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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중 전화 29통'…대법원 "스토킹 행위 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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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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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전화가 연결되지 않았어도 반복적으로 전화를 걸어 '부재중 전화' 기록을 남기는 것도 스토킹 행위로 보고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지난 18일, 스토킹범죄처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일부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고 부산지법에 돌려보냈습니다.

A 씨는 지난 2021년 10월, 연인 관계였던 피해자와 돈 문제로 다툰 뒤, 연락처를 차단당했습니다.

그러자 A 씨는 자신의 연락처가 차단된 사실을 알고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 등을 이용해 피해자에게 29차례 전화를 하고 문자 메시지를 수차례 보냈습니다. 피해자는 A 씨의 전화를 한 번도 받지 않았는고 휴대전화에 부재중 전화 기록만 남았습니다.

1심 재판부와 2심 재판부 모두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4개월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공소 사실에 대한 판단이 달랐습니다.

1심 재판부는 A 씨가 보낸 문자와 전화 모두 스토킹 행위라고 봤다. 전화를 받지 않아 부재중 전화 기록으로 남았더라도 피해자가 불안감과 공포심을 느꼈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부재중 전화 기록을 남긴 행위는 스토킹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상대방 전화기에 울리는 벨 소리를 정보통신망법상 처벌 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2005년 대법원 판례가 근거가 됐습니다.

2005년 판례는 스토킹법이 제정되기 전이어서 정보통신망법으로 스토킹 행위를 처벌하던 시절의 판례였습니다.

2021년 10월,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면서 부재중 전화 기록이나 벨 소리를 남기는 행위도 처벌할 수 있다고 보는 하급심 판례가 생겨났는데, 대법원도 이번에 처음으로 이 경우를 스토킹처벌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은 "전화를 걸어 피해자 휴대전화에 벨 소리가 울리게 하거나 부재중 전화 문구 등이 표시되도록 해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는 실제 전화 통화가 이뤄졌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스토킹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대법원은 "정보통신망법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피해자에게 송신되는 음향 자체가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내용일 것을 요구하지만, 스토킹처벌법상 스토킹 행위는 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해' 말·음향·글 등을 도달하게 하면 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피해자와 전화 통화를 원한다는 내용의 정보가 벨 소리, 발신번호표시, 부재중 전화 문구 표시로 변형돼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나타났다면 음향(벨 소리), 글(발신 번호·부재중 전화 문구)를 도달하게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강민우 기자(khanporter@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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