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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8번째 칸 송강호, 이번엔 시상자…“배우 삶엔 기쁨과 고통이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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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강호가 영화 ‘거미집’으로 칸영화제를 찾았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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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다. 감독 김지운과 배우 송강호는 1998년 ‘조용한 가족’을 시작으로 ‘반칙왕’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놈놈놈’) ‘밀정’, 그리고 올해 제76회 칸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거미집’을 함께했다. 초기에 작업한 단편 ‘사랑의 힘’까지 포함하면 총 6편이다. 칸영화제를 8번 찾은 송강호는 그중 두 차례(‘놈놈놈’ ‘거미집’) 김지운 감독과 나란히 레드카펫에 올랐다. 열 번째 장편영화를 찍은 김 감독은 필모그래피의 절반을 송강호와 함께한 셈이다.

1970년대 영화 세트장이 배경인 ‘거미집’은 걸작을 완성하기 위한 감독 김기열(송강호)의 광기 어린 집착을 담은 영화다. 김기열은 이미 촬영을 마친 영화에 관해 며칠 동안 같은 꿈을 반복해 꾼다. 제작자인 백 회장(장영남)은 멀쩡한 영화를 다시 찍겠다는 데에 반대하지만, 백 회장 조카인 영화사 ‘신성필림’의 실제 후계자 미도(전여빈)는 김 감독의 조력자를 자처한다. 영문도 모른 채 모인 배우들과 스태프들은 검열 당국의 방해를 따돌린 채 새 시나리오로 영화를 찍는다. ‘거미집’은 ‘조용한 가족’ ‘반칙왕’ 시절의 김지운·송강호 조합이 떠오를 만큼, 상황이 주는 페이소스, 기막힌 코미디 호흡으로 빛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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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토미 오브 어 폴’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프랑스 감독 쥐스틴 트리에(왼쪽 둘째)가 환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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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밤(현지 시간) 칸 뤼미에르 극장에 열린 ‘거미집’의 프리미어 상영회에선 시종일관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상영 직후 기립박수가 12분간이나 이어졌다. 이튿날(26일) 만난 송강호는 “영화를 처음 선보이는 기대감에서 오는 긴장은 한결같지만, 요즘은 조금 다른 긴장감이 커진다”며 “많은 외신과 해외 관객이 한국 영화에 주목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그에 따른 건강한 부담감이 더해졌다. 이 긴장감은 칸영화제에 80번을 와도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송)강호씨가 현장에 있으면, 또 한 명의 감독이, 또 한 명의 제작자가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며 “감독처럼 영화 전체, 현장 전체를 보는 배우다. 역량, 연륜, 관록, 존재감에 있어서 ‘거미집’의 감독 김기열 역할에 송강호야말로 가장 딱 맞고 가장 올바른 선택”이라고 송강호에 대한 불변의 믿음을 표시했다. 송강호도 “배우들의 잠재된 능력을 끄집어내는” 김 감독의 탁월한 능력에 찬사를 보냈다.

지난 몇 년간 팬데믹을 거치며 ‘왜 영화를 하고 왜 감독을 하는 것인가’라는 원점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김 감독은 “다 걷어내고 그 중심으로 들어가 보니 결국 영화에 대한 사랑만 남았다”고 말했다. 그렇게 영화를 향한 사랑의 지속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던 ‘거미집’에서 김 감독이 마주한 건 배우 송강호 얼굴 위에 겹쳐진 자신의 얼굴이었다. “카메라가 송강호 얼굴로 점점 다가가는 장면을 보고 있는데, 내가 나를 마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어떤 기이한 체험을 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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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드라이 그래시스’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튀르키예 배우 메르베 디즈다르(오른쪽)와 시상자로 나선 송강호.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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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송강호는 27일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진행된 칸영화제 폐막식에서 여우주연상 시상자로 나섰다. 그는 튀르키예 영화 ‘어바웃 드라이 그래시스’의 배우 메르베 디즈다르에게 상패를 건넸다. 3년 연속으로 폐막식에 참석한 건데, 2021년에는 공식 경쟁 부문 심사위원, 지난해에는 남우주연상(‘브로커’) 수상자 자격이었다. “정말 고맙습니다(메르시 보쿠)”라고 프랑스말 인사를 건넨 그는 “배우나 예술가의 삶을 생각해보면 기쁨과 고통의 시간이 공존하는 것 같다. 이 무대 위의 기쁨을 위해서 그 긴 고통의 시간을 인내하고 견디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식 경쟁 부문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은 프랑스 영화 ‘아나토미 오브 어 폴’의 쥐스틴 트리에 감독이 받았다. 남편 살해 혐의를 벗으려는 여성을 그린 작품으로, 여성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은 제인 캠피온(‘피아노’), 쥘리아 뒤쿠르노(‘티탄’)에 이어 세 번째다.

남우주연상은 빔 벤더스 감독 영화 ‘퍼펙트 데이즈’의 일본 배우 야쿠쇼 코지에게 돌아갔다. 한국 작품으로는 학생영화 부문 ‘라 시네프(시네파운데이션)’에서 황혜인 감독 단편 ‘홀’이 2등상을 수상했다.

칸=백은하 배우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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