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정교회, 9월부터 역법 전환…러는 "미친 짓" 발끈
우크라이나 정교회 |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우크라이나 정교회가 그간 러시아와 공유해온 종교적 전통에서 벗어나 크리스마스를 '1월 7일'이 아니라 '12월 25일'로 바꾸기로 공식 결정했다.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이날 주교회의(시노드)에서 오는 9월 1일부터 개정 율리우스력으로 역법을 바꾸는 방침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올해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기존 율리우스력상 성탄절인 1월 7일 대신 12월 25일에 예수 탄생을 기념할 것으로 보인다.
날짜가 고정된 다른 기념일도 새 역법의 적용을 받지만, 해마다 날짜가 달라지는 부활절은 종전 기준을 따른다. 또 기존 역법을 유지하고자 하는 본당과 수도원에서는 구 율리우스력을 그대로 쓸 수도 있다.
독립 우크라이나 정교회 수장인 에피파니우스 총대주교와 주교들은 아직 지방 평의회의 승인까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이 같은 '역법 전환'이 이미 결정됐고 계획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피파니우스 총대주교는 "이 결정은 쉽지 않았고, 우리는 오랜 기간 단계적으로 접근해왔다"며 "하지만 이건 예배에 쓰는 말을 전통 슬라브어에서 현대 우크라이나어로 바꾼 결정처럼 꼭 필요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이 결정을 받아들이거나 지지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정은 사실이고 또 지극히 필요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세계 각국은 통상 12월 25일에 성탄절을 보낸다. 그러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 정교회를 믿는 일부 국가에서는 '세계 표준'인 그레고리력과 13일 차이 나는 율리우스력을 기준으로 매년 1월 7일을 성탄절로 기념해 왔다.
이날 주교회의가 채택한 개정 율리우스력은 기존 율리우스력과 그레고리력의 오차를 수정하고 동·서방 교회의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 1923년 개발된 역법이다. 개정 율리우스력을 적용하면 크리스마스는 그레고리력과 같은 12월 25일이 된다.
지난해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뒤 우크라이나에서는 정교회 신자이면서도 기독교인들과 마찬가지로 12월 25일에 성탄절을 보내는 사람이 늘었다. 우크라이나를 관할하던 러시아 정교회 수장이 러시아의 공격을 지지하며 '성스러운 투쟁'을 주장하는 등 우크라이나인들의 반감을 산 것도 원인이 됐다.
2019년 러시아 정교회에서 독립한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아예 지난해 10월 각 교구가 원한다면 1월 7일 대신 12월 25일 성탄 예배를 해도 된다고 선언했다.
이런 역법 전환은 오랜 기간 러시아의 영향권 아래 있었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거리를 두고 흔적을 지우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설명했다.
러시아는 발끈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우크라이나 정교회의 결정 이후 한 인터뷰에서 "이건 미친 행동이고,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고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은 전했다.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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