상승과 기업들의 과도한 가격 인상 등이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인들의 주식에 가까운 흰 빵 가격은 지난달에 전년 동기 대비 28% 급등했고, 이탈리아의 스파게티·파스타는 약 17%, 독일의 치즈는 약 40% 올랐다.
유럽연합(EU) 전체적으로는 같은 기간 설탕이 54.9% 오른 것을 비롯해 치즈(+25.3%), 지방분을 빼지 않은 생우유(+25.0%), 올리브유(+23.6%), 계란(+22.7%), 감자(+19.8) 등 각종 생필품 가격이 대폭 올랐다.
지난달 EU의 식품 소비자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7% 가까이 올랐는데, 전월보다는 내려왔지만 최근 20여년 새 가장 빠른 인상 수준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식품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수준인 연 7.7%와도 대조되는데, 이로 인해 유럽의 저소득층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문제는 밀을 비롯한 농산물 국제 가격이 떨어졌지만 유럽의 식품 소비자 가격은 내려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의 경우 2019년 평균치보다 34%가량 높기는 하지만, 우크라이나전쟁 초기인 지난해 3월 정점을 찍고 12개월 연속 하락하다 지난달에야 반등한 상태다.
NYT는 인건비를 비롯한 처리·포장·수송·보관 등 일련의 공급망 관련 비용이 식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급등했던 유럽 에너지 가격의 경우 도매가는 떨어지고 있지만 소매가 하락으로 이어지려면 최대 1년 정도가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유럽의 낮은 실업률 속에 식품회사들이 직원들을 붙잡기 위해 임금을 올린 것도 비용 상승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NYT는 이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과도한 식품 가격 인상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고 전했다.
서방에서는 기업의 탐욕(greed)에 의한 인플레이션을 가리키는 이른바 '그리드플레이션'으로 물가가 불필요하게 높게 유지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유럽중앙은행(ECB)도 기업 이익이 임금 인상만큼이나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지난해 말 밝힌 바 있다.
독일 자산운용사 알리안츠 소속 이코노미스트들은 유럽 식품 인플레이션의 10∼20%는 기업들의 부당 이득 때문일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 "식품 인플레이션에 쉽게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영국 싱크탱크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마이클 손더스 이코노미스트는 물가 상승이 그리드플레이션이 아닌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에너지 업계를 제외하면 영국 비금융 기업들의 총이익은 지난해 줄었다는 것이다.
NYT는 유럽 식품 물가가 정점을 찍었지만 하락은 점진적일 것으로 보는 전망이 나온다면서, 일부 정부는 주요 식품 가격 상한을 설정하는 식으로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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