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9시30분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수상 레스토랑. 동양하루살이 수백마리가 간판에 붙어있다. /사진=양윤우 기자 |
22일 오후 9시30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수상 레스토랑 입구. 수백마리의 벌레가 불빛을 향해 허공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간판에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벌레들이 붙어있었다. 이 벌레의 이름은 '동양하루살이'. 기자가 10여분간 사진을 찍는 순간 하루살이 몇 마리가 어깨에 들러붙었다. 손가락으로 하루살이를 치자 무게감이 느껴질 정도로 컸다. 날개를 펼치면 5㎝에 이르는 크기다.
이 식당의 요리사는 "하루살이가 오늘은 없는 편"이라며 "지난 주말(20~21일)에는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업장을 뒤덮었다"고 말했다. 지점장은 "오후 8시~9시쯤 출몰해 조명 근처에서 날아다니다 늦은 밤이 되면 벽이나 간판에 붙어있다"며 "매년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전에는 강가 주변에서 발견됐던 하루살이가 최근에는 도심까지 가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이 식당에서 차로 5분 거리인 압구정로데오 골목에도 하루살이가 습격했다. 특히 1층 통유리에 야간 영업을 하는 업체는 타격이 더 크다. 하루살이가 내부에서 비춰지는 조명 때문에 유리에 들러붙기 떄문이다. 사체에서 악취도 나 손님들이 기피한다.
이 일대에서 오후 6시~오전 1시 1층 바(bar)를 영업하는 사장 A씨는 "통유리를 통해 밖으로 비치는 조명을 보고 하루살이가 달려들어 장사에 크게 방해된다"며 "손님들이 테라스석에 앉기 꺼리고 가게 안으로 들어오려다 발길을 돌리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손님 30대 여성 박모씨는 "가게 입구로 들어가다 문 손잡이에 붙은 벌레 떼에 기겁했다"며 "생김새가 너무 혐오스러웠다"고 말했다.
타로가게 사장 이모씨도 "지난 금요일(19일)에는 하루살이가 밖이 안 보일 정도로 붙어서 빗자루로 쓸었다"며 "일부는 매장 안으로 들어와서 치우느라 굉장히 귀찮았다"고 했다. 주말마다 압구정로데오 거리를 찾는 우모씨(28)는 "로데오 일대에 하루살이가 입을 열면 들어 올 정도로 많아졌다"며 "하루살이가 많은 업장은 몸에 붙을까봐 안으로 들어가기도 꺼려진다"고 밝혔다.
한강공원 일대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잠원한강공원의 한 편의점도 입구 바닥에 동양하루살이 시체가 수북이 쌓여있었다. 업주 B씨는 "날이 더울 때와 비가 온 다음 날 하루살이 떼가 매장에 달라붙어 여성 손님들은 보고 도망을 갈 정도"라며 "장사를 못 할 지경이다. 정부가 시급히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22일 오후 8시30분쯤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데오 일대 한 스티커사진 매장 내부 천장./사진=양윤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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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강남구청에 따르면 한강 인근과 양재천 주변 동사무소에 동양하루살이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민원이 최근 급격히 늘었다. 특히 지난 19일 구청 관할 주민센터에 민원 전화가 빗발쳤다.
구청 관계자는 "5월1일부터 지난 19일까지 하루살이 관련 민원이 31건 접수됐다"며 "지난 19일에만 17건으로 가장 많았다"고 말했다. 이날 신사동주민센터는 '신사동 가로수길 등에 하루살이가 업장 전체를 도배하고 있다'고 강남구청에 보고했다.
강남구청 보건소 질병관리과가 동양하루살이 문제를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물을 뿌리는 것 외에는 특별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유충 서식지인 한강 유역이 상수원보호구역이어서 살충제를 살포할 수 없다.
구청 관계자는 "고농도 살충제를 한강 권역에서 사용할 수 없다"며 "친환경 고압수 방역을 이용하는 등 물을 이용한 압력으로 방역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동양하루살이를 주제로 23일 회의를 열고 성동·광진·송파구 등 관련 자치구들과 공동 대응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동양하루살이는 해충이 아니다. 입이 퇴화해 모기처럼 사람을 물거나 동식물에 전염병을 옮기지 않는다. 깨끗한 물인 2급수 이상의 하천에 서식한다. 성충이 되는 5월 중하순부터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일찍 기온이 높아져 출몰 시기가 빨라졌다.
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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