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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재명 리더십 리스크…안으론 혁신 내분, 밖으론 협치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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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기현 국민의힘·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이정미 정의당 대표(앞줄 오른쪽부터)가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67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했다. 이날 여야 대표는 ‘상생’의 뜻을 내포한 불교 용어인 “자타불이(自他不二)”의 정신을 강조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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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안으로는 당 쇄신 방향, 밖으로는 협치 복원을 놓고 내우외환(內憂外患)에 빠졌다. 위기의 원인으로는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 리스크가 지적된다. 민주당이 지난 14일 의원총회에서 “당 차원의 혁신기구를 설치하겠다”는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보름째 출범 방향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28일 민주당 지도부 한 의원은 “혁신 대상이 국회의원인지, 지도부인지, 이재명 대표인지, 당 전체인지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며 “혁신 주체 역시 누가 돼야 할지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고 말했다.

확인된 건 혁신 방향에 대한 계파 간 시각차뿐이다. 친(親)이재명계는 혁신 방안으로 대의원제 축소 혹은 폐지를 주장했다. 대표적으로 수석최고위원인 정청래 의원은 지난 19일 공식 회의에서 “대의원제는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한 뒤 틈날 때마다 “당대표도 한 표, 대의원도 한 표, 당원도 한 표” 등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김용민·민형배 의원 등 당내 강경파 친명계 의원 다수가 대의원제 폐지를 지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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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텃밭 호남 지지율 급락


반면에 비(非)이재명계 의원들은 대의원제 폐지가 우선 논의될 시기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지난 25일 의총에서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지금 우리 당이 위기인데 대의원제를 폐지하는 게 왜 논의되냐”고 반발한 게 대표적이다. 친문재인계 윤건영 의원은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당 지도부의 권한을 (혁신기구에) 과감하게 위임해야 한다”며 “혁신의 범위를 제한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재명 대표가 혁신기구 위원장 인선이라도 빠른 시일 내 마무리해 계파 간 갈등 봉합에 나서야 한다는 게 당내 대체적인 시각이다.

민주당 바깥 사정도 녹록지 않다. 민주당과 정부·여당 간 협치가 번번이 무산되고 있는 탓이다. 대통령실은 지난 2일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여야 원내대표단과 윤석열 대통령의 회동을 제안했지만, 현재까지 진전이 없다. 이재명 대표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식사 회동을 두고 줄다리기를 벌였다. 줄다리기 끝에 김 대표가 TV토론을 제안하고 이를 이 대표가 수용했는데, 꽉 막혔던 양당 대표 간 협치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이 대표가 중심에 있기 때문에 우리 당이 뭘 해도 안 먹히는 게 상식 아닌가”라며 “지도부의 변화가 없다면 제대로 된 혁신도, 내년 총선 승리도 멀어진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내우외환 속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거듭 하락하고 있다. 한국갤럽의 지난 23~25일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31%를 기록했다. 국민의힘은 36%였다. 눈에 띄는 점은 민주당이 특히 텃밭에서도 민심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갤럽의 최근 5주간 조사에서 민주당의 호남 지지율은 62%→51%→53%→55%→41%로 수직 하강했다. 전국 지지율은 같은 기간 6%포인트 하락한 것에 비하면 호남(21%포인트 하락) 하락 폭이 유독 큰 것이다.(※자세한 내용은 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지지율 하락 속에서 공교롭게 민주당의 호남 지역구 의원들은 국회 운영과 관련된 강경 법안을 잇따라 발의했다. 예컨대 주철현 의원(전남 여수갑)은 지난 22일 신속처리 대상 안건의 체계자구 심사 기한을 90일에서 60일로 단축하는 ‘패스트트랙 단축법’을 발의했다. 민주당의 ‘입법 밀어붙이기’를 더 유리하게 만드는 법안이다. 김봉신 메타보이스 대표는 “김남국 의원의 코인 의혹 때문에 중도층이 불타고 있는데, 고관여 지지층만 바라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용환·김정재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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