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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마약 구하기보다 힘들다” AI 열풍에 돈줘도 못산다는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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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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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구하기보다 훨씬 어렵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그래픽처리장치(GPU) 품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이에 필요한 GPU 등 반도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GPU 확보를 위해 전 세계 주요 기업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으며,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미국에서 ‘휴지 사재기’가 일어났던 것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GPU) 부족 때문에 업계의 누구를 아는지가 중요해졌다. 팬데믹 시기 휴지와 같다”는 AI 스타트업 라미니 CEO 샤론 저우의 말을 전했다.

당초 그래픽의 빠른 처리를 위해 개발됐던 GPU는, 복잡한 연산을 초고속·저전력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특징 덕분에 AI 반도체 시장에서 핵심으로 떠올랐다. 거대 언어 모델(LLM) AI는 데이터 용량이 천문학적으로 소요돼 GPU가 필수적이다. 특히 기술이 진보할수록 점점 복잡한 AI 모델이 개발되고, 이에 따라 테크 업계에선 GPU 확보 전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문제는 수요만큼 공급이 따라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엔비디아는 현재 AI 개발에 이용되는 GPU 등 고부가 반도체를 세계 시장에 90% 이상 공급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엔비디아로부터 GPU를 구매해 클라우드 서버를 구축·운영하는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 등의 서비스 여력도 제한적인 상황이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샘 알트먼 CEO가 “프로세서 병목 현상 때문에 지금으로선 챗GPT 이용자가 많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기업들은 기존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서버 잔여 용량을 찾거나, 기업 간 프로세서와 용량을 조정하는 방법으로 해법을 찾고 있다. 별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는 기업들은 아마존·MS 등 클라우드 업체에 “더 많은 용량을 할당해달라”고 읍소하고 있다고 한다.

GPU를 주문해도 당장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WSJ은 “서버 제조업체 등 엔비디아 고객이 최신 GPU를 받으려면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가 최근 급증하는 수요에 맞춰 공급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지만, 업계는 최소 내년까지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일부에선 엔비디아의 고성능 AI칩 소매 가격이 개당 3만3000달러(약 4380만원)인데,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다 보니 더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엔비디아는 다양한 AI 응용처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고사양 GPU 등을 탑재한 고성능 AI칩도 제조하고 있다.

한편 엔비디아는 AI 열풍에 힘입어 주가가 급등해 ‘시총 1조 달러 클럽’에 눈앞에 두는 등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실적도 날개를 달았다. 엔비디아가 최근 발표한 1분기(2∼4월) 매출은 71억9000만 달러(약 9조5200억원)로 시장 전망치를 10%가량 웃돌았다. 회사 측은 2분기(5∼7월) 매출 전망치가 110억 달러(약 14조5700억원)라고 밝힌 상태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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