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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사설] 국민의힘 ‘시민단체 정상화’라니, 미몽에서 깨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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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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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29일 이른바 ‘시민단체 선진화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하태경 의원을 위원장에 임명했다. 애초 보수언론의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에 대한 악의적 보도에 호응해 발족시키겠다던 ‘시민단체 정상화 태스크포스(TF)’를 아예 특위로 격상시킨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 특위를 통해 시민단체 운영 전반에 대한 철저한 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음해 의도가 뚜렷한 보도에 반색하며 맞장구친 것으로도 모자라, 이를 빌미로 그동안 국민의힘에 비판적이었던 시민단체 전반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는 등 이참에 손을 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너무나 시대착오적이라 어처구니가 없다.

시민모임은 정부 보조금도 받지 않고 시민 기부금으로만 운영하는 단체다. 시민모임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로부터 받기로 약정한 승소금의 20%는 일제 피해자 관련 공익 목적에 사용하게 돼 있다. 설령 시민모임과 유족들 간에 이견과 마찰이 있다 하더라도, 그들 사이에서 원만히 해결할 문제다. 여기에 ‘사건 브로커 수수료’ 같은 음습한 프레임을 씌우려는 것은 그 의도를 의심하게 만든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반성과 사과는커녕 아예 시민단체 전체로 전선을 확대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국민의힘이 시민단체를 ‘정상화’하겠다고 나설 권한과 자격이 있나. 도대체 누가 누구를 ‘정상화’하겠단 말인가.

이는 지난해 말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 시민단체의 보조금 사용 현황을 전면 감사하겠다고 밝힌 것의 연장선이다. 당시에도 국고보조금을 핑계로 시민단체를 길들이고 비판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컸다. 이번엔 아예 여당이 정권의 돌격대를 자청하고 나선 것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권에 비판적인 시민단체의 정당성에 흠집을 내고 목소리를 위축시키려는 의도임을 세상 사람이 다 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도 비판적인 시민단체를 악마화하려는 움직임이 끊이지 않았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 블랙리스트, 화이트리스트를 만들어 비판적 단체에 대한 국고 보조는 끊고, 친정권 보수 관변단체들에는 국고에 더해 기업 후원까지 몰아주도록 했다. 이걸 국정농단으로 기소해 유죄 판결을 받아낸 게 윤석열 대통령도 당시 수사팀장으로 참여했던 특검이다. 국민의힘은 정략적으로 국민 분열을 부추기고 시민사회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헛된 시도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시민들은 국민의힘에 시민단체를 ‘정상화’할 권한을 준 적이 없다. 지금은 1980년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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