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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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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보건당국 “SNS, 10대 정신건강에 치명적”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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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이상 사용 땐 우울증·불안 증상 위험 두 배로 증가

‘공중보건 위기’ 규정 처음…“식사 등 대면 때 모바일 자제”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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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고 보건당국이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이 심각한 위험이 될 수 있다며 당국과 기업, 가정의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과거 흡연과 비만 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전환시켜 제도 마련 논의를 이끌었던 미 공중보건당국이 SNS를 “시급한 공중보건 문제”로 규정한 보고서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비베크 머시 미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의무총감은 23일(현지시간) 공개한 19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SNS 사용이 일부 긍정적 효과에도 청소년과 어린이들의 건강과 행복을 해친다는 광범위한 지표들이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공중보건서비스단 의무총감은 미국인들의 공중보건을 책임지는 ‘국가 의사’에 해당한다.

보고서는 SNS 사용의 긍정적 요소로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온라인으로 연결해 우정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을 꼽았다. 특히 성적·인종적 소수자들은 이를 통해 긍정적인 정체성을 갖는 데 도움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3주 동안 매일 30분씩 SNS를 사용하면 우울증이 크게 개선된다는 대학생 및 청소년 대상 실험 결과도 소개했다.

그러나 이 같은 긍정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SNS에는 ‘사이버 괴롭힘’이 많고 남과의 비교, 낮은 자존감 등을 정상적 상태로 여기도록 하는 “극단적이고 유해한 콘텐츠가 넘쳐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다양한 임상심리학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자신의 신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섭식장애, SNS 이용 사이에 잠재적 인과관계가 성립한다는 결과들이 나왔다고 전했다. 즉 SNS는 조금씩 절제해 사용할 경우에만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문제는 빅테크 기업들이 이용자들을 SNS 중독 상태로 유도하는 것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게시글에 대한 푸시 알림, 자동 재생, 무한 스크롤, ‘좋아요’ 등이 이용자들을 최대한 SNS에 장시간 머물도록 하는 전략으로 소개됐다. 보고서는 “우리 아이들은 수십년에 걸친 (SNS 기업들의) 실험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참가자가 됐다”고 기술했다.

보고서에 소개된 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미국 13~17세 청소년의 95%, 8~12세 어린이의 40%가 SNS를 사용한다. 한국의 중학생에 해당하는 8~10학년 학생들은 하루 평균 3시간30분을 SNS에서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머시 의무총감은 이날 미 공영라디오방송 NPR에서 “어린이들은 작은 성인이 아니다. 이들은 성인과 다른 발달 단계에 있는 이들이며, 특히 두뇌 발달의 중요한 단계에 놓여 있다”면서 “SNS를 하루에 3시간 이상 사용하는 10대는 우울증과 불안 증상의 위험이 두 배로 증가한다”고 말했다. 머시 의무총감은 “이는 시급한 공중보건 문제”라며 “빅테크 기업과 정책 입안자들에게 구체적 조치를 마련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카시트, 장난감 등 아이들이 사용하는 다른 제품과 마찬가지로 SNS에도 청소년에 대한 안전기준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는 각 가정에서 어린이의 SNS 사용을 지도하는 데 도움이 되는 권장사항이 포함돼 있다. 미 공중보건당국은 가족 식사시간과 대면 모임에서 모바일 기기를 사용하지 않도록 할 것을 권장했다. SNS에 무엇을 올릴 것인지 한계를 설정하고 개인정보를 비공개로 유지하도록 하는 등 SNS 사용 관련 ‘가족 미디어 계획’을 만들 것도 제안했다.

앞서 미국심리학회는 이달 초 부모가 청소년의 SNS 사용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을 권장하고, 빅테크 기업들에는 무한 스크롤 및 ‘좋아요’ 버튼과 같은 기능을 재고해줄 것을 권고하는 최초의 SNS 지침을 발표했다. 유타주는 지난 3월 18세 미만의 사용자가 부모나 보호자의 명시적인 동의 없이 SNS 계정을 만들 수 없도록 규제하는 주법을 발표했다.

미 공중보건서비스단은 과거에도 보고서를 통해 흡연, 비만 등을 사회구조적 문제로 환기시켜 제도적 대책 마련을 이끌어낸 바 있다. 1960년대에는 흡연으로 인한 건강 피해를 알리는 보고서를 발표해 흡연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당시만 해도 흡연은 영화나 광고 속 장면 등을 통해 매력적인 습관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1980년대에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이 도덕적 타락의 결과가 아닌 치료해야 할 질병으로 인식을 전환하는 데 기여했다. 또 2000년대에는 비만이 전국적인 유행병이 됐다고 선언했다. 머시 의무총감은 지난 1월에는 ‘총기 폭력’이 전염병이 됐다고 언급하면서 “외로움, 고립, 연결 부족으로 인한 공중보건 위기”라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와 관련해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소유한 메타는 이 권고가 “합리적이며 대부분 메타가 이미 구현한” 권장사항을 포함했다고 밝혔다고 NYT는 전했다. 외모 비교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인스타그램은 2021년 16세 미만 이용자들에게는 비공개 계정만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앱에서 볼 수 있는 콘텐츠 유형을 제한하도록 하는 자구책을 발표했다. 틱톡은 미 공중보건당국 보고서에 반응이 없다고 NYT는 전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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