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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과학을읽다]이것이 中 '도광양회'의 진짜 실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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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 분야 주요 논문 실적 사상 첫 미국 추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2023 '네이처 인덱스' 발표

'도광양회(韜光養晦)'.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때를 기다린다는 뜻이다. 중국이 1980년대 이후 개혁개방 정책을 쓰면서 내건 국가적 슬로건이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에게 현저히 처지는 과학기술·경제 수준을 따라잡기 위해 '칼날'을 갈겠다는 것이다. 그런 노력이 G2 국가로 도약한 경제 분야에 이어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중국이 자연과학 연구 질적 성과의 잣대 중 하나인 네이처 인덱스(Nature Index)에서 사상 처음으로 미국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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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지난 19일(현지 시각) 세계 국가·연구기관·기업 등의 자연과학 연구 논문 실적을 평가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산정하는 '2023 네이처 인덱스(Nature Index)'에서 중국이 1만9373점을 얻어 미국(1만7610점)을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발행하는 유수의 자연과학 학술지 82개에 수록된 논문 실적을 저자의 국적 별로 점수화한 수치다.

주요 학술지 게재 논문의 저자들이 어떤 국적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점수를 매겼다. 예컨대 저자들 전부가 중국 국적일 경우 1점을 주고, 10명 중 1명만 중국 국적이면 0.1점을 주는 식이다. 한마디로 중국 국적 연구자들이 쓴 자연과학 관련 논문이 주요 학술지에 게재된 숫자가 미국 학자들보다 더 많았다는 얘기다. 중국은 물리학ㆍ화학 분야에서 꾸준히 선두를 유지하면서 빠른 속도로 미국을 추격해왔다. 특히 최근 들어 지구ㆍ환경과학 분야에서도 미국을 앞서기 시작했고, 현재 생명 과학 분야에서만 뒤져 있는 상태다.

중국이 과학 연구 실적에서 미국을 앞서기 시작한 것은 최근 몇 년 사이 꽤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10년대부터 다양한 과학 분야 연구 성과 측정 결과 과학 연구의 중심축이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예컨대 이미 2018년 미국 국립과학재단은 중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논문을 펴낸 국가라는 통계를 발표한 바 있다. 양적으로 이미 앞서 있었다. 이후 지난 5년 동안 중국이 논문 인용 횟수 등 질적 평가에서도 미국을 추월할 수 있느냐에 관심이 쏠렸었다. 이와 관련 이미 질적 측면에서의 역전도 관측된 바 있다. 일본 국립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지난해 2018~2020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자주 인용되는 논문 상위 1%에 중국이 미국보다 더 많았다는 통계를 발표했었다.

캐롤라인 와그너 미 오하이오주립대 교수는 "논문 생산성이나 인용 횟수 등 단순한 지표들의 경우 이미 중국이 기대치를 뛰어넘었다"면서 "그러나 아직 지식을 적용하고 흡수하는 능력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미국과 같은 주요국들과의 연구 협력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네이처 인덱스에서 추월했다고 중국이 자연과학 연구에서 질적으로 미국을 추월했다고 보기 어려운 정황도 있다. 중국은 자국 출신 연구자가 1명이라도 저자에 포함된 논문 숫자가 2만3500개로, 미국의 2만5200개보다 뒤졌다. 또 가장 권위가 있는 학술지인 네이처와 사이언스(Science)에 실린 논문 숫자는 186개에 그쳐 미국의 786개보다 훨씬 적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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