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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오늘 튀르키예 대선···에르도안, 30년 권좌 오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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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튀르키예 대선 결선투표가 열린 28일(현지시간) 앙카라의 한 투표소에서 선거 관리 관계자가 투표 용지를 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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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치러질 튀르키예 대선 결선 투표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30년 집권 가도를 열어줄 것인가. 이날 선거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전세계 지정학에 미치는 영향이 커 올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라는 평을 받는다. 대지진 부실 대응 및 경제 문제, 난민을 둘러싼 민족주의 감정이 막판 표심을 좌우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현재까지는 에르도안 대통령 우세론이 지배적이다.

지난 14일 1차 투표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49.51%(약 2710만표)를 득표해 44.88%(약 2460만표)를 획득한 야당 연합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 대표를 약 5%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선거 전 대부분의 여론조사가 클르츠다로을루 대표의 승리를 점쳤던 것에 비하면 예상 외의 결과였다. 두 후보 모두 과반을 넘지 못해 이날 결선까지 오게 됐다.

그 사이 판세는 에르도안 대통령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우선 1차 투표에서 3위(5.23%)를 차지했던 시난 오안 후보가 에르도안 대통령 지지 선언을 한 것이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오안 후보는 1차에서 약 280만표를 얻었는데, 이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클르츠다로을루 대표 간 표차(약 250만표)를 뛰어넘는다. 오안 후보는 강경파 민족주의자로, 친쿠르드 단체를 언급하며 “테러와의 끊임없는 투쟁” 원칙에 따라 에르도안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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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이스탄불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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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대선과 함께 실시된 총선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속한 정의개발당(AKP) 연합이 전체 600석 중 323석으로 과반을 차지한 것 역시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유리한 요인이다. 정국 안정을 위해 여소야대를 방지하려는 유권자 심리가 있다고 외신은 분석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재선할 경우, 중임 대통령이 조기 대선을 실시해 승리하면 추가 5년 임기를 보장한 헌법에 따라 2033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2003년 총리로 권력을 잡은 후 이미 튀르키예 100년 역사 중 5분의 1을 집권한 에르도안 대통령이 앞으로 10년 더 통치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당초 대선은 6월 중순 치를 예정이었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를 한 달 앞당겨 조기 대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를 통해 대지진으로 악화된 민심을 정면 돌파하고 동시에 ‘사실상 종신 집권’을 노렸다.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표를 뺏어오기 위해 민족주의적 감정에 호소하는 전략으로 추격에 나섰다. 가디언에 따르면, 그는 결선투표 직전 유세에서도 “당신(에르도안)이 1000만명 이상의 난민을 데려왔다. 내가 집권하는 즉시 모든 난민을 돌려보내겠다”고 연설했다. 이처럼 그가 결선을 준비하며 강경한 난민 반대 입장으로 선회하자 역시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위미트 외즈다으 승리당(ZP) 대표는 클르츠다로을루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ZP는 이번 총선에서 2.2%를 득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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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 대표가 27일(현지시간) 앙카라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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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되든 가장 중요한 과제는 경제난 해결이다. 튀르키예는 지난해 10월 85%에 달한 초인플레이션을 비롯해 지난 10년 간 통화 약세, 외환 보유고 고갈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메트로폴에 따르면, 지난 4월초 튀르키예 유권자가 꼽은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 ‘경제 문제’가 56.1%를 차지했다. ‘성공적이지 못한 정책’(7.6%), ‘부정의’(5.5%), ‘지진’(4.3%) 등이 뒤를 이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국제 흐름과 정반대로 저금리 정책을 고수하며 경제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받는다. 클르츠다로을루 후보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독립, 외국 투자 유치 등을 공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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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성이 지난 1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한 빵집에서 빵을 구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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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커진 후 우려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결선 투표를 앞두고 리라화 가치는 달러당 20리라까지 떨어지며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튀르키예의 향후 5년 국가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대비한 보험 성격의 신용파생상품 신용파산스와프(CDS) 비용은 지난 14일 이후 급등해 최근 6개월 만 최고치를 찍었다. 이는 그만큼 튀르키예의 신용이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에르도안 집권이 연장되면 권위주의 체제가 강화되고 나토와의 불편한 관계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나토 회원국인 튀르키예는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나토의 노선과 달리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했으며,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에르도안은 총리와 대통령 경력을 합해 20년간 튀르키예에서 가장 강력한 정치인이었다. 그가 재선 성공 후 급격히 노선을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망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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