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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한국은 원자재, 중국은 반도체…한·중 만남서 드러난 양국의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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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6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만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왼쪽)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장관). 중국 상무부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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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현지시각) 미국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 통상 분야 책임자의 만남은 미·중간 반도체 갈등이 한창인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중국 쪽 발표에는 한국과의 반도체 분야 협력이 담겼지만, 한국 쪽 발표에는 반도체 얘기는 없이 원자재와 부품 관련 협력을 중국에 요구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27일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와 중국 상무부는 전날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 회의에 양국을 대표해 참석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왕원타오 중 상무부장(장관)의 만남 결과를 간단한 보도 자료 형식으로 발표했다. 짤막한 내용이었지만, 그 안에는 양국의 핵심 요구 사항이 들어갔다.

산업부 자료를 보면, 안 본부장은 중국 쪽에 “교역 원활화와 핵심 원자재·부품 수급 안정화를 위한 관심과 지원을 요청”하고, “중국 내 우리 투자기업들의 예측 가능한 사업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협조를 당부”했다. 배터리 원료 등 한국이 중국에 주요 원자재를 의존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협력을 요청한 것이다. 실제 한국은 2차 전지의 핵심 소재인 수산화리튬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데, 올 1~4월 수입액이 22억 달러로 전년보다 12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 2021년 중국의 수출 통제로 요소수 수급난이 발생할 당시 조사를 보면, 중국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50% 이상인 품목이 2천개, 90%가 넘는 품목이 5백개에 달했다. 중국은 최근 미국의 반도체 공세에 맞서 희토류 등 전략 물자의 수출을 통제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반면, 중국 상무부는 자료를 통해 “양쪽이 반도체 산업망과 공급망 영역에서의 대화와 협력을 강화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반도체를 콕 집어서 양국이 “협력에 동의했다”고 밝힌 것인데, 이는 한국 쪽 발표에는 담기지 않은 내용이다. 중국이 한국 쪽 통상 대표와의 만남에서 반도체 분야 협력을 요구했고, 한국은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을 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근 중국 당국이 미국 반도체 회사인 마이크론을 제재해 미-중간 갈등이 높아진 상황에서, 중국은 한국 쪽의 협조를 바라고 있고 미국은 중국의 제재 자체를 비판하면서 한국 쪽에도 ‘중국에 협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는 최근 이 문제와 관련해 명시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반도체 외에 한국은 중국 내 한국 기업에 대한 협조를 중국 쪽에 요청했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는 상황에서, 이들의 사업 환경을 예측 가능하게 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반면 중국은 “산업 공급망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양자, 지역 및 다자 경제 무역 협력을 새로운 수준으로 추진하자”고 요구했다. 미국의 대중 공급망 분리(디커플링) 정책을 한국이 적극 수용하지 않고, 중국이 배제되지 않는 국제 무역 협력을 요청한 것이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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